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깨는 돌연변이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상식을 깨는 돌연변이

0 개 2,387 피터 황

8bf69f69a424f67e7c7ffe32fd19439d_1554871575_1952.jpg
 

피노(Pinot)라는 말은 솔방울을 뜻하는 프랑스어이다. 그러니 프랑스 부르고뉴의 대표적인 레드 와인인 피노누아(Pinot Noir)는 검은 솔방울이라는 뜻이 되는데 포도송이가 솔방울을 닮았고 포도알의 색깔이 짙은 남색이다 보니 붙여진 이름이다. 피노그리스(Pinot Gris)는 피노누아(Pinot Noir)의 돌연변이 종(種)으로 이태리에서는 피노그리지오(Pinot Grigio)로 불린다. 피노그리스(Pinot Gris)의 그리(Gris)는 회색을 뜻하는 그레이(Grey)다. 이탈리아 동화, 피노키오(Pinocchio)의 Pino도 솔방울(Pinolo)을 뜻하고 제페토 할아버지가 작다는 뜻의 키오(cchio)를 붙여 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지는 귀여운 소나무 인형을 탄생시켰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는 게놈프로젝트 연구를 통해서 화이트와인을 만드는 청포도가 적포도의 돌연변이체라는 것을 밝혀냈다. 적포도의 빨간색 안토시아닌을 만드는 유전자가 고장을 일으켜서 청포도가 탄생했다. 그러니 놀랍게도 모든 포도의 원조가 적포도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화석을 통해 추정해보면 포도는 5천만년전에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에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나 250만년 전에 시작된 마지막 빙하기 홍적세 때 거대한 얼음층이 포도분포지역을 대부분 덮어버리는 바람에 포도는 멸종의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원시인들이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얼어붙지 않은 지역의 덩굴들뿐이었다. 빙하기 이전의 포도가 오늘날 우리가 재배하는 포도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흥미로웠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다.

 

오늘날 포도가 이토록 번성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더욱 믿기지 않는 이유는 이렇게 간신히 살아남은 덩굴에서 열린 과실은 알이 탐스럽게 달린 현재의 포도송이와는 전혀 달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빙하기를 견뎌낸 포도 덩굴은 각 개체가 암나무 또는 수나무의 역할을 하는 암수딴그루였다. 꽃가루를 옮기기 위해서는 곤충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만약 암나무가 수나무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엔 수정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다. 또한 포도나무는 사과가 그렇듯이 모체와는 상당히 다른 과실이 열리기도 한다. 이러한 포도 중에는 작고 쓴맛이 나는데다 먹을 수 없는 씨앗이 가득찬 포도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포도가 오늘날처럼 번성하게 되었을까? 바로 식물의 성적 성향을 바꿔 놓은 돌연변이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암나무에서는 유전자가 수나무의 기관이 형성되지 못하도록 억제하기 때문에 암나무가 되고 수나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가끔씩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암수한몸의 개체가 탄생했을 것이다. 이러한 돌연변이 덩굴에는 수나무와 암나무의 기관이 모두 한 몸에 있다. 그러니 꽃가루를 멀리까지 실어나를 필요가 없고 더욱 풍부한 과실이 열렸을 것이다. 초창기 농부들은 왜 특정한 덩굴에서 열매가 더 많이 열리는지 그 이유를 몰랐겠지만 어쨌든 과실이 많이 달리는 덩굴을 선택하여 재배했을 것이다. 이 선택과정은 대략 8천년전에 시작되었으며 그 다음부터는 단순히 가장 맛있는 과실을 골라 잘라낸 다음 유전적 복제품을 다시 심으면 되는 일이었다. 다행히도 비슷한 시기에 도자기가 발명되어 야생 이스트가 번식할 수 있도록 으깬 과실을 용기에 담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결국 품종은 인류가 유익한 방향으로 개량하기 때문에 실용적으로 다른 형질을 갖게 되는 것이다.

 

포도의 생물학적인 분류는 다양하지만 와인과 관련하여 포도의 종류는 유럽 종과 미국 종 두 계통으로 크게 나뉜다. 유럽 종 포도는 와인용으로 적합한 품종이 많다. 또한 원산지가 건조지대인 관계로 여름이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에서 재배하기 적합하며 석회에 대한 내성 또한 강하다. 미국계 포도는 북아메리카 대륙의 동북부와 캐나다 동남부가 원산지다. 내한성과 내병성이 강하고 강수량이 많은 지역에서도 잘 자라지만 와인용으로는 적합하지 않고 생식 주스용으로 적합한 품종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포도나무의 뿌리에 기생하는 진딧물인 필록세라에 저항성이 있어서 접붙이기 대목으로 사용되어 19세기 세계 와인산업을 위기에서 구한 적이 있다.

 

그래서 유럽 종 포도재배가 불가능한 미국 동부나 아시아에서는 이 두 종의 포도를 교잡해서 잡종을 개발하여 와인에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다른 종 사이의 잡종을 하이브리드(Hybrid)라고 한다. 유럽 종 사이에서도 교잡종이 많은 데 이유는 서로 다른 장점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같은 종 사이의 잡종은 크로스(Cross)라고 하여 잡종이라도 어떤 포도에서 나온 것인지에 따라 그 사용하는 용어가 다르다. 특히 피노누아는 변종이 많아서 부르고뉴에만 약 150개의 다른 클론(Clone)이 있는데 알맹이 크기, 색깔의 강약, 타닌 함량 등이 달라서 와인 생산자의 결정에 따라 최종 와인의 품질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모든 생물은 우수한 종(種)을 선택하고 긍정적으로 진화한다. 블론드의 황금색 헤어 칼라도 돌연변이지만 매력적으로 보여 모든 이들의 시선을 강탈한다. 키가 작고 왜소하며 심지어 못 생긴 아프리카의 한 부족은 자연환경에 의해 생긴 유전자의 변형으로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는다. 단지 오래살기 때문에 모든 여성들에게 최고의 남성으로 대우받는다. 생물은 생존과 진화를 위해 배우자를 선택하고 종족을 보존해 가길 원한다. 오히려 모자라고 부족한 것이 득이 되는 경우가 많다.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275 | 3시간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84 | 3시간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98 | 4시간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22 | 4시간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85 | 4시간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476 | 5시간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394 | 10시간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44 | 10시간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4 | 10시간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60 | 1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36 | 1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45 | 1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2 | 1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26 | 1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09 | 1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06 | 1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08 | 2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86 | 5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48 | 7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0 | 9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18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48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08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2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44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