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약이 되지 않는 상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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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약이 되지 않는 상처들

0 개 2,838 이현숙

우리 말에 시간이 약이라는 건 이미 어려서도 많이 들어서 익히 알고 있었으리 만치 자주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였고 많은 분들이 아직도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일들을 두고 얘기를 꺼내는 사람들을 향해 관대하지 않다. 그래서 함께 아파하다가도 금방 떨어져 나가면서 빨리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 상처되는 말들과 행동으로 아픈 사람들을 더 아프게 한다.

 

필자도 그런 분위기에서 자라고 자녀를 갖고 이민을 왔기에 한국 정서에 당연히 익숙하고 감정을 표현하기 보다 참는 걸 잘하고 목표지향적으로 생산적으로 살아가는데 급급해하며 살아왔으니 뉴질랜드 사람들이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나 개가 죽어서 슬픔에 빠져있는 걸 마치 사람이 죽은 듯 하는 걸 보면서 참으로 문화적 이질감을 느낀다. 한쪽은 빨리 빨리에 익숙하고 다른 한쪽은 참으로 느긋한데 그러다보니 상담을 하면서 자녀들의 상처에 민감한 학교와 부모의 자라온 환경에서 오는 차이가 크게 다가온다. 보통 자녀들이 문제가 있어 부모에게 알려도 그 나이에는 다 겪으면서 지나가는 일들로 치부해버리기 쉽고 다른 아이들도 그런 교우관계나 집안문제나 경제적 어려움이던 겪을 텐데 왜 내 아이는 민감해서 극복을 못하고 시간낭비하면서 공부에 집중하지 못할 까 싶은 심정인 부모에게 어떤 문제로 방황하는 자녀는 골치거리 문제아인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상처들로 인해 연약해져 버린 아이들은 경쟁사회에서 뒤쳐지고 학교의 관심밖의 대상이 되고 방황하는 모습으로 인해 문제가 있는 아이로 낙인찍혀버린다. 그렇기에 학교에서 힘들어 보이는 학생들을 돕고 지원해주기 위해 부모와 면담을 하려고 연락을 드리면 부모들 대 부분이 내 자녀가 완전히 문제아로 찍혔다고 생각하고 반응을 보인다. 거부감을 보이시고 못마땅하게 여기고 때론 문화적 차이로 인해 오해도 하면서 학교의 지나친 관심이라 여기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상담을 통해 도움을 주고 다른 프로그램들을 통해 장기적인 계획안에서 지원하려 해도 오히려 부모의 부정적인 반응으로 인해 자녀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 어떤 부모들은 외부에서 받는 치료들에 대해 한국식으로 대학이나 취업을 할 경우 불이익이 될까 두려워 하면서 거부하기도 하는데 아무리 개인 사생활 보호법으로 인해 절대 알려질 수 없다 해도 믿지 못하고 끝끝내 도움을 거절한다.

 

그러면 시간이 약이라 여기고 청소년기에 다 그럴 수 있어서 또 시간이 해결한다 여기는 그 믿음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많은 연구결과들이나 사건사고의 배경들이나 필자의 경험으로 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넘어져 상처가 나서 어느 정도 아물려고 하는데 상처가 재발하거나 같은 곳을 다시 다치면 곪아터지는 것 같이 상처를 안고 시간만 흐를 뿐, 살아가면서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오는 스트레스나 다른 상처들이 발생할 경우 지난 상처들까지 한꺼번에  터지면서 어떻게 손대야 할지 난감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시간이 약이라는 것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면 그건 상처를 잘 낫게 했을 때 그 다음에 생기는 상처에는 경험이 주는 예측가능한 치유기간이나 방법들 그리고 면역력까지 더해져서 아팠던 부분을 단단하게 해주는 효과를 말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상처를 꺼내지 않고 열었다가 다시 닫아버렸다면 그건 거기에 남아서 시한폭탄처럼 다시 열릴 날을 기다리며 남아있 뿐이다.

 

부모에게 자녀의 문제란 부담이고 염려이고 때론 어쩌면 덮어버리고 싶을 만큼 아프기에 시간이 약이길 바라는지도 모른다. 자녀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있지 않는 한 뭔가를 100% 해결해 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시간이 약이니 다 지나간다고만 하면서 방치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은 자녀가 부모에게 말을 할 수 있어서 이해와 위로를 받기도 하고 무엇보다 얘기할 통로가 있는 것이 내 편이 있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위로가 되고 해결되지 못한다 해도 극복할 힘을 받도록 들어주는 것이다.

 

어느 연예인이 한 얘기가 인상깊었던 적이 있는데, 자기가 억울하고 화나는 일을 누군가로 부터 당한 걸 얘기하자 자기 코디네이터가 그 집 주소를 알려달라고 그 집 앞에 가서 똥을 싸놓는다 했다고 근데 그게 힘이 되더란 말을 했다.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는 못하는 말일지언정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힘이 되는 지 어른인 부모조차도 그런 편이 필요할 때가 많은데 하물며 자녀들은 어떨까 생각해보는 시간은 분명 명약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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