길 위에서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길 위에서

0 개 1,341 수필기행

c89e0b7d9de4dc7b0d9dfcf258f54ed4_1555970563_1927.jpg
 

낙엽 진 도심의 거리가 스산하다. 그 속을 비집고 다니는 사람들의 표정이 무덤덤하다. 저마다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걷다보니 남의 일에 관심이 없는가 보다.  시청 앞에서는 몇 십 명 되는 중년 남성들이 군집하여 농성을 벌리고 있다. 머리에 흰 띠를 동여맨 젊은이가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늘어놓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주먹 쥔 오른팔을 힘껏 들어올리며 ‘반대한다! 반대한다!’.를 외친다. 농산물 수입반대 현수막이 걸려있으니 시골에서 올라온 농민들의 집회인가보다.  그 일로 번화가가 막혀 교통이 두절되고 있다. 관철되어야 할 자신들의 뜻을 세우는 데 정신이 없어서 차량 혼잡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 곳을 빠져나와 명동을 거슬러 오르는데 이번엔 소형트럭이 대로변 옆에 주차해있다. 주위에 사람들이 잔뜩 몰려있어 살피니 양배추 한단에 천원이라고 써 붙인 현수막이 보인다. 현지농민의 영업차량인가보다.  차주는 모여드는 사람이 신통치 않았던지 연실 확성기에 대고 천원을 외쳐댄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여인과 늙수그레한 노인, 젊은 아가씨가 길을 가다가 쌓아놓은 양배추 더미를 보고 기웃거린다. 몇몇 사람들이 물건을 골라 흥정하느라고 트럭주변이 혼잡하다. 쌈직한 물건을 놓고 이윤을 계산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차주는 더 많은 행인들을 부르려는지 계속 확성기에 대고 소리친다. 자신의 말소리가 도시 소음이 된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다.

 

같은 업종의 사람이라 해도 한쪽에서는 군중심리에 몰려있고 또 한쪽에서는 개인생각에 몰두해 있으니 사는 모습이 각양각색이다. 우리는 이런저런 상황을 겪으며 순간을 선택해 살아가는데 그 때마다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 사는 모습도 미물과 다를 게 없어서 개미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살펴보면 퍽 재미있다. 그들은 열심히 길을 가다가도 웬일인지 어느 지점에 도착하여 머뭇거리기도 하고 저보다 덩치 큰 먹잇감을 갖고 오느라고 끙끙대기도 한다. 항시 일렬로 서서 자기 앞의 개미 뒤를 바짝 쫓아가는 줄 알지만 더러는 무엇을 잊었는지 아니면 유혹에 휘말렸는지 긴 행로에서 이탈되는 놈들도 있다. 그렇게 길 위에서 잠시 헤매긴 하지만 과연 제집을 찾아드는지 의문스럽다.

 

우리는 거미줄처럼 엉켜있는 길 위를 날마다 걸어 다니며 산다. 자신이 가야할 길을 잃고 한눈을 팔게 되면 엉뚱한 길에서 서성이다 하루해를 다 보내는 경우도 있다. 세상살이에 선과 악이 연결되어 있지 않는 한 어느 길이 좋고 어느 길이 나쁘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먼저 가야 할 길이 있고 시나브로 가야 될 길이 있을 뿐이다. 더 편안한 길이 있는가 하면 험난한 길도 있어서 잘 살펴보고 가야 한다. 어떤 때 잘못 판단하여 힘들고 어려운 길을 돌아 나오다 뒤 늦게 평탄한 길을 찾고 안도의 숨을 몰아쉬기도 한다. 그러나 잘못 접어들지 않으면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외딴길을 헤쳐 나올 때면 지옥을 경험한 듯 놀라게 된다.

 

세상을 좀 더 넓게 바라보면 내가 선택한 길은 엉킨 실타래의 한 가닥이나 다름없다. 왜 나의 길에 열정을 바치고 인생을 바쳤는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도 있다. 그 길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비밀에 부쳐진 예약된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유전자의 영향으로 알게 모르게 버릇이 쌓여 습관이 되고 습관에 행동으로, 행동은 정신과 이어지면서 자신의 길에 몰두하게 되었을 것이다. 왜 그 많은 길 중에서 한 가닥만을 고집했는지 알 수 없으나 그것이 가치가 있다고 여겨졌기에 목숨 걸고 뛰어 다녔다. 자신이 선택한 길은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이 나를 만들어준 길, 내가 밟아온 길들은 나의 정열과 나의 혼을 쏟아 부은 특별한 길이어서 행복과 불행도 그 길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길이라고 해서 모두 성공할  수만은 없다. 사람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마음을 쏟기도 하고 정작 해야 할 일은 놓칠 때도 많다. 목적한바가 정당한 것이지 그것이 만인을 위한 길인지 신중하게 생각하기도 전에 욕심부터 앞세우기도 한다. 올해 핀 장미가 내년에 똑같은 꽃이 될 수 없듯이 단 한번 주어진 인생길이기에 누구보다도 확실하게 의미있는 길을 가고 싶어 할 뿐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게 마련이어서 우리의 인생길도 반드시 끝나는 지점이 있다.

 

명예를 위해, 부를 위해, 예술을 위해, 출세를 위해 뛰다가도 병들고 늙어지면 그 길 역시 목숨과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길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렇다고 뜻을 세우고 달리던 길을 하루아침에 버릴 수는 없다. 다만 중도에 멈춘다 하더라도 그만큼 걸어갔다는 자체가 중요해서 결과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 다만 이승을 떠날 때 가벼운 마음으로 도라가기 위해 양심을 버린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는 오늘도 잠자리에 누어 그동안 걸어온 길을 뒤돌아본다. 질책보다 격려와 찬사가 많아서 군중심리에 휩쓸려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건 아닌지, 내 욕심만 차리다가 남에게 누를 끼친 적은 없는지 생각해본다. 가정에 충실하기보다 사회생활에 더 바빴던 세월은 합당한 이유를 제시할 길이었으며 앞만 보고 걷다가 더 아름다운 옆길은 놓치지않았는지, 남이 가는 길이라고 나 자신도 모르면서 부화뇌동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세상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얽히고 설켜 다양한 사회를 만들어 간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저마다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만의 길이 아니라 모두가 이로울 수 있는 최선의 길을 택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을 아무렇게나 허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뒤돌아보아도 후회하지 않을 오늘을 위해 모두 제 갈 길을 열심히 걸어가듯이 나도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길이 아니라 진정 나 자신을 위한 문학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겠다.

 

=========

■ 박 종숙 

수필문학상, 강원문학상, 강원수필문학상, 강원도문화상, 김규련문학상 수상

수필집 <<호수지기>>, <<내 영혼의 강가에서>>, <<호수보다 깊은 침문>>, <<호반의 축제>>, <<호반에 그린 달빛>>, <<점 하나의 의미>>, 수필선집 <<노을이 타는 강>>, <<바다 엽서>> 

만성 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댓글 0 | 조회 331 | 1일전
최근 미국 버지니아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와 뉴욕 마운트시나이병원(Mount Sinai Hospital)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신장(腎… 더보기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

댓글 0 | 조회 251 | 2일전
안녕하세요 한국 교민 여러분, 벌써 2026년도 2월이 찾아왔습니다.오늘은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더보기

보험 수리 보증은 누가 책임질까?

댓글 0 | 조회 271 | 2일전
자동차 사고 후 보험으로 수리를 진행하면 많은 운전자들은 자연스럽게 “보험으로 수리했으니, 문제가 생기면 보험사가 책임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곤 합니다.그러나… 더보기

뉴질랜드 의예과 치예과 (Biomed/Health Sci) 입학 전 꼭 알아야할 …

댓글 0 | 조회 332 | 5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Biomed/Health Sci 1학년 과정 입학 전 꼭 알아야할 점들을 체크리스트를 통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과거 칼럼에도 다뤘듯 의대 가는 길… 더보기

어휘력은 암기만으로 늘지 않는다

댓글 0 | 조회 750 | 9일전
아이들의 어휘력을 판단할 때, 우리는 대개 알고 있는 단어의 양에 집중하곤 한다. 아이들이 단어장을 외우고 뜻을 암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더보기

사랑과 우정, 그 중간쯔음 . . .

댓글 0 | 조회 323 | 2026.01.28
그 날의 여행지는 늘상 가던 온천행이 아니었다. 낯선 캠핑장을 지도에서 찾아봤다. 내 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이었다. 이게 웬 호재인가?두대의 버스가 북쪽과 남쪽… 더보기

목사 가운을 버리고

댓글 0 | 조회 717 | 2026.01.28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외국에서 방문했다는 이유로전임 교회에서스웨터에 셔츠를 받쳐 입고설교를 했습니다예배를 마친 후교우들과 인사를 나눌 때목사님 오늘 패션 최고예요… 더보기

요점만 정리한 종교인 워크비자

댓글 0 | 조회 612 | 2026.01.28
뉴질랜드 이민부는 종교 관련 직무에 종사하는 신청자에게만 적용되는 Religious Worker Work Visa(이하 종교인 워크비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더보기

21. 잠든 전사 – 테 마타 봉우리의 전설

댓글 0 | 조회 147 | 2026.01.28
Te Mata o Rongokako – 잠자는 거인의 이야기* 거인의 형상혹스베이 지역, 특히 헤이스팅스 인근에는 마치 사람이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의 거대한 산이… 더보기

2026년 뉴질랜드 바이오메드, 헬스사이언스 입학준비

댓글 0 | 조회 496 | 2026.01.28
: 뉴질랜드를 선택하는 이유, 그리고 지금 준비해야 할 것들▲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고… 더보기

샘터와 우물가

댓글 0 | 조회 112 | 2026.01.28
시골집엔 샘이 있었다. 장독대 아래에 있는 샘에 바가지를 띄워놓고 퍼서 먹었다. 새미터(샘터)에 매끈한 돌을 놓고 찬거리를 다듬었고, 빨래도 했다. 물이 흘러가는… 더보기

이민자의 스트레스, 어디로 가는가

댓글 0 | 조회 632 | 2026.01.28
ㅣ 술, 갬블링, 과로로 흘러가는 감정들새해가 시작되면 많은 이민자들이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올해는 조금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 더보기

차나무도 생명, 내버려둘수록 차 맛도 맑다

댓글 0 | 조회 174 | 2026.01.28
화엄사 구층암 ‘죽로야생차’“혹시 대나무와 조릿대의 차이를 알아요?”차밭을 정비하러 나서는 길, 구층암 주지 덕제 스님이 문득 질문을 던졌다. 알 리 없다. 더욱… 더보기

장학금 그리고 의사가 꿈인 두 학생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406 | 2026.01.28
출처 : https://www.acsa-scholarship.or.kr/default/menu02/menu02_cont02.php?sub=22몇년 전까지만 하더라… 더보기

장애인 가족 돌봄자

댓글 0 | 조회 204 | 2026.01.27
가족 구성원중 항시 돌봐야 하는 장애인이 있는 경우 가족 구성원 들은 경제적 부담과 함께 장애인 가족을 돌봄으로 인한 취업기회 상실과 사회활동 포기 등 다양한 희… 더보기

바빌론의 공중정원 전설

댓글 0 | 조회 141 | 2026.01.27
ㅣ존재했는가, 아니면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환상인가“보이지 않는 세계유산”인류가 남긴 유산 가운데, 가장 유명하지만 아무도 본 적 없는 건축물이 있다. 고대 … 더보기

다른 길은 없다

댓글 0 | 조회 125 | 2026.01.27
시인 류 시화자기 인생의 의미를 볼 수 없다면지금 여기, 이순간, 삶의 현재 위치로 오기까지많은 빗나간 길들을 걸어왔음을 알아야 한다그리고 오랜 세월동안자신의 영… 더보기

2편 – 〈세기의 디지털 강도〉 (The Heist of Light)

댓글 0 | 조회 152 | 2026.01.27
“단 12초 만에, 79억 달러가 사라졌다.”프롤로그 - 2028년 4월 9일, 그날 12초, 세계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 라이트게이트(LightGate).… 더보기

향후 10년간 가장 인기 있는 직업 목록이 발표

댓글 0 | 조회 537 | 2026.01.27
이 5가지 진로는 뉴질랜드 학생들에게 안정적이고 높은 소득을 보장하는 미래를 제공합니다!오늘날 아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미래가 우리가 당시 직면했던 미래와 완전히 … 더보기

운도 실력이다 –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행운

댓글 0 | 조회 213 | 2026.01.27
골프장에서 가끔 이런 장면을 목격한다. 공이 벙커를 향해 날아가다가 절묘하게 튕겨 나와 그린 위에 안착하는 순간. 동반자들은 말한다. “야, 운 좋다!” 하지만 … 더보기

‘조용한 살인자’ 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703 | 2026.01.23
지난(1월 20일)은 대한(大寒)으로 24절기(節氣)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이다.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立冬)에서 소설(小雪),… 더보기

2025년 의대 치대 수의대 38명 합격생의 공통점

댓글 0 | 조회 797 | 2026.01.22
출처 : https://www.hufs.ac.kr/hufs/11250/subview.do2025년에도 메디컬 유행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과거에는 크리… 더보기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

댓글 0 | 조회 684 | 2026.01.21
오늘은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소개해 드립니다. 이 방법은 상황을 민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할 수… 더보기

1편 – 〈황금의 망령〉 (The Phantom of Gold)

댓글 0 | 조회 290 | 2026.01.16
840톤의 금괴가 사라진 날, 세계는 새롭게 시작되었다.프롤로그 - 2011년 10월, 리비아 사막 어딘가 폭풍이 사막을 뒤덮은 밤. 모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 더보기

아들 신발

댓글 0 | 조회 303 | 2026.01.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결혼해 집 떠나며남겨진 아들의 신발에아직 남아 있는향기 같은 너의 따스함너와 함께 걷던 상쾌함으로오늘도 신고 나선다튀는 걸음으로 다녔을아들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