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깨는 돌연변이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상식을 깨는 돌연변이

0 개 2,463 피터 황


 

피노(Pinot)라는 말은 솔방울을 뜻하는 프랑스어이다. 그러니 프랑스 부르고뉴의 대표적인 레드 와인인 피노누아(Pinot Noir)는 검은 솔방울이라는 뜻이 되는데 포도송이가 솔방울을 닮았고 포도알의 색깔이 짙은 남색이다 보니 붙여진 이름이다. 피노그리스(Pinot Gris)는 피노누아(Pinot Noir)의 돌연변이 종(種)으로 이태리에서는 피노그리지오(Pinot Grigio)로 불린다. 피노그리스(Pinot Gris)의 그리(Gris)는 회색을 뜻하는 그레이(Grey)다. 이탈리아 동화, 피노키오(Pinocchio)의 Pino도 솔방울(Pinolo)을 뜻하고 제페토 할아버지가 작다는 뜻의 키오(cchio)를 붙여 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지는 귀여운 소나무 인형을 탄생시켰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는 게놈프로젝트 연구를 통해서 화이트와인을 만드는 청포도가 적포도의 돌연변이체라는 것을 밝혀냈다. 적포도의 빨간색 안토시아닌을 만드는 유전자가 고장을 일으켜서 청포도가 탄생했다. 그러니 놀랍게도 모든 포도의 원조가 적포도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화석을 통해 추정해보면 포도는 5천만년전에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에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나 250만년 전에 시작된 마지막 빙하기 홍적세 때 거대한 얼음층이 포도분포지역을 대부분 덮어버리는 바람에 포도는 멸종의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원시인들이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얼어붙지 않은 지역의 덩굴들뿐이었다. 빙하기 이전의 포도가 오늘날 우리가 재배하는 포도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흥미로웠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다.

 

오늘날 포도가 이토록 번성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더욱 믿기지 않는 이유는 이렇게 간신히 살아남은 덩굴에서 열린 과실은 알이 탐스럽게 달린 현재의 포도송이와는 전혀 달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빙하기를 견뎌낸 포도 덩굴은 각 개체가 암나무 또는 수나무의 역할을 하는 암수딴그루였다. 꽃가루를 옮기기 위해서는 곤충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만약 암나무가 수나무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엔 수정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다. 또한 포도나무는 사과가 그렇듯이 모체와는 상당히 다른 과실이 열리기도 한다. 이러한 포도 중에는 작고 쓴맛이 나는데다 먹을 수 없는 씨앗이 가득찬 포도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포도가 오늘날처럼 번성하게 되었을까? 바로 식물의 성적 성향을 바꿔 놓은 돌연변이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암나무에서는 유전자가 수나무의 기관이 형성되지 못하도록 억제하기 때문에 암나무가 되고 수나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가끔씩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암수한몸의 개체가 탄생했을 것이다. 이러한 돌연변이 덩굴에는 수나무와 암나무의 기관이 모두 한 몸에 있다. 그러니 꽃가루를 멀리까지 실어나를 필요가 없고 더욱 풍부한 과실이 열렸을 것이다. 초창기 농부들은 왜 특정한 덩굴에서 열매가 더 많이 열리는지 그 이유를 몰랐겠지만 어쨌든 과실이 많이 달리는 덩굴을 선택하여 재배했을 것이다. 이 선택과정은 대략 8천년전에 시작되었으며 그 다음부터는 단순히 가장 맛있는 과실을 골라 잘라낸 다음 유전적 복제품을 다시 심으면 되는 일이었다. 다행히도 비슷한 시기에 도자기가 발명되어 야생 이스트가 번식할 수 있도록 으깬 과실을 용기에 담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결국 품종은 인류가 유익한 방향으로 개량하기 때문에 실용적으로 다른 형질을 갖게 되는 것이다.

포도의 생물학적인 분류는 다양하지만 와인과 관련하여 포도의 종류는 유럽 종과 미국 종 두 계통으로 크게 나뉜다. 유럽 종 포도는 와인용으로 적합한 품종이 많다. 또한 원산지가 건조지대인 관계로 여름이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에서 재배하기 적합하며 석회에 대한 내성 또한 강하다. 미국계 포도는 북아메리카 대륙의 동북부와 캐나다 동남부가 원산지다. 내한성과 내병성이 강하고 강수량이 많은 지역에서도 잘 자라지만 와인용으로는 적합하지 않고 생식 주스용으로 적합한 품종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포도나무의 뿌리에 기생하는 진딧물인 필록세라에 저항성이 있어서 접붙이기 대목으로 사용되어 19세기 세계 와인산업을 위기에서 구한 적이 있다.

 

그래서 유럽 종 포도재배가 불가능한 미국 동부나 아시아에서는 이 두 종의 포도를 교잡해서 잡종을 개발하여 와인에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다른 종 사이의 잡종을 하이브리드(Hybrid)라고 한다. 유럽 종 사이에서도 교잡종이 많은 데 이유는 서로 다른 장점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같은 종 사이의 잡종은 크로스(Cross)라고 하여 잡종이라도 어떤 포도에서 나온 것인지에 따라 그 사용하는 용어가 다르다. 특히 피노누아는 변종이 많아서 부르고뉴에만 약 150개의 다른 클론(Clone)이 있는데 알맹이 크기, 색깔의 강약, 타닌 함량 등이 달라서 와인 생산자의 결정에 따라 최종 와인의 품질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모든 생물은 우수한 종(種)을 선택하고 긍정적으로 진화한다. 블론드의 황금색 헤어 칼라도 돌연변이지만 매력적으로 보여 모든 이들의 시선을 강탈한다. 키가 작고 왜소하며 심지어 못 생긴 아프리카의 한 부족은 자연환경에 의해 생긴 유전자의 변형으로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는다. 단지 오래살기 때문에 모든 여성들에게 최고의 남성으로 대우받는다. 생물은 생존과 진화를 위해 배우자를 선택하고 종족을 보존해 가길 원한다. 오히려 모자라고 부족한 것이 득이 되는 경우가 많다.  

노화(老化)와 노쇠(老衰)는 다르다

댓글 0 | 조회 237 | 23시간전
노화(Aging)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정상적인 변화를 의미하며, 대개 모든 신체 영역에서 서서히 진행된다. 노화는 나이와 연관되어 있으며 비정상적인 과정… 더보기

변화의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394 | 2일전
우리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산업사회를 중심으로 물질적 생산과 경제적 효율이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 더보기

대학생 공부하기 싫을 때 및 번아웃 어떻게 해야 될까요

댓글 0 | 조회 287 | 4일전
매년 이맘때쯤이면 메디컬 입시 (의대,치대,약대, 검안대 등)를 하는 학생들이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에 마주하며 번아웃 혹은 중도를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 더보기

GAMSAT 의전원.치전원 입학시험 고득점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295 | 8일전
지난 칼럼에서는 GAMSAT 3월 시험 총평과 출제경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GAMSAT (Graduate Medical School Admissi… 더보기

지식을 다루는 방법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457 | 9일전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 일상 속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과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실제로 과학 수업이나 실험 중심 프… 더보기

드래곤 전설의 기원

댓글 0 | 조회 226 | 2026.04.29
— 인간은 왜 ‘용’을 상상했는가상상 속 생물, 그러나 너무도 익숙한 존재어린 시절 우리는 한 번쯤 ‘용’을 상상해본다. 불을 뿜고 하늘을 날며, 때로는 신의 사… 더보기

비료와 먹거리

댓글 0 | 조회 231 | 2026.04.29
먹고 살려면 농사를 지어야 한다. 산과 들에서 저절로 나는 것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논밭을 일구어 심고 가꾸어야 한다. 대표적인 먹거리가 5곡이었는데 거기다 온갖… 더보기

뉴질랜드 민사소송의 약식 판결 및 각하

댓글 0 | 조회 360 | 2026.04.29
보통 뉴질랜드 민사소송은 원고 측에서 소장을 법원에 제출하고, 법원에서 승인을 받은 후 피고 측에 송달하고, 피고 측에서도 답변서를 제출하고, 사건 관리 회의 (… 더보기

27. 우레와(Urewera) 부족과 안개 속의 여인

댓글 0 | 조회 170 | 2026.04.29
뉴질랜드 북섬의 깊은 원시림 속에는 우레와(Urewera) 숲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자연 보호구역이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마오리의 투호에나(Tuh… 더보기

고국의 품에 안긴 카자흐스탄 독립유공자 후손과 재외동포

댓글 0 | 조회 203 | 2026.04.29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초청 낙산사 템플스테이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10월 27일부터 11월1일까지 진행된 ‘2024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초청 팸투어’를 성황리에 마쳤다… 더보기

벚꽃 편지

댓글 0 | 조회 207 | 2026.04.29
창밖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일기예보에 폭우 주황색 주의보가 떠있다. 분명 어딘가에 폭우가 쏟아지고 있을텐데 홍수 피해는 없었으면 좋겠다.온 세상이 젖어가… 더보기

비자금

댓글 0 | 조회 350 | 2026.04.2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글쎄 암이란 놈이느닷없이 나를 흔들자꿋꿋이 버티던 나도마음 흔들려아내가 모르던현금으로 꼭꼭 간직해두었던내 비자금을 실토하고난 이제 필요없게 … 더보기

8편 – 체르노빌 섀도우: 봉인된 보고서

댓글 0 | 조회 178 | 2026.04.29
“체르노빌은 ‘폭발’이 아니라, ‘개방’이었다.”프롤로그 -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프리피야트폭발 직후의 지옥 같은 밤.붉은빛이 하늘을 물들이고 수증… 더보기

고용주의 신고의무

댓글 0 | 조회 592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일반적으로는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용주에게 피고용인의 범죄 신고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선 고… 더보기

유학을 보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 — 공부보다 중요한 것

댓글 0 | 조회 506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이번 컬럼에… 더보기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댓글 0 | 조회 174 | 2026.04.28
시인 천 양희이 생각 저 생각 하다어떤 날은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막무가내 올라간다.고비를 지나 비탈을 지나상상봉에 다다르면생각마다 다른 봉우리들 뭉클 솟아오른… 더보기

파트너쉽 비자, 딱 한번에 승인받기

댓글 0 | 조회 455 | 2026.04.28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와 함께 체류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인 파트너쉽 비자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쉬워 보이지만, 실제 심사에서는 매우 정교하고 입체적… 더보기

갬블링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 뇌와 감정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2026.04.28
도박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는 여전히 ‘의지’라는 단어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끊으려면 끊을 수 있지 않나”,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질문은 도박 문제… 더보기

골프 코스마다 스타일이 다르듯, 인생도 정답은 없다

댓글 0 | 조회 231 | 2026.04.28
골프를 오래 치다 보면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모든 코스는 다르다.어떤 곳은 넓고 평탄한 페어웨이를 자랑하지만, 또 어떤 곳은 벙커와 해저드가 도처에 있어 한 … 더보기

걷기 열풍

댓글 0 | 조회 458 | 2026.04.25
충북 괴산에 ‘걷기 열풍’이 불어 98세 어르신도 걷는다. 괴산군(인구 3만7000명)은 65세 노인 비율이 42.6%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노인 의료비 예산은… 더보기

GAMSAT 의.치전원 입학시험 총평 및 출제경향 (2026년 3월)

댓글 0 | 조회 333 | 2026.04.20
<GAMSAT의 급부상 인기>최근 들어 GAMSAT시험 응시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GAMSAT은 주로 의전원 (의학전문대학원)과 치전원 (치학전문대… 더보기

건강한 겨울나기 예방 접종으로 준비하세요

댓글 0 | 조회 675 | 2026.04.17

어디가 더 들어가기 어려울까? 오타고대 의대 vs 오타고대 치대

댓글 0 | 조회 976 | 2026.04.16
지난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Biomed/Health Sci 과정을 낱낱이 파헤쳐보았다. 오타고대 HSFY같은 경우 한인들 기준에서 오클랜드대 Biomed/Hea…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276 | 2026.04.15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전쟁 없이 평화롭게 살게 된 기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전쟁은 비극의 시작이요 삶을 극한 상황으로 인도하며 피와 땀으로 일궈… 더보기

미확인 해양 괴생물(MO) 목격담

댓글 0 | 조회 392 | 2026.04.15
— 인간은 왜 바다에서 ‘무언가’를 계속 본다고 믿는가바다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우리는 이미 지구의 대부분을 이해했다고 믿는다. 우주를 관측하고, 인간의 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