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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단상

0 개 1,600 김준

5월 입니다.

 

한국에선 5월이 주는 의미가‘신록의 계절’ 또는‘가정의 달’이겠지만 이 곳 뉴질랜드에서 강산이 한번 변하고도 반 토막을 바꿔먹을 시간 동안 지내다 보니 5월은 여름의 쨍한 햇살을 잠깐씩이라도 맛볼 수 있는 한 해의 마지막 기회요 냉냉한 겨울의 전주곡인 이른 아침 유리창에 돋는 물방울들을 맞이하는 첫 시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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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뉴질랜드 생활의 대부분을 학생들과 보내다 보니 저에게 5월은 여러 가지 다른 의미들이 있는 달 입니다. 물론 한 명의 사교육업 종사자로서 느끼는 의미이니 어느 정도 직업병에 근접한 감상일수도 있겠습니다.

 

5월은 각급학교의 Mid year exam이 있는 달 입니다. 간혹 MYE 을 치르지 않는 학교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학년을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MYE이냐’라고 반문할 만한 시점에 시험을 치르게 되고 현실적으로 이 시기가 한 교육 년도의 중간지점이 됩니다.

 

NCEA과정의 학생들에겐 2월 학년 초부터 연말 시험준비에 들어가는 9월 말까지의 기간 중 딱 반이 지난 셈이고 Cambridge과정의 학생들에겐 한 해 교육기간인 3텀의 시간 중 한 가운데를 지나는 정확한 중간 점검시기가 되는 셈 입니다. 

 

IB과정은 7월학제와 2월학제가 있어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2월 학제의 학생들에겐 연말 final 시험을 대비해 Mock exam을 치르는 시점이고 7월 학제의 학생들은 그야말로 일생일대의 중요한 시험인 Final시험을 지금 바로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흔히 말하는‘공인점수’를 취득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5월에 AP시험을 치뤄야 하구요 대게 8월경에 결판을 짖는 SAT Subject 시험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시기가 바로 이 때 입니다. 

 

흔하진 않지만 국제 Olympiad에 국가 대표로 선발되기를 고대하는 학생들은 5월의 최종 발표를 기다리며 조마조마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테고 마찬가지로 해외 대학에 지원서를 낸 학생들이 이메일 한 통에 울고 웃는 시기도 바로 5월 입니다.

 

시간이란 참으로 얄궂어서 오지 않은 시간은 언제나 한없이 여유롭고 스쳐가는 매일은 지루하기 그지없어 하품만 나오지만 지나버린 시간은 세상 그 무엇보다 빠르기만 합니다.

 

만약 우리의 아이들에게 시간을 조망하는 지혜가 있어 여유로운 내일이 환상인 것을 자각하고 나른한 오늘을 낭비하지 않으며 지나버린 시간에 매달려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면 세상 어느 부모가 자녀 때문에 걱정을 하겠습니까마는 성인이 되어도 어렵기만 한 일을 아이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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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며 시간에 대해 이야기할 때 꼭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집중’‘시기’입니다. 

 

한번에 모아 말하면 ‘시기를 잘 파악해서 공부에 집중해라’ 정도가 되겠습니다. 

 

어른도 마찬가지 이지만 노는 일 이라면 빚을 내고, 공부를 해서까지 놀고 싶은 나이의 아이들에게 항상, 1년 열두달, 온 학창시절을 다 바쳐, 열심히 공부만 해야 한다 라고 주문하는 것은 어찌 보면 고문에 가까운 일입니다. 

 

1년으로 맺어지는 한 학년의 시간도 강약을 조절해야 능률적인 공부가 가능하듯, 길게 보아 Intermediate에서 시작해 대학 전공을 정하는 시기까지 이어지는‘전문 사회인 양성과정’도 공부에 더욱 집중해야 할 적절한 시기가 있습니다. 

 

뒤집어 말한다면 상대적으로 중요성을 덜 주어도 되는 시기가 있다는 말도 되겠습니다. 

 

뉴질랜드 현지 대학을 진학하고자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항상 조언을 합니다. 물론 이 말은 대학에 재학 중 이거나 졸업을 한 학생들을 통해 수집한‘간접경험’을 배경으로 하기에 모든 경우에 적합하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속칭‘잘 나가는’아이들이 주요 정보원이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제가 하는 그 조언이란‘대학 공부가 진짜다. 고등학교 공부는 지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정도만 해도 된다’ 입니다. 물론 고등학교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 대학에 가서도 성적이 좋은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에 이 조언을 뼈 속 깊이 간직해야 할 학생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학생들은 고등학교 과정의 성적을 내는 일에 지나치게 열중한 나머지 자신이 목표한 대학에 합격한 이후 공부에 대한 열의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그저 아슬아슬하지 않을 정도로 합격한 후 대학시절을 지내며 일취월장하는 또 다른 학생도 있구요. 사회 생활을 해 본 어른들은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미국의 유명 사립대에 입학 한 많은 수의 한국, 중국 학생들이 대학을 중퇴하는 바람에 대학교 측이 학생수 부족으로 고민한다는 소식이 있는 것을 보면 너무 이른 시기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쳐버리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2002년 월드컵 대표팀을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은 여러 번의 평가전에서 국가 대표팀이 고전을 할 때 이렇게 말했었습니다.

 

‘대표팀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우리 팀의 전력은 계속 상승하다가 월드컵 본선에 이를 때가 되어서 최고조에 달할게 될 것이다.’히딩크 감독은 평가전 보다는 월드컵 본선 경기에 더 많은 중요성을 두었고 실제로 그의 예상과 전략은 맞아 떨어졌습니다.

 

5월이 되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시기에 잘 맞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만… 2016년 학생들 중 IB과정을 공부하는 사립학교 학생 하나가 Dux(1위)로 졸업을 했고 NCEA 과정을 공부한 다른 학생은 Proxime(2위)으로 졸업을 했습니다. 

 

그들의 성취는 본인 스스로에게 한없는 자랑스러움이고 부모님께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되며 저에게는 어렵게 어렵게 지내온 1년에 대한 무형의 보상이 됩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좋은 결과를 거둔 학생들을 볼 때 마음 한 켠에 무언가 모를 불안감이 생깁니다. 

 

위의 두 학생들이야 정상을 향해 산을 오르던 중 만나게 된 빼어난 경치에 혹해서 본래의 목표인 ‘정상’을 잊거나 할 학생들이 아니기에 걱정 없지만 간혹 학생들 중엔 애쓰고 힘써서 얻어낸 결과에 만족해하며 한참을 쉬어가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이렇게 쉬어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만큼 힘을 쓰지 않아도 됐을 법한 일에 지나친 에너지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1등 졸업, 2등 졸업은 정말로 영예스럽고 자랑스럽지만 만약 그 등수를 얻기 위해서 대학 입학에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final 시험준비에 쏟을 에너지를 다 사용한다면 후회스러운 결과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비유해 보자면 사냥꾼이 곰 잡으러 가는 길에 점심으로 먹을 토끼 잡느라 힘을 다 쓴 꼴이라 할까요? 아마도 그 사냥꾼은 정작 곰을 맞닥뜨린 자리에서 토끼 잡느라 흘린 비지땀을 많이 후회하게 될 겁니다.

 

아마 어떤 독자께서는‘그럼 공부를 열심히 하지 말라는 말이냐’라며 반문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학생들은 최선을 다해 공부해야 합니다. 

 

그러나 항상 최상위의 점수를 유지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 한다면 꼭 필요하고 중요한 순간에 에너지를 집중해 자신의 발자국을 남길만한 부분에서 최선의 성취를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입니다.

 

복잡하고 할 일 많은 5월 입니다. 한 교육년도의 중간을 가로지르는 5월에 우리의 아이들이 자신의 목표와 현실의 상황을 한 번쯤 재점검 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시점에서 에너지를 쏟을 것인지 어느 부분에서 한숨을 돌릴 것인지 대략적인 리듬을 파악하는 것 만으로도 학년말 준비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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