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생각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식물과 생각

0 개 2,266 박지원

8월부터, 웰링턴을 떠나 여기에 온 후 많은 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고추, 애호박, 피망, 해바라기, 토마토, 가지.. 주로 먹을 것들인데, 이는 돈을 조금이라도 아껴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음이 조금은 있었다.

 

왠만한 것들은 모종을 사지 않고 씨앗부터 심었다. 씨앗들은 자신의 복부를 스스로 가르고 푸른 잎사귀가 되어 지면을 뚫고 태양을 바라보았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에 나는 밖으로 나와 그들을 향해 물을 주었고, 반짝반짝 빛나는 초록색 잎사귀가 바람결에 노래하듯 가늘게 몸을 떨었다.

 

처음에는 토마토와 상추로만 시작했던 일들이, 조금씩 땅을 일구고 자갈을 걸러내고 비료를 주었더니 어느덧 마당의 테두리를 감싸안을 정도의 큰 텃밭이 되었다. 집은 렌트여서, 그 이상의 잔디를 훼손할 수 없었기에 잔디가 없는 부분으로만 심었던 것이었는데, 보기가 썩 나쁘지는 않았다. 한 구석에만 있었던 푸른 잎사귀들이 화분까지 더해져 마치 집을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여져갔다. 

 

이따금씩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날이면, 여자친구이자 동거인인 N과 나는 빗물이 들어찬 삼색 슬리퍼를 신고 나와 대나무 지줏대를 세워주었다. 가게에서 파는 플라스틱 고정틀이 너무 약해서, 비닐을 찢어 지줏대와 함께 식물들을 묶어주었다. 어느덧 지줏대에 묶을 정도의 크기가 된 것과, 바람에 기울어질 정도의 크기가 된 것에 감격하면서. 

 

11월이 되고, 하나둘 꽃이 피기 시작했다. 나는 그 전까지는 식물에 대해 전혀 무지했었는데, 꽃이 피고 그 꽃이 있던 자리에 열매가 맺어진다고 N이 말했다. 나는 정말 꽃 따로 열매 따로 피는 건줄 알고 있었다고 말했더니, N이 비웃었다. 그리고 꽃잎들이 하나둘 지며 정말 비웃듯이 열매가 열리기 시작했다. 12월이 되고, 토마토를 비롯한 열매들이 하나씩 커져갔다. 우리는 그 앞에 캠핑의자를 펴고 앉아 그 열매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생명을 빤히 쳐다보았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아주 오래전 토끼를 기르고 싶어 수족관(!)에서 토끼를 산 적이 있었고, 그 토끼는 3일만에 죽었다. 토끼가 죽을 때, 나는 토끼를 손 위에 올려놓고 있었는데, 부르르 떨더니 끽,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를 내며 이내 심장을 멈추었다. 펑펑 울면서 어린 마음에 나는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생명의 죽음? 추락? 혹은 고장? 아니면 조금 더 멀리, 환생?

 

잘 자라지 않을 것 같아 15개의 씨앗을 심었던 해바라기씨가 위풍당당한 15송이의 해바라기로 변한지 한 달. 커다란 노란 잎사귀와 높은 키를 뽐내며 뒷문 바깥을 지키던 그들이, 어느덧 노란 잎사귀를 잃어가고, 푸른 줄기의 생기도 흐려지고 있다. 나는 머리가 빠져가고 피부의 탄력을 잃어가는 늙은 노인을 생각했다.  그리고, 보통 같으면 노환과 죽음- 분명 거기까지만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씨앗을 뿌렸던 나의 손을 생각한다. 흙에 손가락을 넣어 옴폭하게 만들어주고, 그 작은 씨앗을 넣어주었던 나의 손. 이제는 넓은 얼굴 위에 그 씨앗을 가득 품은 채 서서히 죽어가는 해바라기를 보며, 새로운, 또다른 삶을 생각한다. 삶의 반댓말은 죽음이 아니라, 결국 삶 건너편에 서 있는 나 자신 아닐까. 자신을 해체하고, 자신을 잉태하고, 자신을 낳고, 자신을 죽인다. 이 길고 넓은 윤회의 굴레를 내적으로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 삶 아닐까. 맑은 하늘 아래 반짝일 수 있고, 비오는 날 보여지는 것보다 훨씬 큰, 땅 속 깊숙한 뿌리로 버텨낼 수 있는 단단하고 유연한 자신이, 어쩌면 삶의 반댓말이 아닐까. 죽음은 추락도 고장도 아닌, 식물의 기나긴 순례길처럼, 길 위에 오른 삶의 조그만 단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있다. 삶에 답은 없다. 이 글도 결국 고민 위에 쏟아진 액체처럼 정보, 혹은 당신의 머릿속에 단정치 못하게 흩뿌려질 것이다. 식물이 땅에 삶을 뿌리듯이. 굴레를 뿌리듯이. 그렇게 우리는, 나는 생각한다.

 

생각하는 것이다.      

 

오토파지 디톡스가 이런 일까지도 한다

댓글 0 | 조회 339 | 1일전
오토파지와 디톡스는 살아 있는 세포로 구성된 우리의 몸의 고유의 기능이다. 우리가 우리 몸에 잠재되어 있는 이런 탁월한 기능을 잘 사용한다면 불필요한 것들에서 해… 더보기

남북, ‘동족’은 아니라 해도 적이 될 필요야…

댓글 0 | 조회 731 | 6일전
▲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신형 지상 대 해상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시험을 지도하며 ‘해상 주권’을 무력 행사로 지켜야 … 더보기

가정용 온수 시스템 비교

댓글 0 | 조회 749 | 6일전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 요즘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어요. 생필품뿐만 아니라 물값, 전기값 모두가 올라서 난방비도 큰 걱정거리가 되었죠. 여러분… 더보기

유학후 이민과정 활용 가이드

댓글 0 | 조회 622 | 6일전
뉴질랜드 영주권 비자를 취득하기 위한 방법은 현재로서는 상당히 제한적이지요. 과거에는 심지어 “형제초청이민”이라는 카테고리가 존재할 정도로 다양한 루트가 있어서 … 더보기

포기를 포기하라

댓글 0 | 조회 236 | 6일전
5월이 끝나갑니다.벌써 2024년의 1/3를 넘겼고 이제 얼마지나지 않아 올해의 한 가운데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그동안 뭐 한 일이 있다고 이렇게 시간이 … 더보기

이만큼의 은혜

댓글 0 | 조회 162 | 6일전
■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여기까지 와서 돌아보니 내가 지닌 능력에 비해 이렇게까지 나를 높여 주신 것은 모두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작은 교회 목사 아들로 태어나 … 더보기

청춘

댓글 0 | 조회 115 | 7일전
시인 사뮤엘 울만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마음가짐을 뜻하나니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풍부한 상상력과 왕성한 감수성과 의지력그리고… 더보기

창 밖은 아파트

댓글 0 | 조회 516 | 7일전
지금도 변함없지만 이 집에 처음 입주했을 당시 뒷편 큰 도로 주변은 어수선했다. 주유소부터 목공소, 침대공장, 무슨무슨 모터스며 공구상, 자동차 판매점까지 무질서… 더보기

숲의 성장 소설을 읽다

댓글 0 | 조회 130 | 7일전
인제 백담사 숲 명상숲으로 난 길을 걸어가며마음을 찾는 아이가 되어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숲이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으면나무들과 나뭇잎과 이끼와 양치류가,새들이 풀… 더보기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고 잔병치레가 잦나요?(2)

댓글 0 | 조회 198 | 7일전
한방에서 말하는 간장과 심장은 간과 콩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기 계통과 비뇨기 계통을 지칭한다. 간장과 신장이 약한 어린이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행동을 할… 더보기

임시직 피고용인

댓글 0 | 조회 432 | 7일전
고용계약에는 정규직 외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임시직 피고용인으로 고용관계법에 정의되어 있는 개념은 아니나 일반적으로 피고용인에게 보장된 … 더보기

기적의 오토파지 금식과 디톡스

댓글 0 | 조회 323 | 7일전
1. 오토파지의 정의오토파지는 그리스어이고, 의미는 자가포식이다. 이것은 세포 내의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나 사멸된 세포 쓰레기를 먹어 치우는 세포의 고유 기능을 지… 더보기

72근의 정(精)을 아껴라

댓글 0 | 조회 167 | 7일전
인간은 태어날 때 몸을 에너지화 할 수 있는 자원을 무한정 부여받지는 않습니다. 에너지는 유한하기에 인간이라고 해서 마냥 받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그래서 받는 … 더보기

나이 들면 뭐가 중헌디?

댓글 0 | 조회 775 | 2024.05.25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성인에게 일주일에 최소 150분 이상 중등도 강도의 운동을 할 것을 권장한다. 또 근력 운동과 균형 운동은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 더보기

장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식습관과 운동

댓글 0 | 조회 964 | 2024.05.20
1. 장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식습관장이 회복되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하며, 약 66일간만 노력하면 습관이 들어 (뇌 습관 회로가 바뀜), 쉽게 평생 좋은 식습관… 더보기

선거와 이미지

댓글 0 | 조회 365 | 2024.05.15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읽는 예술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렇게 볼 때 지난 4월10일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은 58%의 국민 속에 자리를 잡았고 … 더보기

가스 안전에 관하여

댓글 0 | 조회 353 | 2024.05.15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 오늘은 뉴질랜드에서의 가스 에너지 사용 및 관련 안전 지침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뉴질랜드는 주요 에너지원 중 하나로… 더보기

멀어도 멀지 않은 길

댓글 0 | 조회 182 | 2024.05.15
스페인에서 온 연인의 범어사 템플스테이그런 길이 있다.분명 긴 시간을 내야만 도착지에 이를 수 있는 길인데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기다려지는 길.길에 오르기 시… 더보기

종자

댓글 0 | 조회 148 | 2024.05.15
시인 최 재호울음 그친 하늘이 다시 내게로 온다짓눌렸던 평온을 쓰다듬어희망의 늦잠을 깨우며거리엔 청소 끝난 하수를 흘려 보내듯그 눈물로 긴 여정 끝의 내 더러운 … 더보기

알고 나면 속 시원한 학생비자

댓글 0 | 조회 550 | 2024.05.15
뉴질랜드에서 학업을 시작하고자 하면, 그에 걸 맞는 비자상태를 득한 상태에서 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 접하게 되는 순간, 소위 … 더보기

Pink Shirt Day

댓글 0 | 조회 562 | 2024.05.15
2024년 5월17일(금요일)은 핑크셔츠데이(Pink Shirt Day) 입니다. 핑크셔츠데이는 뉴질랜드에서 일어나는 괴롭힘을 근절하고자 만든 날입니다. 뉴질랜드… 더보기

잔인한 5월

댓글 0 | 조회 517 | 2024.05.15
‘그니까요 쌤~ 제가 자~알 알아 들었다니까요~ 잔소리는 이제 그마~~안~~’누가 선생이고 누가 학생인지 헷갈릴 정도로 Y의 목소리는 평온했습니다. 이미 이렇게 … 더보기

유익균을 늘리고 유해균을 억재하는 식사와 생활 습관

댓글 0 | 조회 910 | 2024.05.14
1. 유익균이 좋아하는 음식과 습관들유익균은 주로 섬유질을 좋아한다. 유익균은 섬유질을 분해하여 다른 좋은 물질들을 만드는 일을 한다. 충분한 섬유질을 먹지 않으… 더보기

두 죽음의 방식: 홍세화와 서경식

댓글 0 | 조회 559 | 2024.05.14
▲ 왼쪽부터 고 홍세화 장발장은행장, 고 서경식 일본 도쿄경제대 명예교수. 한겨레 자료사진지난 4월20일 오후에는 2023년 12월18일 세상을 뜬 재일 디아스포… 더보기

우리 명상은 철저한 내공

댓글 0 | 조회 174 | 2024.05.14
명상에는 크게 외공(外功)과 내공(內功)이 있습니다. 외공이란 기운을 밖으로 발산해서 무술을 하거나, 병을 고치거나 하는 것으로서 기공(氣功)은 거의 다 외공입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