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각형의 방, 코르크(Cork)의 정체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육각형의 방, 코르크(Cork)의 정체

0 개 3,371 피터 황

 

 

f33dcd8cd4654c4673a28d8a9cc0530e_1455164084_8331.jpg

 

와인은 오래될 수록 좋다는 생각이 보편적이다. 숙성이 되면서 풍미가 풍부해지는 와인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와인과 함께 동고동락해온 코르크(Cork)는 와인이 개봉되는 순간까지 와인의 맛과 향을 지켜주는 중요한 임무를 가지고 있다. 어떤 이들은 코르크 마개에 와인을 마신 날짜와 장소, 함께 마신 사람을 적어서 보관하며 추억하기도 한다. 현재는 코르크 마개 대신 스크류 형태의 병 뚜껑(Screw Caps)이 등장했지만 코르크의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다. 이것은 실용성보다는 분위기와 멋을 중요시하는 와인의 문화 때문일 것이다. 

 

와인이 시간이 지날수록 코르크를 통해서 숨을 쉬면서 숙성되고 진화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병 속의 와인은 엄밀히 말하면 질식상태다. 거의 극소량의 산소만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르크는 재질 자체에 육각형 모양의 구멍이 많아 미량의 산소가 들어갈 수 있는데 이것이 와인 숙성을 돕는 역할을 한다. 코르크를 통해 들어가는 극소량의 산소는 병 속에 존재하는 산소와 함께 와인을 서서히 숙성시켜 색깔이나 맛, 향을 조화롭고 원숙하게 만들어 준다. 결국 와인은 코르크로 숨이 막힌 채 병 안에서 극소량의 산소로 숨을 쉬며 기나긴 세월 성숙의 시간을 갖고 변신 후에 우리와 마주한다는 얘기다. 

 

레스토랑에서 소믈리에가 코르크 마개를 건네주고 확인을 부탁하면 냄새도 맡아봐야겠지만 무엇보다도 젖어 있는 쪽이 말랑말랑한지 눌러보는 게 현명하다. 세워서 오랫동안 보관했다면 코르크가 딱딱하게 굳어있을 것이고 코르크의 틈이 벌어져 산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운송하면서 섭씨 60도를 넘으면 끓어 넘친다는 표현을 쓰는데 이럴 땐 빙빙 돌아가도록 되어 있는 병목의 PVC호일이 딱 달라붙어 움직이지 않고 와인의 양도 확연히 줄어있다. 잘 보관된 좋은 와인은 코르크가 도장처럼 끝부분이 고르게 젖어 있는 것이다. 

 

코르크 나무는 지중해 연안을 중심으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의 굴피나무와 같이 껍질을 벗기면 다시 그 층이 형성되는 참나무 계통의 나무다. 수령이 40년 이상 된 나무에서 10년 간격으로 껍질을 벗겨 수확하는 데 이를 바크(Bark)라고 한다. 바크를 몇 년 동안 두었다가 조직이 수축하고 성분이 균일하게 되면 삶아서 탄력성을 높인다. 그 후 시원한 곳에 건조시켜 일정한 크기로 잘라 펀칭을 해서 코르크 마개를 만든다. 보통 100Kg의 바크를 가공해서 30Kg의 코르크를 만들 수 있다. 

 

코르크 마개가 와인에 쓰이기 시작한 것은 17세기경으로 샴페인을 발명한 프랑스의 돔 페리뇽 신부가 처음 만들어 썼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 전에는 와인을 항아리나 가죽부대에 넣어 보관했다고 한다. 코르크에는 속이 비어있는 벌집과 같은 육각형의 방이 1입방 센티미터의 공간에 수천만 개가 들어있고 1입방 인치 속에 2억 개의 세포들이 수지 막에 쌓인 채 밀집되어 있다. 부피의 절반이 공기로 차있어 매우 가볍고 연하며 탄력성이 좋아 압력을 가해도 금방 원상복구가 된다. 그러나 코르크는 표면에 있는 작은 구멍에 곰팡이와 같은 해로운 미생물이 침투하거나 먼지 등이 들어가서 와인에 말썽을 일으키는 수도 있다. 그래서 코르크는 육각형 방의 크기와 그 방이 많고 적음에 따라 품질이 좌우된다. 

 

와인 병을 세워서 보관하면 코르크가 건조해지면서 바깥쪽 공기가 쉽게 들어와 와인의 질에 변화를 주게 된다. 그러나 와인 병을 눕히거나 거꾸로 두면 코르크가 와인과 접촉하여 팽창하므로 공기가 들락거릴 틈을 주지 않는다. 사실 공기유통은 거의 불가능하다. 산소는 그 양이 극소량(1년에 0.02-0.03입방 센티미터)이기 때문에 병 숙성에 관여하지 못한다. 그래서 와인은 항상 눕혀서 시원한 곳에 보관하여야 한다. 와인을 오랫동안 보관 한다고 해서 더 좋아질 것은 없다. 그렇지만 알코올 농도가 높고 묵직한 레드 와인은 세월이 지나면서 미세한 변화를 일으켜 서서히 맛이 부드러워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와인 자체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한 것이지 결코 코르크가 숨쉬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코르크를 사용한 이유가 와인을 숨쉬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와인을 흡수하면 팽창하게 되어 더욱 견고히 입구를 막아 줄 수 있는 코르크의 물리적 특성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와인이 병 외부와 내통하며 숨을 쉬고 있다기 보다는 질식 상태로 잠을 자고 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그 이유는 코르크 조직이 물이나 공기를 통과시키기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든 와인은 일단 병 속에 들어가면 그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코르크를 통해 공기가 들락거린다면 와인은 본래의 맛이 아닐 것이 분명하다. 마시다가 남긴 와인을 며칠이 지난 후에 마셔본 사람이라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바깥으로부터 유입된 산소가 와인을 급격히 산화시켜 오래 두면 식초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와인은 개봉하고 나서 잠든 와인을 깨웠다면(디캔팅, Decanting)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모두 마시는 것이 좋다.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470 | 16시간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32 | 16시간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48 | 17시간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84 | 17시간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09 | 18시간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608 | 18시간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2 | 23시간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3 | 23시간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7 | 23시간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79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6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2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6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30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4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11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20 | 2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97 | 5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61 | 7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5 | 10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29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59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3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8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52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