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듀오, 커피와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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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듀오, 커피와 와인

0 개 2,092 피터 황


 

요즘 카페에서는 커피와 함께 와인이, 와인바에서는 와인과 함께 커피가 메뉴 판 리스트에 적혀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소믈리에나 바리스타들이 실제로 와인이나 커피 모두를 취급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소비자들이 커피의 향미에 눈을 뜨면서 와인처럼 커피를 가려 마시기 시작한 데 있다. 

 

먼저 맛과 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와인과 커피는 공통점이 있다. 복잡하고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기려는 사람들 때문에 이들 두 음료는 오랫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생산지의 기후와 토양은 물론 그 지역 사람들의 문화까지 고스란히 담아내는 와인과 커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맛과 향의 배합이 가능하다. 그러니 와인과 커피 애호가들이 자신에게 맞는 맛과 향을 찾아 긴 여정을 떠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히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아하다, 복잡하다, 풍부하다, 달콤하다’ 등 테이스팅을 하면서 맛과 향을 표현하는 어휘도 무척이나 유사하다. 질 좋은 와인에서 느끼는 풍미를 커피에서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품질을 평가하는 언어에서도 커피는 와인의 것을 많이 가져온 것도 사실이며 커피가 비록 개발도상국가에서 재배된다는 등의 이유로 와인과 같은 감정체계를 개발하지 못해왔지만 시간과 장소에 대한 감각을 동일하게 전달하는 훌륭한 음료다. 

 

빈티지에 따라 원두 커피의 품질이 다른 것도 와인과 닮은꼴이다. 와인이 산지를 분류하듯이 커피도 마찬가지다. 과테말라, 니카라과 같은 나라들은 법으로 커피 산지를 구분하고 있으며 콜롬비아는 86개 지역으로 산지를 나눈다. 포도가 전 세계에 수많은 품종이 있듯이 커피도 병충해에 강하고 향미가 뛰어난 품종을 개발하면서 점차 다양한 커피들이 등장하고 있다. 

 

훌륭한 와인은 지리, 토양, 기후와 날씨 패턴을 포함하는 그 지역의 특성을 전달하는 능력으로 가치가 매겨진다. 와인의 명칭은 이같은 차이를 확인하고 보호하며 품질의 기준을 제공한다. 이와 같이 커피도 최근에는 마케팅을 위해 테루아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페셜티 커피가 지역적 특징을 가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형식적인 호칭(appellation)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점차적으로 특별한 지역이나 농장을 기록하는 것이 증가하고 있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생산국가별로 커피를 인식하고 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와인은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라 불리는 고품질의 포도로부터 온다. 예를 들어 피노누아(Pinot Noir)나 샤도네이(Chardonnay)라 불리는 품종들이다. 이들은 척박한 환경에 잘 견디는 비티스 라브루스카(Vitis labrusca)나 비티스 리파리아(Vitis riparia)와 같은 품종과 변종들로 분화한다. 커피도 유사한데 크게는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로 구분된다. 아라비카는 스페셜티급 커피의 주요 원료가 되고 로부스타는 맛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지며 주로 인스턴트 커피의 재료로 많이 사용된다. 비티스 비니페라의 테두리 안에서 수백종의 포도 품종들이 상업 용 와인양조를 위해 재배되듯이 아라비카 종에도 부르봉(Bourbon), 티피카(Typica), 값비싼 게이샤(Geisha) 등 다양한 품종들이 있다. 

 

넓은 수확지역에서 분리된 예외적인 커피콩인 마이크로 랏(micro-lots)의 증가는 우수한 커피콩의 재배지역을 확인하게 해 주는데, 이는 와인에서 싱글 빈야드(single-vineyard)의 개념과 유사하다. 와인 상인들이 우수한 포도밭에서 만들어지는 것을 유지하려 하듯이 동일한 개념이 커피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와인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커피의 질은 농장의 관습에서 출발한다. 오랫동안 채집자들은 단순히 수확한 커피콩의 무게로 돈을 받았다. 오랜 기간동안 질보다 양이 우선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열매가 익은 것을 확인하고 분류하고 가공하는 방법과 병충해나 물 관리법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농부들의 능력과 수입이 향상됐다. 수입이 많아지니 커피산지에서도 품질 좋은 스페셜티 커피를 생산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이와 더불어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가 만들어져 커피의 외관, 질감, 깔끔함 등을 평가해 80점 이상 점수를 받은 커피를 스페셜티 커피로 규정해 품질 제고를 유도하고 있다. 

 

와인이 유대 기독교의 유럽문화에 기반을 둔 음료라면 커피는 이슬람 세계의 특징적인 음료다. 기독교를 기반으로 하는 문명 어디에서나 와인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아랍이 정복한 곳에서는 예외없이 커피가 발견된다. 커피와 와인은 극명하게 다른 두 문화를 대변하는 음료였지만 인간의 역사가 흐르면서 유럽문명과 아랍문명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근대문명의 원동력이 되었다. 한 잔의 커피와 와인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풍요롭게 한다. 불화와 갈등을 해소시키는 매개체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따뜻한 커피와 향기로운 와인의 자리에 진실한 사랑이 더해질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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