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민주주의 현장, 집권 국민당 전당대회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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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민주주의 현장, 집권 국민당 전당대회 참관기

0 개 2,694 하병갑
지난 7월25일, 주말을 이용한 1박2일간의 공식 일정으로 오클랜드 시내 스카이시티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집권 국민당의 제79회 전당대회에 참석, 뉴질랜드 풀뿌리 민주주의의 현장을 체험했다.

이날 행사는 대기업과 중소사업자, 부농을 대변하고, 분배보다 성장을 강조하는 보수 우익정당인 국민당이 5백여명의 전국의 지역구 당원 대표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2014 총선을 평가하고 2017 차기 총선을 향해 진군하기 위해 그 비젼과 가치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국민당의 비젼(Vision)>
국민당은 모든 뉴질랜드인들이 각자의 목표와 꿈을 실현하기 위한 기회를 창조하는, 안전하고 번영되고 성공적인 뉴질랜드를 추구한다.  

 <국민당의 가치(Values)>

● 국가와 민주적 원리, 국가수반으로서 주권에 대한 충성
●  국가안보와 개인의 안전
●  평등한 시민권과 기회의 균등 
●  개인적 자유와 선택
●  개인의 책임
●  경쟁력있는 기업과 성취에 대한 보상
●  작은 정부
●  강력한 가족유대와 돌보는 지역사회
●  지속가능한(sustainable) 환경개발 

토요일 아침 7시. 컨퍼런스 룸 입구에서 간단한 참가자 등록을 마치고 7시 15분부터 주요 부서 장관들이 4-6개의 소회의실로 흩어져 자신의 소관부서 업무를 브리핑하고 질의와 응답시간을 갖는 Policy Advisory & Special Development 그룹 미팅을 40분간 가졌다. 기자는 첫 날 빌 잉글리쉬 부총리겸 재정부장관의 경제 포럼, 이튿날은 마이클 우드하우스 이민부 장관의 이민 브리핑에 참가했다.    

공식 행사는 오전 9시, 마오리어와 영어로 국가를 제창하며 막이 올랐다. 노동당 성향의 렌 브라운 오클랜드 시장의 축사에 이어 국민당 당수이기도 한 존 키 총리가 등단, 지난해 국민당의 감격적인 총선승리로 2008년 첫 집권이래 세 번째로 집권하는 제3기 존 키 국민당 정부수립을 자축하고, 경제성장(향후 4년간 GDP 연 2.8% 성장 예상)과 물가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곧이어 등단한 피터 굿 펠로우 국민당 의장(president)은 2014년 총선승리 경과 보고를 통해 국민당은 지난해 9월 총선일까지 당비를 납부하는 진성 당원 증가율 목표 10%를 2%나 초과달성, 당원 수 3만명을 초과 달성하면서, 113만표를 획득, 정당지지율에서 총투표자의 절반을 약간 밑도는 47%를 득표함으로써, 지역구에서 41석(네피어와 노스랜드 보궐선거 패배로 나중에 2석 상실)과 함께 전국구 19석을 얻어, 전체 의석 121석중 60석을 확보, ACT당(1석)과 United Future당(1석), 그리고 마오리당(2석)과의 연정을 통해 과반수 확보에 성공함으로써 국민당 주도의 연립정부 수립에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 국민당의 업적 - “뉴질랜드 거시경제의 기본이 너-무 좋아”

현직 총리와 기라성 같은 각부 장관들이 총 출동해 자발적으로 당비를 납부한 진성 당원들을 상대로 정부 정책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질의와 응답(Q&A) 시간을 위해 사전에 준비해 온 슬라이드 자료로 브리핑 해주는 성의를 보였다. 

빌 잉글리쉬 부총리겸 재정부장관은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고용시장 안정 등 거시경제의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뉴질랜드 경제의 기본(fundamentals)이 너-무 좋아 작년 총선 승리의 최대 요인이 됐다”고 자평했다.   

마이클 우드하우스 이민부 장관의 설명회에서는 영어시험 수준을 낮춰달라는 요청에 대해 장관 보좌관이 “영어를 모르면 농장을 운영할 때 비료인지 가축 사료인지를 구분 못해 (가축에게 비료를 먹여) 위험한 경우를 당할 수도 있다”라는 식의 우려를 답으로 내놨다.

특히, 이민부 장관의 설명회에는 기자를 포함, 참석자가 6명밖에 없었지만 농업부 장관 설명회에는 50여명, 지방정부 장관 설명회에는 1백석 규모의 홀이 꽉 찰 정도로 현지인들의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우리 교민사회의 관심사와 뉴질랜드 주류사회의 관심사는 이렇게 달라도 너무 달랐다.  
선동적이고 강한 어조로 어필하는 한국적 스타일의 후보자보다, 진지하고 논리적으로 차분하게 연설하는 키위 스타일의 후보자에게 지지표가 모이는 것을 이사회 임원선출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사회자가 안건을 올려 통과여부를 참석자들에게 물을 때마다 Yai/I(아이) 또는 Nay(네이)로 답변해서 주위에 물어보니 Yes 또는 No 답할 것을 친근하게 말하는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다음날, 존 키 총리는 폐막식 직전 오클랜드를 벗어나 지방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하거나 정착하는 이민자에게 합격점수를 높여주는 깜짝 선물도 안겨 주었다.

이 같은 조치로 연간 45,000명에서 50,000명에 이르는 신규 이민자들중 수천명을 오클랜드 이외의 지역으로 정착을 유도해 과열된 오클랜드 부동산 시장의 열기를 누그러뜨리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존 키 총리는 또 내년에 기업인 워크비자 신청자를 2백명까지 승인할 예정이며, ‘글로벌 임팩트 비자’를 신설, 600명까지 숙련도가 낮은 필리핀 외국인노동자를 일손이 부족한 남섬의 농장일꾼으로 일하게 한 후 영주권 신청이 가능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본과 기술, 그리고 선량한 시민으로서 올바른 태도를 갖춘 이민자가 유입된다면 차원높은 뉴질랜드의 번영을 가져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열화 같은 박수를 받으며 일반 당원들과 악수로 인사하며 입장과 퇴장을 한 존 키 총리와 영부인은 교대로 소인증 장애 여성 당원에게는 그녀의 볼에 가볍게 입까지 맞추고 따뜻하게 안아주기까지 하는 등 특별한 배려로 보는 이에게 따뜻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 한인사회에 주는 교훈, ‘참여하지 않으면 소외 당한다’

지역구별로 구분된 좌석배치를 무시하고, 20여명이 떼지어 두 줄이나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중국인 국민당 당원들(Chinese Group)에 비해 한국인 그룹은 멜리사 리 의원과 기자 포함 딱 세 명만이 그것도 자기 소속 지역구에 흩어져 앉아 있었을 뿐이었다.  

우리가 대단한 나라라고 여기는 ‘코리아’는 존 키 총리가 한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결과로 한국에 수출하는 키위에 대한 관세 45%가 철폐된다는 자랑을 하며 두 번 언급했을 뿐, 대부분의 장관들에게 한국은 “중국과 다른 아시안 국가”의 범주에 넣어 두리뭉실 표현하는 관심권 밖의 나라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정치는 우리가 숨쉬는 공기와 같다. 있을 때는 그 가치를 모르지만 없으면 생명조차 지탱할 수 없는 것이 공기다. 우리 교민들의 뉴질랜드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고질적인 투표율 저조로 이어져 뉴질랜드 현지사회에서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다음 자식세대까지 한인들의 권익을 무시당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떤 정당이라도 좋으니 평소에 지지 정당을 정해 당원으로 등록해 두거나 활동하는 것도 한인의 파워를 현지사회에 알려, 결국 내가 소속한 커뮤니티에 대한 봉사가 된다. 

이민 후 처음으로 국민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기자는 뉴질랜드 주류사회의 속살을 한 꺼풀 벗겨 본 신선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5백명의 현지인 참석자중 한국인은 겨우 3명임을 확인하는 순간 소외감을 크게 느꼈다. 투표는 안 하면서 이민자를 2류시민으로 차별한다는 불평을 말할 자격이 있는 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음에는 야당인 노동당 전당대회도 참관할 기회를 가져 서로 비교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하병갑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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