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 없는 주례사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주례 없는 주례사

0 개 6,482 한일수
563.jpg

결혼을 준비하면서 제일 먼저 대두되는 고민거리 하나가 주례(主禮)를 누구로 모시느냐이다. 신랑 신부 측 부모님과 당사자들과의 의견 조율도 필요하고 주례자를 통해서 결혼식의 권위도 나타내려고 하는 만큼 주례를 맡을 인사의 명성도 중요하다. 바쁜 일상생활에 젖어있는 주례자의 스케줄을 빼내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답례에 대한 걱정거리까지 신경 쓰이는 부분이 하나 둘이 아니다. 요새 통상 주례자한테 양복 한 벌 맞춰드리는 게 상식이라고 한다. 백만 원 이상이 소요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직업 주례를 모시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평소에 알지도 못하고 지냈던 직업 주례자한테 형식적인 주례를 부탁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뉴질랜드에서는 자격이 있는 결혼 주례자(Marriage Celebrant)의 결혼 서명이 있어야 혼인신고가 가능하기에 일반 결혼식을 올린 후에라도 혼인 신고할 때 주례자의 서명을 받는 절차를 이행하고 있다. 물론 결혼식 때 자격이 되는 주례자를 모시고 거행하면 되지만 아시안들의 경우 일반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 할 때 서명절차를 밟는 경우도 흔하다. 어떤 한인의 결혼식에서 키위 주례자를 모시고 혼례식을 올리는 것을 봤는데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그 주례자가 사례금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주례자의 권위적인 태도도 문제가 되지만 장황하게 늘어놓는 주례사가 결혼식 분위기를 냉각시키는 부작용도 있다. 주례사 내용도 기억에 잘 남지도 않는다. 이래저래 주례 없는 결혼식이 확산되는 추세이며 현재 40% 이상이 주례 없는 결혼이라 한다. 대신 신랑 신부 측의 부모님이 성혼선언문을 낭독하기도 하고 부모님이 신랑신부에게 덕담을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거나 주인공이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낭독하는 순서를 넣기도 한다. 

지난번 서울에서 주례 없는 결혼식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일반 결혼식과 비슷하지만 사회자의 안내로 혼인 서약을 하고 신부 아버지께서 성혼선언을 하였다. 그리고 신랑 아버지가 신랑신부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면서 주례사를 대신하는 절차로 진행되었다. 일반 주례사보다 더욱 절실하고 피부에 와 닿는 내용이라 생각되었다. 그 내용을 아래와 같이 구성해보았다.

신혼 가정을 이루는 아들, 며느리에게 

오늘 여러 내외귀빈, 친척, 친지 분들을 모시고 너희들의 결혼식을 올리게 되어 무척 감격스럽구나. 오늘부터 너희 부부는 한 가정을 이루고 완전한 사회적 성인으로서 새 출발을 하게 되었다. 

플라톤의 ‘향연(饗宴)에 의하면 원래 사람은 남녀가 한 몸으로 되어 양쪽에 얼굴, 몸통이 있었는데, 그렇게 활동하려니 너무 불편하여 오늘날의 남녀로 분리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분리되어 살아보아도 역시 불편하여 다시 잃어버린 반쪽을 찾게 되었고, 그 반쪽이 서로 다시 만나 결혼을 하고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늘 너희 부부도 그동안 그토록 찾던 서로의 반쪽을 만나 이렇게 결혼을 하게 되는구나.

예로부터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했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서로를 배려하고 맞춰나갈 때 비로소 부부는 일심동체로 같은 방향을 향해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결혼생활이란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와도 같다. 기차는 양쪽 바퀴가 레일 위를 달리면서 목적지에 도달한다. 기차가 가정이라면 부부는 양쪽 바퀴와 같다. 양쪽 바퀴가 같은 방향을 향해 달리지만 만약 서로 방향을 달리한다거나 균형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그 기차는 탈선하거나 전복하고 만다. 

너희 부부도 ‘행복’이라는 희망봉을 향해 달리지만 거기에 이르는 길은 언덕길도 있고 커브 길도 있을 것이다. 언덕길에선 조금 힘들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서로를 북돋으며 힘을 모아야하고, 커브 길에선 상대방의 바퀴속도에 보조를 맞춰 전환을 하도록 배려하고 양보하며 서로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

너희들이 데이트할 때 안양에서 여의도까지 자전거로 3시간 거리를 가볍게 왕복했다고 들었다. 그만하면 너희들의 바퀴 성능은 입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행복에 이르는 레일 위를 힘차게 달리되 어떤 변화에 직면했을 때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지혜롭게 최선의 방법을 강구하여 나가길 바란다. 

사회인으로서의 지향할 점은 자기 가정의 행복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고 사회에도 유익한 존재가 되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세상에 나와 한 평생을 살다가면서 아무 가치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진다면 너무도 허무한 일이다. 부디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길 바라고 너희들의 삶을 더욱 빛나게 계승할 자녀들도 출산하여 인류 사회에도 기여하길 바란다.

또한 오늘 바쁘신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귀한 시간을 내어 너희들의 결혼을 지켜봐 주시고 축복해주신 내빈들께도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보답하며 살기를 바란다. Fighting!

2015년 월 일 아버지, 어머니로 부터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469 | 16시간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32 | 16시간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48 | 17시간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84 | 17시간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09 | 18시간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608 | 18시간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2 | 23시간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3 | 23시간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7 | 23시간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79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6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2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6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30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4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11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20 | 2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97 | 5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61 | 7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5 | 10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29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59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3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8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52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