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알파고 대국에서 ‘응답하라 1988’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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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알파고 대국에서 ‘응답하라 1988’ 까지

0 개 2,642 최순희

세기의 바둑 대전 이세돌과 알파고의 구글 딥마인드 챌런지 매치의 영향으로 바둑 바람이 한국에서 시작되어 오클랜드에 사는 우리 집에까지 불어왔다. 인간 바둑 대표 이세돌과 구글 인공 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의 박진감 넘치는 대결을 지켜 보면서 월드컵 만큼이나 집중하게 되었다. 전문가들이 무엇을 예견하고 어떻게 설명하고 있느냐에 상관 없이 우리 가족은 모두 어느 순간 이세돌을 함께 응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세돌이라는 바둑 기사의 매력에 빠져 들면서, 자연스럽게 바둑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다.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던 마지막 제 5국이 알파고의 승으로 아쉽게 막을 내리고 나서, 남편은 큰 아들 봄이를 데리고 한국 식품점에 가서 바둑알을 사 가지고 왔다. 군 복무 시절 잠시 바둑을 배운 적이 있다는 남편이 봄이에게 바둑의 기본적인 룰을 가르쳤다. 아빠와 여러 차례 게임을 한 봄이가 아빠를 이겨 보려고 나름 혼자서 연구하고 연습하더니 얼마 되지 않아 아빠를 한 번 이겼다. 봄이가 재미를 느끼는 것을 본 남편이 이번에는 큰 딸 여름이까지 끌어 들여 봄이랑 같이 인터넷 바둑 기초 강좌를 들었다. 어쩌면 저렇게 이해하기 쉽게 잘 가르칠까 감탄하면서 모두들 재미 있게 바둑 교실 강좌를 들었다.

 

남편이 봄이랑 여름이에게 바둑을 두게 하고 옆에서 여름이를 거들어 주어서 여름이가 이겼다. 처음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여름이도 제법 요령이 생기고 게임에 적극성을 보였다. 며칠 동안 아빠와 바둑을 둔 봄이는 아빠와 한 번 이기고, 한 번 지고 하면서 엎치락 뒤치락하는 실력이 되었다. 그리고, 자신감이 붙은 봄이가 동생들 여섯 살 짜리 가을이와 네 살 짜리 겨울이에게 바둑을 가르쳤다. 가을이는 제법 이해가 빨랐다. 왔다 갔다 하며 어깨 너머로 배운 나와 겨루어 가을이가 이겼다.ㅋㅋ 겨울이는 바둑에서 집을 만든다고 하니 지붕도 만들겠다고 하여 봄이 형을 빵 터지게 했다.ㅎㅎㅎ

 

이세돌-알파고 바둑 대국은 우리 가족에게 바둑에 대한 관심을 넘어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갖게 하였다. 그리고, 당연하게 이세돌이라는 바둑 기사에 대해서도 알고 싶은 마음을 가져다 주었다. 그래서 이세돌의 실적 뿐 아니라 성장 배경 및 그의 가족들에 대한 기사들도 접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한국 바둑의 역사에 대해서도 알아 보게 되었고, 이세돌 9단과 함께 한국 바둑계에서 손꼽히는 천재 기사들인 조훈현 국수와 이창호 9단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이것 저것을 조사하던 중에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도 보게 되었는데, 이 드라마에는 이창호 9단을 모델로 한 인물인 최 택이 등장한다. 이 드라마는 1988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1988년이라면 내가 고 1 때이고, 우리 큰 아들 봄이가 Year 11이니까 딱 그 때 내 나이인 셈이다. 그 때 남편은 고 2였으므로,우리 부부는 이 드라마에서 고 2 학생들인 등장 인물들과 시대적인 배경에 많은 공감을 하게 되고 그 때의 추억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 드라마를 함께 보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와 아빠의 고교 시절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들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봄이랑 여름이는 자기네들이 성장하고 있는 현실과 전혀 다른 배경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과 비슷한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펼쳐 지는 스토리 여서인지 매우 흥미로워했다.

 

우리 집의 바둑 열풍이 얼마 동안 갈 지 모르겠지만,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있어서 즐겁고, 홈스쿨링이 주는 여유로움이 소중하고, 우리 부부에게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해 준 이세돌-알파고의 바둑 대국이 있었다는 것이 감사하고,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남편이 있어서 좋고, 우리의 추억을 들려 줄 수 있는 아이들이 있어서 행복하고, 지금 이 순간들이 앞으로 우리 부부와 아이들의 또 하나의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는 생각에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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