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고민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고슴도치의 고민

0 개 2,222 새움터

 9e566353983df97080c547d7a045610f_1508907219_8867.jpg

 

“전화 끊어. 나 바빠!”

 

첫 마디가 날카롭다. 평소에 친하게 지냈다고 생각한 친구의 반응이다. 얼른 전화를 끊었다. 마음이 영 편안하지가 않다. 나도 바쁜 데 시간을 내서 전화했던 거였다. 특별히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동창도 없고, 친척도 없는 이민 생활에서 그래도 나를 많이 이해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겠거니 했다. 그런데도 섭섭한 마음이 멈추질 않아 동네를 한 바퀴 산책하고 왔다. 기분은 살짝 나아진 것 같지만 머릿속은 복잡했다. 결국, 엉뚱한 생각에까지 이르렀다.‘내가 그 동안 너무 잘해줬나? 내가 너무 쉽게 보이나? 앞으로 내가 다시는 연락하나 봐라.’

 

‘고슴도치의 고민’(Hedgehog’s dilemma).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와 정신 분석의 창시자인 오스트리아 신경과 의사 프로이트가 사람 사이의 친밀감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해 사용한 말이다. 친밀감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상처와 아픔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는 체온을 지키려고 끼리끼리 모인다. 그러나 가시가 찌르기 때문에 떨어져 있어야 한다. 얼마 안 있어 고슴도치들은 다시 모인다. 그것도 잠시, 또 떨어져 있어야 한다. 이런 행동을 몇 번 반복한 후에 고슴도치들은 어느 정도 적절한 거리에서 머무른다.

 

이런 현상이 사람 관계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은 마음으로 가까이 다가가지만, 각자의 타고난 독특한 성격으로 인해 서로를 밀어낸다. 서로를 향한 뚜렷한 선의를 가지고 있음에도 개개인의 타고난 기질과 각자 다르게 살아온 생활환경으로 말미암아 상처되는 말과 행동을 하게 된다.

 

좁은 이민 사회 안에서 우리는 쉽게 상처를 받는다. “우리가 남이야”하면서 상대에게 불쑥 다가간다. 이것저것 다 챙겨주고 다 퍼준다. 내가 하고 싶어 한 것이다. 그러다가 상대편의 가시가 나를 찌르면 “내가 어떻게 했는데 네가 이렇게 할 수가 있어”하고 원망을 한다.

 

또한, 반대로“한국 사람이 다~아 그렇지 뭐. 내가 이래서 이민을 왔다니까…”하며 볼멘소리를 한다. 조금은 비아냥거리면서 다른 한국 사람들을 멀리서 쳐다본다. 본인은 한국 사람이 아닌 것처럼. 그리고 백인 키위만 보면“땡큐!!”를 연발하며 환하게 웃는다.

 

이제 나를 들여다본다. 나도 혹시 이런 비슷한 행동을 한 적이 없었을까? 피식 웃음이 나온다.

 

2주 전쯤이다. 한국에 사는 여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치과 약속 시간에 늦어 정신없이 나가려던 참이었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나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남편은 이미 차 시동을 걸어 놓고 있었다.

 

“나 지금 나가야 해!!!!!”

왜 전화했냐고 묻지도 못했다. 외치듯 내 말만 하고 성급히 전화를 끊었다. 그때는‘치과에 갔다 와서 바로 전화해야지’하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완전히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맙소사 !!!”

여동생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먼저 미안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급하게 전화를 끊어야만 했던 이유를 이해가 가도록 찬찬히 설명하고 싶다. 동생이 평소의 그 활달한 성격대로

“무슨 말 하는 거야! 다 잊어버렸어.”

그렇게 말해줬으면 참 고맙겠다.

 

지금의 마음 같아서는 친구에게도 내가 먼저 전화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괜찮냐고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니냐고? 며칠 전에는 전화를 그렇게 받아서 내가 마음이 상할 뻔했다고.

 

아니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까? 이 친구와 나 사이의 적정거리를 머리 속으로 그려본다.

 

*새움터는 정신 건강의 건전한 이해를 위한 홍보와 교육을 하는 단체입니다.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418 | 11시간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14 | 11시간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36 | 12시간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77 | 12시간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06 | 12시간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592 | 12시간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0 | 18시간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0 | 18시간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5 | 18시간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77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1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0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3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28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1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09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15 | 2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89 | 5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53 | 7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0 | 10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24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53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0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4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46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