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과 윤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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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과 윤이상

0 개 1,725 한일수

고국을 떠난 후 다시 고국 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파리에서 영면한 쇼팽과 베를린에서 영면한 윤이상,

금년이 윤이상 탄생 100주년 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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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던 1939년 어느 날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어느 건물 지하 홀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앙상하게 뼈만 남은 손으로 유태계 폴란드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Szpilman)이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고 있다. 

 

쇼팽의 야상곡을 열정적으로 연주하고 있었는데 옆에서는 독일 군 장교가 넋을 잃고 그 장면을 쳐다보고 있다. 영화「피아니스트(The Pianist)」의 한 장면이다.

 

영화의 주인공 스필만은 가족과 함께 기차에 실려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로 이송되어 가고 있는 중 친구의 계략으로 탈출하여 바르샤바에 남게 되었으나 나치가 점령한 지역인 만큼 아무 활동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폭격이 난무하는 시가지를 피해, 건물 지하에서 홀로 생명을 지탱해나갈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 그 건물 안에는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어 생명 줄이 되었다.

 

탈출을 도왔던 친구가 말했다.

“예술가인 네가 할 일은 따로 있어, 음악으로 용기를 주는 일이라던가 …….”

 

피아노 치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면 자기의 피신이 탄로 날 수 있으므로 마음속으로 연주를 했다. 

 

머릿속으로 건반 음을 떠올리며……. 당시 상황에서 피아노는 스필만에 있어서 누군가에 용기를 줄 수 있는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인 동시에 스필만 자신에겐 비참한 현실을 버텨낼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존재였다.

 

어느 날 건물을 수색하던 독일 군 장교에게 피신 사실을 들키게 되고 수용소로 다시 끌려갈 처지에 놓여 있었으나 그 장교는 스필만에게 피아노 연주를 해볼 것을 제의한다. 

 

영혼을 울리는 선율이 지하 홀에서 울려 퍼지고 독일 군 장교는 전쟁의 본분도 잊은 채 영혼의 소리에 취해 넋을 잃게 된다. 남녀가 한 자리에서 쇼팽의 야상곡을 함께 들으면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한다.

 

그 상황에서 적군과 아군, 도망자와 추격자의 개념은 사라지고 둘은 영혼이 상통하는 동지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 후 그 장교는 피아니스트를 위해 먹을 것과 생활용품 등을 제공해주고 러시아 침공으로 독일 군이 패퇴할 때, 입을 것 까지 챙겨주고 떠났다. 

 

그 장교가 남기고 간 말,

“나에게 말고 하느님께 감사해라. 하느님은 우리 모두가 살기를 원하며, 그것이 우리들의 믿음이기도 하지……”. 

 

이념이란 무엇이고 정치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전쟁이란 무엇이고 누구를 위해 피를 흘려야만 되는 것인지?

 

폴란드가 낳은 19세기의 천재 음악가 쇼팽! 

 

1830년에 비엔나에 연주 여행 중 고국에서는 러시아의 지배로부터 독립하려는 혁명이 일어났으나 실패로 돌아갔고, 쇼팽은 파리로 향했으며 이 후 영원히 조국과 결별하는 신세가 되었다. 

 

사랑과 이별 - 타국에서의 병약한 독신 생활, 여류 작가 조르주 상드의 모성애적인 사랑을 받으며 창작 활동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그러나 9년 만에 조르주 상드와의 이별은 쇼팽에게 실의와 고독에 침잠케 했고 쇼팽의 건강 상태는 더욱 나빠져 39세의 나이로 요절하고 만다. 유해는 파리에 묻히게 되었는데 20년 전 고국을 떠날 때 선사받은 고국의 흙이 무덤에 뿌려지고…….

 

윤이상(尹伊桑, 1917-1995)은 어떤가? 동아시아 음악의 요소를 서양 음악에 접목하여 유럽 음악계의 주목을 받고 1965년 불교 주제에 의한「오, 연꽃 속의 진주여」, 1966년 관현악곡「예악(禮樂)」발표로 국제적 음악가로 성장한 한국의 자랑이었다. 

 

1963년 음악적 영감을 얻기 위해 북한을 방문하고 친구 최상학을 만난 사실로 1967년 이른바 동 베를린 사건에 연류 되어 국내로 강제 소환되고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유럽 음악가 200여명의 탄원으로 감형, 석방되고 유럽으로 다시 건너가 서독 국적을 취득했다. 1970년대, 1980년대 몇 차례 한국 입국이 시도되었지만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아 성사되지 못했고 1994년 서울, 부산, 광주 윤이상 음악 축제 때에는 꼭 참석하기를 바랐으나 당시 김영삼 정부와의 갈등으로 다시 무산되었으며 다음해에 독일에서 작고(作故)했으며 베를린에 안장되었다.

 

서양 악기와 음악 체계로 동양적인 음색과 미학을 표현할 수 있게 한 주요음(Hauptton) 기법과 주요음향(Hauptklang) 기법이라는 작곡 기법을 개척한 20세기의 대표적인 음악가이다. 1969년 2월에 뉴른베르크에서 초연된「나비의 미망인」은 31차례나 커튼콜을 받을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의 고국인 한국에서는 그의 음악이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선생은 평생을 돌아 갈 수 없는 고향 통영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안고 유럽에서 생활했다.

 

“새벽 바다를 삐걱거리며 멀어지는 목선, 그리고 저녁에 돌아오는 어부들의 노랫소리, 물결 위로 스치는 바람, 밤 바다위의 별들에서 그는 어릴 적‘신비한 우주의 소리’를 들었는데…….”

 

남한 민족과 북한 민족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한민족이 남북으로 갈라져 있는 현실이다. 윤이상 선생에 있어서 이념보다는 민족이 더 중요했다. 

 

남북한이 문화, 예술을 통해서 교류를 활성화하고 민족혼을 공유하여 나감으로써 진정한 통일의 길로 향하는 통로가 개척되어 가는 과정이 아닐까?

 

지난 달 G20 정상 회의 차 독일을 방문했을 때 대통령 영부인 김정숙 여사께서 윤이상 선생 묘소를 참배하고 통영에서 공수해 간 동백꽃 나무를 식수한 일이 암시하는 바는 무엇 일까? 

 

금년은 윤이상 선생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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