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지구를 떠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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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지구를 떠난다면

0 개 2,556 한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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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 박사는 ‘만일 지구상에서 어떤 이유로든 꿀벌이 사라지게 된다면 인류 또한 4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무슨 생태학자도 아닌 아인슈타인 박사가 군집붕괴현상(群集崩壞現象)이 알려지지도 않았던 당시에 이런 경고를 했다는 것에 대해 그의 앞을 내다보는 혜안(慧眼)에 감탄할만하다. 그러나 박사가 지적한 것은 단순히 꿀벌이라는 생물의 죽음이 지구 멸망과 직결된다는 뜻은 아닐 것이며 생태계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는 꿀벌을 골라 일종의 대유법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해된다. 

 

레이철 카슨(Rachael Louise Carson, 1907-1964)이『침묵의 봄』이라는 책에서 말하듯, 지구를 유지하는 한 개의 축이 붕괴할 만큼 환경파괴가 심해진 상황이라면 다른 것이라고 무사할 리 없으니 꿀벌의 멸종은 하나의 기준점이라 생각함이 옳을 것이다. 꿀벌이 멸종한다면 꿀벌에 의존하였던 생태계는 무너질 것이고 그렇다고 이것만으로 지구가 멸망으로 갈 수는 없는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벌을 통한 수분(受紛)이 중단되면 그만큼 식물성 식량생산에 문제가 생기니 그것이 바로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될 것이다. 생태계의 중요한 고리가 끊기게 된다면, 우리가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감당키 어려운 재앙이 닥칠 수도 있다. 

 

『침묵의 봄』은 20세기 중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책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살충제 남용으로 파괴되는 야생 생물계의 모습을 공개하여 농약 제조업체의 엄청난 중상과 모략에 직면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환경보호 정책에 결실을 맺게 하고 전 세계 환경운동을 확산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지구촌에서 꿀벌이 사라지고 있어 인류에게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군집붕괴(CCD; Colony Collapse Disorder)라고 일컬어지는 이 현상은 유럽과 아메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2007년 여름에는 이미 북반구 꿀벌의 약 25%가 사라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꿀벌들이 집단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그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해 불안해하고 있다. 꿀벌의 귀소본능에 자기장의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자파나 공해의 탓이 될 수도 있고 휴대전화 등의 전자파가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또한 특정 종류의 농약이 꿀벌의 행동에 교란을 일으킨다는 설도 있다. 그 외에 기후 변화의 영향, 지구 자기장의 약화, 바이러스, 화학비료, 유전자 변형 식물 등의 원인을 열거하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꿀벌의 실종이 인간의 탐욕스러운 활동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환경 보호를 위한 정부 차원의 여러 대책이 강구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뉴욕주 쿠오모(Andrew M. Cuomo) 주지사의 리더십은 본받을 만하다. 뉴욕주에서 꽃가루 매개자의 건강과 숫자 회복을 위해 수분 매개자 보호 계획을 개발하는 부처 간 태스크 포스(Task force)를 설립했다. 일주일간의 지구 주간 행사를 통해 뉴욕주는 우리의 환경을 보호하고, 공한지(空閑地)를 보존하며, 주의 광활하고 훌륭한 자연자원의 접근성을 높이고, 청정에너지 이니셔티브를 시행하며, 기후변화 효과에 대비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꽃가루 매개자는 매년 뉴욕에 수분 서비스 5억 달러 가치를 제공하고 미국 전국적으로 작물 생산에 150억 달러를 추가하여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50년 동안, 꿀벌, 자연산 꿀벌, 박쥐와 나비를 포함 꽃가루 매개체의 수는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손실의 대부분은 영양 결핍, 꿀 서식지, 기생충, 농약, 병원균, 유전적 다양성의 부족과 영양이 부족한 토지 관리 관행 같은 요소의 조합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꿀벌은 생태계 보전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갖는다. 전 세계 주요 농작물의 71%가 꿀벌에 수정을 의뢰하고 있으며, 벌꿀과 화분, 로열젤리를 생산하고 있다. 벌에서 얻는 천연 항생 물질인 프로폴리스(Propolis)는 강력한 항산화작용과 항균작용을 보유하여 다양한 상품에 활용되고 있다. 또한 봉독(蜂毒)은 관절염 치료제와 항균작용을 지닌 화장품으로 개발되고 있다. 

 

꿀벌이 인간 사회에 주는 교훈 또한 다양하다. 성실과 근면한 생활로 1회 약 30-60mg의 꽃 꿀을 운반하는데 1kg의 꿀을 모으기 위하여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리인 약 4만 km를 비행하고 있다. 여왕벌, 일벌, 수컷 벌의 임무와 역할이 분명하며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평생 각자의 업무에 충실하고 있다. 모든 벌 종류는 자신의 가족을 위해 싸울 수 있는 무기로 벌침 독인 봉독이라는 물질을 사용하는데 단 한번 뿐인 기회를 가족을 위해 사용하고 자신은 죽는다. 

 

뉴질랜드의 양봉 산업은 국가의 중요한 기간산업의 하나이며 뉴질랜드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인 마누카 꿀(Manuka Honey)은 세계적인 양봉 선진국이자 청정 지역으로 유명한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수출 상품이다. 1953년 5월 29일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힐러리 경(Edmund Hillery, 1919-2008)도 오클랜드의 벌치기 소년이었다. 

 

‘꿀이 없으면 다른 걸 먹지’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되겠다. 꿀벌의 실종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실종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심각성을 이해하고 대책 수립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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