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 차를 구걸하다 (걸명소:乞茗疏-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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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차를 구걸하다 (걸명소:乞茗疏-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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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명소란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 ~ 1836) 선생이 유배시절에 아암 선사(혜장:1772-1811)에게 茶를 보내주길 간절히 부탁하는 내용의 편지글로 茶를 사랑하는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는 유명한 글이다. 

걸명소가 쓰인 시기는 그의 나이 44세(1805) 겨울, 전남 강진 고성사의 보은산방이다. 

다산은 백련사의 혜장선사에게 기력이 쇠약하고 정기가 부족하여 산에 나무하려도 못 가고 병든 큰 누에처럼 생각만으로 차를 마시고 있으니, 명산(名山)의 진액이며 풀 중의 영약으로 으뜸인 차(茗)를 좀 보시(布施;베풀어 달라는 뜻)하기를 목마르게 바란다는 내용이다. 

만약 스님께서 보시를 해 준다면 술을 마시지 않고 차를 마시면서 내 병을 고칠 수 있을 것인데, 그것은 나룻배로 고통의 바다(고해:苦海)를 건너 주는 일과 같은 것이므로 중생의 구제를 염원하는 스님께서 이를 외면하지 말고 차를 보내달라고 다산이 간곡히 호소하고 있는 편지이다. 

다산은 1806년 겨울, 백련사의 승려 아암 혜장(惠藏)에게 차를 얻고자 다음과 같이 글을 보낸다. 

“나는 요즘 차만 탐식하는 버러지가 되어 약을 겸해 마신다네.

보내주신 글은 육우의 다경 3편과 온전히 통하니
병든 숫 누에는 노동(蘆仝)의 칠완다(七碗茶)를 마신다네.

비록 정기가 쇠약하고 기력이 부족하다는 기모경(基母暻)의 말을 잊지 않고 있고, 막힘을 풀고 헌데를 낫게 한다는 이찬황(李贊皇)과 같은 차 마시는 즐거움이 생겼다네.

아! 아침 햇살 피어날 때, 
흰 구름이 맑은 하늘에 떴을 때,
낮잠에서 갓 깨어났을 때, 
명월이 시냇물에 드리워졌을 때에 달이는 찻물은 윤택 할진저.

차 맷돌에 차를 갈 때면 잔 옥구슬이 눈발처럼 휘날리네.

산골의 등잔불로써는 좋은 차 가리기 아득해도
자줏빛 어린 차순 향내 그윽하네.

불 일어 새 샘물 길어다 뜰에서 차를 달이니
신령께 바치는 백토(흰 토끼)의 맛이 남다르네.

꽃 청자 홍옥 다완을 쓰던 노공(문언박)의 호사스러움 따를 길 없고
돌솥에 푸른 연기의 검소함은 한자(한유)에 미치지 못하나
물 끓이는 흥취를 게눈 고기 눈에 비기던
옛 선비들의 취미만 부질없이 즐기는 동안,
용단봉병과 같은 차를 나눠 줌은 이미 바닥이 났소.

산에 나무 하려도 못가는 쇠약한 몸이라 차를 얻고자 하는 뜻을 전하네.

듣건대 고해(苦海)를 건너는 데는 보시(布施)를 가장 중히 여긴다는 데
차는 명산의 진액이며 풀 중의 영약으로 으뜸이 아닌가.

목마르게 바라는 뜻을 헤아려 달빛 같은 은혜 아끼지 말기 바라네.”

걸명소의 이런 내용으로 보아 다산과 아암 선사는 차를 매개체로 하여 나누었을 향기로운 다담(茶談)을 상상해볼 수 있다. 

또한 걸명소에는 육우의 다경을 통달하고 노동의 칠완다는 물론 차 끓이는 방법, 차의 빛깔과 향기, 물 끓는 모습, 차 맷돌에 차를 가는 방법, 좋은 다완, 용봉단의 고급차 등의 해박한 지식이 잘 나타나 있다. 

걸명소의 내용에는 ‘차 맷돌에 차를 갈 때면 잔에 옥구슬이 눈발처럼 휘날리네’라는 구절이 있다. 또 ‘떡차는 모름지기 세 번 찌고 세 번 말려 아주 곱게 빻은 다음 반드시 돌 샘물로 고루 반죽해서 진흙처럼 짓이겨 작은 떡으로 만든 뒤라야 찰 져서 먹을 수가 있다’고 떡차 만드는 법을 가르치기도 하였다.
 
조선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다산 선생은 1801년 신유사옥으로 경상도 장기(경북)로 유배됐다가 황사영 백서사건이 일어나자 다시 전남 강진으로 유배됐다. 처음에는 강진의 동문 밖 주막집에서 4년간 머물렀고, 1805년 겨울에는 혜장스님의 주선으로 강진 읍내 고성사 보은산방(寶恩山房)에서, 1806년 가을에는 이학래의 집에 있다가, 드디어 동백꽃 피고 지는 1808년 봄에 만덕산 기슭의 초당(다산초당)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가 57세 된 1818년 9월 해배될 때까지 보낸 18년의 귀양살이 가운데 10년을 이 초당에서 지낸 것이다. 

다산초당에서 생활의 안정을 얻은 그가 학문에 몰두하여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외에 500여권의 저서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지만, 한편 차를 좋아했던 다산이 차나무 많은 만덕산에서 본격적인 다도를 즐겼던 것은 ‘다산 4경’으로 충분히 알 수 있다. 

‘다산 4경’은 정석바위, 약천, 다조, 연지석가산으로 뜰 앞의 평평한 바윗돌은 솔방울로 불을 지펴 찻물을 끓이던 부뚜막이요, 초당 왼편 뒤쪽의 맑은 샘물이 찻물로 쓰던 약천(藥泉: 담도 삭이고 묵은 병도 낫게 했다 하여 약천이라 불렀다)이다. 

동백 그늘 드리워진 뜰 오른쪽의 아담한 연못은 다산이 직접 축대를 쌓고 못을 파 물고기도 기르고 꽃나무도 줄지어 심고 물을 끌어 폭포도 만들었던 연지석가산(蓮池石假山)이요. 초당 뒤쪽의 바위벽에 그가 해배될 때 썼다는 정석(丁石)이란 글씨의 바위가 그것이다. 

나이 마흔에(1801) 유배를 가서 18년을 지내다, 1818년 해배되어 18년을 더 사시다 76세(1836)에 세상을 뜬 다산선생은 돌아가신 날까지 팔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언제나 찻잔이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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