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나무 시냇물을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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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나무 시냇물을 걸으며

0 개 3,200 한일수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鄕愁)에 나오는 ‘옛 이야기 지줄 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가는……’ 그 실개천은 오늘 날 흐르지 않고 있다. 첫 사랑의 클리세(Cliche)가 되어버린 황순원의 단편 소설「소나기」에도 어김없이 개울가에서 물장난 치던 소녀, 소년의 사랑 이야기가 시냇물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누구에게나 시냇물은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으로 간직되고 있다. 그러나 오늘 날의 시냇물은 없어졌다고 봐야 옳다. 1980년대에 어린 시절의 그 냇가를 찾아보려고 했으나 구불구불한 냇물은 온데 간 데 없어 졌고 쭉 뻗은 수로(水路)만 보였다. 농촌 근대화의 엇갈린 모습이기도 했다.     

 

내가 태어난 집 앞에도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건조기에 냇물 바닥이 물을 머금지 못하고 말라버린 때가 어쩌다 한 번씩 나타나기도 하였지만 냇물은 일 년 내내 흐르고 있었다. 여름철 장마 때는 냇물이 범람하여 둑이 무너지는 광경도 목격했다. 냇물을 거슬러 올라가면 어디가 나올지, 냇물을 따라 내려가면 어디에 당도하게 될지에 대해서도 궁금하게 여겼다. 냇가에는 제법 백사장도 마련되어 있었고 어린이들은 백사장에서 여러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여름철에 초보자가 수영을 배우는 학습장이기도 했다. 냇가에서 물장난 치고 있을 때 할머니께서 나를 부르시며 학교 가는 날이라고 재촉하시던 모습도 선하다. 나는 만 5살이 되기 전에 학교에 입학했는데 그날이 입학식 날이었던 모양이다. 어렸을 때 어느 여름날 저녁 아버지가 나를 냇가에 데리고 가 같이 목욕을 했던 기억이 뚜렷이 떠오른다.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우리 둘 사이를 갈라놓아 다음 추억은 이어지지 못했다. 

 

70여년의 세월이 흐르고 내가 뉴질랜드에 까지 와서 시냇물을 걸어보게 되니 바로 엊그제 같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와이나무 스트림(Wainamu stream)은 오클랜드 서쪽 베델스 비치(Bethells beach) 못 미쳐서 위치해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왼쪽에 흐르는 와이나무 스트림을 따라 올라가면 사막이 전개되는 의외의 광경과 마주치게 된다. 모래 언덕을 한 참 올라가고 나면 마치 숨겨둔 것 같은 와이나무 호수에 당도하게 되는데 그 호수에서 발원하여 흘러내리는 냇물이 와이나무 스트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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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주위를 일주하는 트램핑(Tramping) 코스도 있지만 우리 일행은 다른 일정도 있고 해서 그냥  스트림을 따라 내려가기로 했다. 등산화를 벗어 들고 냇가를 이리 저리 건너는 모습이 두만강을 건너는 탈북자 행렬 같기도 했다. 오른 쪽에는 목초지도 있고 민가가 들어서 있는 동네도 보였다. 왼쪽은 모래 절벽이 있어 대조를 이루는 시냇물 길인데 모래가 가늘고 자갈이 없어 마치 밀가루를 밟고 지나가는 것 같이 푹신푹신한 촉감을 느낄 수 있었다. 모래는 철분이 있는 검은색을 띠고 있는데 햇빛에 반짝이는 금빛은 무엇인가? 소월 시인의「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에 나오는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을 연상하게 된다. 마치 밤하늘에 반짝이는 은하수를 연상하기도 하고……. 모래 절벽은 약 80도 경사쯤으로 보이는데 누군가가 절벽 타기 도전을 제의해 왔다. 70대 동료 하나가 도전을 했는데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을 디디면 아래로 미끄러지고 다시 오르면 다시 미끄러지고, 그러면서도 다시 오르고 ……, 30 여 미터 오르고 내려 왔지만 이 다음에 와서는 꼭대기 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다짐을 해 보았다. 20대 학생 하나는 우리 보다 더 높이 올라갔지만 70대 나이를 감안할 때 결코 뒤지지 않은 체력을 지니고 있다고 자부심을 가질 만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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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물은 정강이 높이로 흘러 소년  소녀들도 걸을 만 했다. 다만 굽이쳐 흐르는 곳은 약간 물살도 세고 깊이도 깊어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 4학년 외손자 녀석이 오면 꼭 이 냇가에 데리고 와 모래 절벽 타기도 해보고 옛 이야기도 들려주며 같이 냇물 길을 걸어봐야 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냇가에는 신화나 전설이 깃들어 있기도 하다. 동료와 걸으면서 자연히 그러한 이야기를 나누며 흥미를 더 돋우게 되고……. 

 

“오르페우스(Orpheu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인·음악가로 하프(Harp)의 명수였다. 그가 하프를 연주하면 야수(野獸)들은 물론 초목도 황홀경에 빠졌으며 강물도 그 흐름을 바꾸고 물고기들은 고개를 밖으로 내밀었다. 아내 에우리디케가 뱀에 물려 죽자 방황 길에 나서게 된다. 저승 세계에 도착하여 지하의 망령들을 하프 연주로 매료시킨 그는 지하 세계의 하데스 왕과 왕비를 설득하여 아내를 지상으로 데리고 가는 허락을 받아 냈다. 그러나 지상으로 나오기 전 까지는 절대로 뒤따라오는 아내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는 하데스 왕과의 약속을 어긴 탓에 실패하고 만다.

 

그 후 아내를 잃은 슬픔을 노래로 탄식하던 오르페우스는 주신(酒神) 디오니소스의 여제관(女祭官)들의 돌팔매질로 죽게 된다. 그리고 그의 머리는 하프와 함께 헤브로스 강 위에 떠서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 오르페우스의 하프는 강을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부드러운 연주를 계속하고 있었으며, 그의 머리도 노래를 속삭여 왔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강과 해안에는 그의 노래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이 빠르다’고 한다.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세월에 휩쓸려 인생을 표류할 수도 없는 일이다. 흐르는 세월은 흐르게 놔두고 우리는 남아서 할 일을 더해야 하지 않을까? 냇물을 따라 마냥 걸어 갈 수도 없는 일이다. 주차장 입구 쯤 와서 우리 일행은 육지로 나왔다. ‘냇물아 흘러가거라, 우리는 되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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