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스럽게 버리지 못하는 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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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스럽게 버리지 못하는 미련

0 개 2,371 김지향

어리석고 둔한 것을‘미련하다’고 하며, 품었던 감정이나 생각을 딱 끊지 못하는 것을‘미련’이라고 한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며 동물을 미련스럽다고 하지만, 어찌보면 인간이 동물보다 더 미련스럽다고 할 수 있다. 아니, 세상에서 가장 미련스러운 존재가 인간일 수도 있는 것이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살아가기에 변화에 대한 갈등과 두려움이 일어나서 혼란스러워 한다. 역으로 변화에 대한 갈등과 두려움 때문에 미련을 버리지 못할 수도 있겠다만, 미련 때문에 변화하지 못하는 인간은 미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련 없이 떠나 보내고 받아들일 줄 아는 자야말로 그 얼마나 지혜로운 자인가? 미련 때문에 흐르지 못하고 고여 썩어버린 물에서 사는 물고기와도 같은 사람들이 그 얼마나 많은가? 나 역시 그들 중 한 사람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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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이상한 일이 있었다. 코리아포스트에서 칼럼 원고 청탁이 오지 않았다. 전체 이메일로 보내기에 특별히 나만 빼놓고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원고 청탁 이메일이 오지 않았던 적이 없었기에 무슨 사정이 있을 거란 생각을 했었다.

 

헌데 금요일 저녁에 리마인드 메일이 도착했다. 저녁만 먹고 나면 피곤해서 곧바로 잠이 들기에 토요일 새벽에 일어나서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토요일에도 출퇴근을 하는 나에게 그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칼럼이란 것이 수다 떠는 것이나 편지를 쓰는 것처럼 가볍게 뚝딱 적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생각하는 내용을 글로 옮겨 쓴 것으로만 만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좋은 원석이라도 다듬지 않으면 제 빛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처럼 글 또한 잘 다듬어야 제 맛이 나는 법이다.

 

2주의 일상 동안 내 생각은 늘 칼럼에 가 있다. 칼럼을 통해 나 자신을 정리하고 다듬고, 그렇게 정리 된 내 생각을 함께 공감하는 독자들이 있다는 생각에 칼럼에 정성을 들여가면서 살았다.

 

하지만 7월 내내 원고 청탁 이메일이 오지를 않았다. 많은 생각이 오갔다. 몇 년 전부터의 내 꿈인 소설 작업을 제대로 시작해야 하는 것인지, 그래서 수필 작업을 끝내라고 하는 것인지, 코리아포스트에서 내 글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인지……

 

미련 없이 코리아포스트에 올리는 칼럼을 그만 두기로 마음을 먹었으나, 리마인드 이메일이 또 온 것이다. 그 이메일을 받고 나서 미련과 변화에 대한 사색을 하게 되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쓸 수가 없었다.

 

한메일이 코리아포스트처럼 아웃룩이 잘 튕겨져 나가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 별도로 이메일을 보내겠다는 소식을 받았다.

 

7월 첫 회에 오해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 자칫 잘못했다간 오해로 코리아포스트의 독자들과 생 이별을 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몇 안 되는 독자라도 내 글에 공감을 하는 독자가 있다면 함께 마음을 나누는 것도 괜찮은 일이기에 오해를 풀게 된 걸 다행으로 여겼다.

 

내가 미련스럽게 코리아포스트 칼럼 쓰는 일에 미련을 갖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를 필요로 한다면 아직은 소설 작업을 뒤로 미루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큰 파도가 오는 것을 보면서도 파도 타기에 자신이 없으면 뛰어 들 수 없다. 노련한 파도타기 선수가 되어야 큰 파도와 하나가 되어 파도타기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 덕분에 나는 미련과 미련함 그리고 변화의 세 관계에 대해 사색하게 되었고, 아직은 큰 파도를 탈 시기가 아님을 자각하고 소신껏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코리아포스트에 올리는 칼럼이 미련이 아닌 나 자신을 연마하는 과정임을 깨달으면서 변화의 파도가 다가왔을 때 노련하게 파도타기를 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소원한다.

 

감사하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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