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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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0 개 1,725 수선재

사람이 제일 힘든 게 용서입니다. 용서하기가 참 힘듭니다. 기독교는 사랑입니다. 그저 사랑을 베풀면 됩니다. 테레사 수녀 이런 분들이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가서 불우이웃을 돕고 몸과 마음을 다 해서 베풀 듯이, 사랑을 베풀면 되니까 쉽습니다. 

 

불교는 자비입니다. 자비란 사랑과 다릅니다. 한없이 자애롭지만 맹목적인 자애로움은 아닙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비판하고 시시비비가 있습니다. 그래서 잘못을 저지르면 인과응보로 자기한테 돌아옵니다. 

 

그러면 우주화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용서 즉, ‘무심’ 입니다. 무심이란 가장 용서하는 차원입니다. ‘용서한다, 안 한다’ 이런 차원이 아니라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거예요. 내가 용서했는지 안 했는지 그것도 생각이 안 나는 차원입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것이 무심입니다. 

 

사랑의 반대는 무관심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누군가를 진짜 혼내주는 방법은 복수가 아닙니다. 사랑의 반대말은 복수가 아니라 무관심입니다. 관심이 없는 것처럼 철저한 복수가 없습니다. 복수는 그래도 뭐가 있는 것입니다. 액션이 있습니다. 힘이 들어가요. 누구를 정말 혼내겠다면 복수가 아니라 무심이어야 합니다. 

 

용서라고 해서 무조건 용서하는 게 아닙니다. 우선 분별을 해야 됩니다. 어떤 상황인가? 용서할 일인가? 용서 못 할 일인가? 무슨 일이든 항상 순서는 정확한 인식이 우선입니다. 

 

인륜, 천륜, 윤리라는 게 있습니다. 그런 걸 벗어나면 패륜이라고 하죠. 인간의 수준에 못 미치는 것을 패륜이라고 합니다. 짐승만도 못하다, 그런 얘기들 하지 않습니까. 그런 것까지 다 용서하라는 게 아니에요. 사람이 다 같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다운 사람이 있고, 사람보다 못한 사람이 있습니다. 천차만별입니다. 사람의 탈을 썼다고 다 사람이 아니에요. 지금은 사람의 옷을 입었지만 바로 전생에 뱀이었던 사람이 있고, 원숭이였던 사람이 있고 다양합니다. 

 

어떤 이유에 의해서 사람으로 태어났고, 금생의 공부를 통해 어느 정도는 진전을 합니다. 하지만 부처님도 이런 말씀을 하신 걸 어딘가에서 봤는데, ‘오래 걸리는 일’ 입니다. 쌓여 와서 되는 거지, 어느 날 갑자기 달라지는 게 아닙니다. 사람이 너무 다양해서 그 사람 수준에서는 당연히 그런 행동을 하겠지만 하늘의 법도로 보면 패륜인 경우가 있단 말입니다. 그런 것까지 다 용서하라는 게 아닙니다. 

 

인간으로서 제일 나쁜 것이 에너지 함부로 쓰는 겁니다. 인간의 에너지를 진화하는 데 써야 하는데, 누구를 바꿔보겠다고 엄청난 에너지를 쓰고, 안 되는 일 가지고 어떻게 해보겠다고 합니다. 그런 것을 우리는 선이라고 배우고 덕이라고 배웠기 때문에 그래야 되는 줄 아는데, 그걸 분별할 수 있는 눈을 가져야 됩니다. 

 

분별없이 용서하는 게 아니에요. 정확히 인식을 해야 되고, 최선은 다하되 내 힘으로 도저히 안 되는 일은 진작 포기할 줄 알아야 됩니다. 그러고 포기한 일에 대해서는 무심입니다. 구함으로써 내 것이 되지 않는 것은 포기함으로써 내 것이 됩니다. 

 

용서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은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거예요.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 용서하지 못 하겠다? 곰곰이 들여다보면 그 사람으로 인해서 좌지우지 당하는 자기를 용서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말아야 되는 일이 있습니다. 첫째는 인생을 낭비하는 것입니다. 쓸데없는 데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한다든지, 자기 힘으로 안 되고 인륜도 천륜도 아닌 것에 매어서 인생을 낭비한 것은 용서하면 안 되는 일입니다. 

 

두 번째는 세상을 재미없어 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나온 것은 세상을 통해 공부하라는 것이고 우리는 다 공부하러 나온 학생입니다. 그런데 학생이 학교 가는 것을 싫어하고, 공부를 재미없어 하면 안 되겠죠. 입버릇처럼 죽어야지, 사는 맛이 없다느니 하면서 의욕이 없고 우울해 하면 안 됩니다. 

 

세 번째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입니다. 누구보다도 소중한 것이 자기 자신인데 사랑하지 않고 팽개쳐두는 것, 역시 용서하면 안 되는 일입니다. 

 

그 다음에는 내가 과연 천륜이나 인륜을 따르고 있는가, 패륜을 저지르고 있는가를 정확히 분별해서 파고 들어가십시오. 판단이 서면 패륜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무심’ 하시고, 또 인륜에 대해서는 도리를 다하고, 천륜에 대해서는 따르시는 겁니다. 용서 못할 일까지 용서하는 건 아닙니다. 

 

정확히 인식을 하셔서, 내 힘으로 안 되는 거는 무심, 그것이 용서하는 최대의 방법이라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휘두르지 않고, 무심. 

 

무심의 경지에 들어가면 힘이 남아돌아갑니다. 쓸데없는 에너지를 전혀 안 쓰기 때문에 그래요. 늘 지치고 피곤하다는 사람을 보면 쓸데없는 신경 많이 쓰고 정신적인 과소비를 해서 그렇습니다.  무심이 안 돼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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