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불짜리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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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불짜리 미소

0 개 1,487 김지향

며칠 전에 소설책을 버스에 두고 내린 적이 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하가시노 게이고의 한국어 번역판 소설인데,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읽었던 소설이다. 그 누구라도 읽을 수 있는 쉬운 용어로 쓴 소설이면서도 전하는 내용이 참 희망적이며 훈훈한 소설이다.

 

소설 전체를 다 풀어가는 마지막 부분을 남겨 둔 채 소설책을 잃어버려 당황이 되었으나, 차근차근 기억을 되돌려 보니, 안경을 닦느라 책을 옆 좌석에 내려놓은 채로 내 몸만 버스 안에서 빠져 나왔던 것이다.

 

책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나니 안심이 되었다. 분명 미소가 아름다운 버스 기사 할아버지께서 보관하고 계실 것이기에, 다음 날 버스 정류장에 그 시간에 나가기만 하면 그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내 예상대로 할아버지는 책을 내주시면서, 고맙다는 내 말에 환한 미소로 답을 해주셨다. 할아버지의 마음만큼이나 맑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를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따가운 햇살이 주는 행복을 온 몸으로 만끽했다.

 

파미에 온 지 며칠 안 되어서의 일화가 생각이 났다. 슈퍼마켓에 가서 큰 장을 보고 나서 집에 돌아 왔는데, 서너 시간 이후에 지갑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트롤리에 산 물건들과 함께 내려놓은 지갑을 그만 그 자리에 두고 온 것이다. 

 

늦은 시각이었지만, 얼른 슈퍼마켓으로 달려가니, 슈퍼마켓 직원이 보관하고 있었다. 현찰 $300부터 손 하나 타지 않고 있었다. 어느 젠틀맨이 주워서 직원에게 전했다고 하던데, 감동 그 자체였다.

 

첫 시작이 감동이어서 그런지, 파미는 나에게 늘 감동적인 추억만 가져다 주었다. 작고 평온한 도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순박한 정을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느끼게 해주었던 것이다. 길에서 차 바퀴가 펑크가 났을 때, 기름이 떨어져 도로 한 가운데서 차가 멈추었을 때, 모래 속에 차 바퀴가 빠졌을 때마다 곧바로 귀인이 나타나 도와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도와주려 노력하지만, 노인들의 도움을 제일 많이 받았던 거 같다. 다른 도시에 비하여 노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노인들의 환한 미소와 함께 받은 친절이 매우 많았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객지에서의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었다.

 

서너 다발의 꽃을 주면서도 돈을 받지 않으려 하시는 토요 마켓 꽃 할아버지부터 버스 기사 할아버지까지 그들의 미소는 백만 불짜리 미소이다. 세상의 모든 욕심을 버린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이 그 미소 안에 들어 있다. 천진한 어린아이의 마음을 그 미소 안에서 들여다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세상의 풍파 속에 깎이고 깎여 모난 곳이 하나도 없는 미소가 그분들의 미소일 거 같다. 한국에 살 때, 한동안 스마일 운동이 일어 스마일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었던 기억이 난다. 노란 동그라미 스티커를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흐뭇했었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그분들의 미소야말로 동그라미 미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국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사실임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계시는 그분들을 보면서 내 노후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보기도 한다. 

 

백세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우리의 평균 수명이 과거의 평균 수명보다 근 30년은 더 길어졌다고 볼 수 있다.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노인들의 문제가 부각이 되어 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노인들이 늘어남을 부담스러워하기만 한다면 사회가 발전을 이룰 수 없다.

 

헤르만 헤세는 유리알 유희에서 ‘젊음은 지혜를 낳고 지혜는 젊음을 낳는다.’고 말했다. 성경 말씀에 모든 물질은 생성과 소멸을 하지만 지혜만큼은 영원히 소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 지혜는 거저 얻어지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아픈 만큼 성장한다고, 시련과 고난을 이겨내면서 얻은 것들이 바로 지혜인 것이다. 그러니 노인들의 환한 미소는 거저 얻은 미소가 아닌 지혜의 산물인 것이다. 노인들을 부담스러워하는 의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사회 의식이 깨어나길 바란다.

 

나이만 든다고 모두 다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석양이 하찮은 생까지도 껴안고 살 듯 노인들의 가슴에는 상처 입은 생을 다독거릴 수 있는 포용이 있는 것이다.

 

백만 불짜리 미소, 아름다운 미소, 동그란 미소를 만들어가는 나 자신이 되기를 소망한다. 

 

감사하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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