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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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Ⅱ)

0 개 2,660 박지원

N의 동동거리던 발이 움직임을 멈춘 것은 의사가 주사바늘을 N의 입 속에서 뺀 이후였다. 기절했나? 나는 고개를 기웃거렸지만, N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각도였다. 의사는 나갔고, 간호사는 멀뚱히 서서 구석의 ㄱ 자 테이블 끝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나는 살짝 몸을 일으켜 누워있는 N의 발목을 잡았다. N이 고개를 들고 웃어보였다. 나는 안심했고, 그 때도 간호사는 우리에게 등을 돌린 채 검붉은 매니큐어가 반쯤 벗겨진 손톱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하릴없이 마취가 잇몸에 퍼지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 지구상에 N의 잇몸을 기다리는 사람이 넷이 있었다. N, 나와 의사 그리고 간호사. 간호사는 여전히 말이 없었고, 이번에는 알콜솜을 만지작거렸다. 안 감아서 기름이 폈는지, 머리를 감고 나서 말리지 않은 채 묶은 것인지, 반들반들한 노란 염색머리가 눈에 거슬렸다. 조금은 살집이 있는 백인 여자였다. 이 일을 별로 하고 싶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멀거니 서 있는 참에, 의사가 들어왔다. 의사가 간호사에게 물었다. 이 환자의 마취상태는 어떠한가? 간호사가 대답했다. 마취는 되었다. 의사가 다시 간호사에게 물었다. 환자에게 직접 물어보았는가? 간호사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나와 N이 황당하다는 듯 간호사와 의사를 번갈아 쳐다 보았다. 간호사는 우리와 대화가 없었으니, 아마 영어를 아예 모르는 사람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가끔 있는 일이다. 레스토랑 테이블에 앉아있는데, 우, 주, 라익, 투, 오더? 라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주아주 천천히 묻는 백인 웨이트리스의 또렷한 얼굴 같은 것들 말이다.

 

의사는 주저없이 드라이버처럼 생긴 도구를 꺼내며 N에게 입을 벌리라 말했다. 의사가 N의 벌어진 입 안으로 도구의 끝을 들이밀었다. N이 아! 하고 소리를 냈다. 간호사는 가만히 보고 있었고, 의사는 도구를 꺼내며 마스크 너머의 눈으로 간호사를 노려보았다. 간호사는 마스크 위의 눈을 내리깐 채 가만히 N을 보고 있었다. 번들거리는 머리카락. 

 

다시 주사를 놓았고, 발은 동동거렸고, 머리카락은 여전히 번들거렸다. 의사가 이번에는 나가다말고 간호사를 불렀다. Surgery 1에는 N과 나 둘만이 남았다. 우리는 간호사에 관한 이야기를 했고, 마취주사가 얼마나 아픈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자줏빛 의자 위의 N은, 어제 비싼 돈을 주고 치과에서 지시한 약(아마도 진통제 였을 것이다) 을 먹었고, 이제는 마취제까지 3번을 맞았으니 돈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걱정했다. 나는 돈에 관해 조금 생각이 다르기에, 언제나 그렇듯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괜찮아, 우리 돈 많아. N은 사랑니가 붙은 입을 움직여 절규했다. 아니야 우린 이제 거지가 되어버릴꺼야! ..근데, 나 잇몸이 이상하다. 잇몸이 어떤데? 아무 느낌이 없어! 오오 신기하다, 그건 얼얼한 느낌이니? 모르겠어, 그냥 이상해, 없는 거 같은 느낌이야. 

 

의사가 들어왔다. 뒤이어 간호사도 따라왔다. 의사는 N에게 잇몸이 마취가 되었는지 물었고, N은 마취가 된 것 같다고 대답하려 했으나 입이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 듯, 으어어, 했다. 의사는 충분했다 여겼는지, 아까와는 다른 드라이버같은 것을 꺼냈다. 이번에는 (-) 극 같이 생긴 드라이버를 꺼냈다. 어쩌면 정말 드라이버일지도 모른다. 나는 잠시 치과의사의 오전을 상상했다. 여보, 나 어제 책상을 조립하다가 두고 왔는데 창고의 공구박스에 있을 거야. 이따가 잠깐 들러서 갖다주고 갈 수 있겠어?

 

드라이버를 입 속에서 빼낸 후에 끝이 뭉툭한 집게같은 것을 N의 입 속으로 넣었다. 그 순간, N의 이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약간 누런 이가 조명 아래 반짝이며 마술처럼 등장했다. 정말 옥수수같아 보이기도 했다. 옥수수 하나가 털린 N은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간호사는 suction을 하다말고 N에게 갑자기 촌스러운 썬그라스를 씌웠다. 썬그라스를 낀 N은 갑자기 1990년대 여자처럼 보였다. 미래도시처럼 하얗고 이상한 기계의 공간에 과거에서 온 여자가 누워있었다. 썬그라스를 늦게 씌운 탓인지, 의사가 간호사를 다시 노려보았다. 

 

그 후로는 누워있는 이를 꺼낼 차례였다. 드라이버와 집게와 드라이버와 집게와 또다른 갖가지 도구를 쥔 의사의 오른팔 팔뚝 위 힘줄이 민달팽이 기어가듯 꿈틀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옥수수가 등장했다. 마치 태양신을 숭배하듯, 그것에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으로, 30분 정도 걸린 대작업이었다. 매복니는 힘들다더니 이거였던 듯 싶었다. N이 와아, 소리를 냈다. 의사가 실로 N의 입 속 어딘가를 꼬매기 시작했다. 게으른 옥수수의 흔적을 메우기 용이하게 만드는 작업이리라. 간호사는 이미 나가고 없었다. 무엇인가 둘 사이에는 문제가 있는 듯 보였고, N의 입 속은 마취만 풀리면 문제가 없을 것이었다. 

 

끝났다. 얼음팩을 주며 주의사항들을 설명하는 리셉셔니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의사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계산을 하고, 우리는 나왔다. 하루 간의 얼음찜질과 더불어 4일 동안 N은 강제다이어트를 했고(이 때 옆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마침내 김치를 오른쪽 이들로 씹을 수 있게 되었을 때, N이 말했다. “이빨이 뭐라고.” 

 

이것은 정보와 묘사의 연습을 위한 글이었으니, 정보도 남긴다. 첫 진료상담비 $205(X-ray 포함), 약값 $24.22, 수술비(일반 사랑니, 매복사랑니) $985. 거지는 되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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