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길 삼십분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뱃길 삼십분

0 개 1,907 오소영

 

2c76755b3f816b4bb91ac620ec066f4a_1522123340_788.jpg

 

뱃길 삼십분은 짧은 여행길이다.  

쾌적해서 기분좋게 타는 훼리(ferry). 감질나고 아쉽다. 

 

특별한 볼 일이 없으면 마냥 누워서 뒹구는 날이 있다. 그러나 편한 것은 잠시뿐. 몸과 마음이 바닥으로 처진다. 잠깐 눈붙인 오수(午睡)에는 두려운 악몽만 달겨들고. 갑자기 암담한 나락에서 헤맨다. 나이 무게에 짓눌린 헐헐한 영혼 때문일까? 

 

정신을 차리려면 일어나 밖으로 뛰쳐 나가야 한다. 갇힌 공간을 벗어나 사람들 속에 섞이고자 혼탁한 세상 속으로 다시 몸을 던진다. 

 

이럴 때, 한 시간이면 되돌아올 수 있는 뱃길 여행지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 

 

배에 오르면 낯선 세상을 달려온 여행자의 마음으로 설렌다. 한 번도 본적없는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창가에 앉아 출렁이는 물살을 벗 삼아 뒤로 멀어지는 시티를 바라본다. 내가 발딛고 사는 땅을 잠시 벗어나 아주 먼 곳을 떠나는 것 같은 착각도 새롭다. 까만 어둠 속에서 저 도시를 바라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시드니’의 깨어나는 새 아침을 보던 때의 경이로움이 생각났다. 또 하루의 일출을 맞이하려는 도시의 꿈틀거림이. 참으로 장관이었다.

 

어둠속에서 하나 둘 불빛이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숫자가 늘어가면서 반딧불 동굴처럼 불꽃으로 화사해져 가는 도시. 천천히 솟아오르는 태양빛을 받으며 반짝이는  ‘오페라 하우스’의 모습이 보석처럼 빛났다. 각도를 잘 잡아 찍은 전문 사진가의 멋진 사진 한 장이었다. 

 

그 아름다움을 혼자서만 본다는게 얼마나 안타깝던지... 

 

“얼른 일어나셔요. 시드니가 열리는 저 멋진 걸 보셔야죠.” 호들갑을 떨며 일행들을 깨웠던 그 어느 해의 크루즈 여행. 

 

미끄러지듯 부두를 찾아 들어가는 배는 이미 그 곳을 지나쳤다. 

 

아침 잠이 유난히 단 내가 무슨 행운이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갈매기들의 여유로운 날개짓. 멋진 곡예로 비상하며 파란 하늘을 수놓는다. 마치 내게 아양을 떨듯이.... 

 

저기 하얗게 긴 띠를 두른듯 따라오는 길은 밋션베이 로드다. 

 

그 길 끝이 누드 비치 언덕이다. 호기심으로 벼랑밑을 내려다보면 정말로 벌거숭이의 사람들이 보였다. 재미있다고 느끼면서 굉장한 문화의 충격을 받곤했다. 

 

대자연 앞에서 진짜 자연인이 되어 보려는 인간의 귀소본능 때문일까? 그 길을 달리는 차들이 장난감처럼 앙징스럽게 귀엽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웅장한 크루즈가  바다 한 가운데 버티고 서 있다. 너무 커서 부두에 정박하지 못한 떠다니는 호텔이다. 마치 하얀 섬이 하나 우뚝 솟아난듯 보인다. 그 규모로 보아 쉽게 볼 수 있는 만만한 크루즈가 아닌게 틀림없다. 

 

“삼만불짜리 세계일주 쿠르즈나 타보고 마지막 갑시다” 

 

아내에게 약속했다던 어느 남편은 뭐가 그리 급했는지 속절없이 저 세상 벌써 가 버렸다. 크루즈 이야기만 나오면 눈가가 촉촉해 지는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치 앞을 모르는게 인생이거늘. 지금 우리 나이가 얼마인데... 우리는 쓴 웃음을 흘렸다. 

 

배가 닿은 터미널에서 버스로 한 정거장. 정말로 그림같이 아름다운 바다 풍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양편 길가 카페에는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관광객을 손짓하는 갖가지 상품들이 오색으로 찬란하다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우리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알아서 데려다 달라”고 기사님한테 부탁했더니 섬 한 코스를 다 돌아 다시 데려다 준 곳이 여기였다. 카페겸 바에는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로 앉을 자리가 없다. 늙은이들 기웃거리기엔 과감한 용기가 필요했다. 

 

2번 버스던가? 그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달려간다. 

 

인기척도 없고 집도 별로 없는 한적함만이 나그네를 반긴다. 나무 숲 우거진 등성이 밑으로 내려가면 거긴 정말 별천지의 세상이 펼쳐진다. 카렌다에서나 보았던 멋진 풍광에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둥그렇게 아담한 비치가 잔잔한 물을 품고 졸듯이 조용하다. 소리치면 들릴 것처럼 물건너 푸르른 마을이 건너다 보인다. 이쪽 낚시터의 새빨강 지붕이 그림처럼 물위에 떠있다.

 

보이는 사람 하나 없는데 식탁위에 하늘색 비치파라솔은 누가 펴놓았는 지? 누군가가 마시고 간 빈 프라스틱 컵 네 개가 심심함을 덜어준다. 

 

처음부터 그 숨겨진 비경을 찾은게 아니었다. 헝크러진 나무숲에 가려진 그 곳을 몇번이나 그냥 지나쳤었다.

 

같은 곳이지만 여행은 누구와 같이 가느냐에 따라 느낌도 기분도 달라진 다. 처지가 같은 동병상련의 말 통하는 친구와 함께라면 부담이 없어 좋다. 어떤 말이든 허물없이 나눌 수 있는 친구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점심 준비를 해 온 친구와 밥 먹을 자리를 찾다가 보물처럼 찾아낸 곳. 빛나는 우정에 내린 선물이었을까? 

 

어느 누구 우울 소리만 나오면 죽이 맞아 떠나는 우리들의 비밀 아지트.

 

‘와이헤케’ 

노인이란 호칭을 더께더께 무겁게 달고사는 우리들. 혼미해져 가는 영혼을 흔들어 깨워주는 멋진 밀애(?) 장소다. 

 

아직 미지의 1,3,4번 코스가 더 남아있다. 또 다시 숨어있는 비경을 찾아내야지. 어떤 정보도 없이 부닫히면서 찾아내는 쾌감을 모험처럼 즐기려고 한다. 

 

여지를 남겨두고 늘 호기심을 자극하는. 뱃길 삼십분.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412 | 10시간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12 | 10시간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34 | 11시간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76 | 11시간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06 | 11시간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588 | 11시간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399 | 16시간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0 | 16시간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5 | 17시간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72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45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0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3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28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1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09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14 | 2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88 | 5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53 | 7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0 | 10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24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53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0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4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46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