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7월, 생각이 머무는 그 곳에...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나의 7월, 생각이 머무는 그 곳에...

0 개 2,285 오소영
참 많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잊혀지지가  않는 그 곳. 아니 점점 더 선명하게 떠 오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정확하게 55년 전의 일을 마치 어제 일처럼 생각하고 있다. 뙤약볕이 불화로처럼 뜨거운 7월 어느 날. 꼬박 하루 반 나절을 뱃길로 달려 도착한 멀고 낯선 섬. ‘백령도’.

군용 비행기 (민항이 있을리 없는) 활주로로 쓴다는 단단한 모랫벌에 첫 발을 내려놓았을 때다. 뿌우옇게 해무(海霧)에 가려졌던 궁금한 세상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지친 나그네를 반겨주던 섬 마을 풍경. 해풍에 실려 오는 비릿한 갯 내음이 이국의 낯설음처럼 멀미에 지친 속을 또 한번 휘저어 놓았다. 출렁이는 물살에 흔들리는듯한 현깃증을 참아내며 억지로 받은 처음 밥상에서 무엇인지? 독특한 맛의 나물 무침이 짭쪼름하고 칼칼해서 의외로 쉽게 속을 갈아앉혀 주었다. 얼마나 놀랍고 다행스러웠는지...

지금은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상품화되어 김치 담는데 필수품이 된 ‘까나리’ 액젓이었다. 집집마다 큰 독에 몇년씩 묵힌 까나리 액젓을 간장으로 쓰는 이 곳. 그 간장으로 만든 음식이 뱃길에 지친 육지의 손님들 입맛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이북 가까운 곳. 귀향하지 못한 실향민들이 정착해 고향 땅 바라보며 파도를 벗 삼아 그리움을 사는 섬 마을. 아침 일찍 바닷가에 나가 주워 온 바지락에 노오랗게 계란묻혀 전 붙혀주던 내 고향‘마포’아줌마의 정성도 특별했지만. 반나절 지게 바소고리에 지고 온 살아서 꼬물락거리는 꽃게찜의 그 달짝지근한 맛을 어찌 잊을까? 바다에서 금방 잡은 꽃게의 맛은 서울에서 사 먹던 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온 집안에 배릿한 비린내를 풍기며 살을 발라 먹느라 정신없던 외지의 사람들.

섬 사람들은 푸근하고 친절해서 금방 정이 들어갔다. 그 분위기에 취해서였을까? 그 여행길에서 뜻밖에도 나는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게 되었다. 인연이란 정말로 우연한 곳에서 맺어지는 것 일까? 정신 못 차리게 흔들리던 밤 배. 잠 들어야 잊을 수 있는 심한 멀미에 든든한 어깨를 빌려주어 잠들도록 해 준. 아저씨같이 믿어운 남자였다. 밤 바람에 불빛 더위를 식히며 두 사람 나란히 바닷가에 앉으면 정적을 깨는 파도 소리가 마치 묘한 노래처럼 들려 혼곤히 취해버리곤 했다. 까만 하늘을 수놓은 찬란한 별빛들의 속삭임 만큼이나 많은 대화의 향연속에 풀벌레가 합창으로 한 쌍의 젊은이를 축복해 주는가. 막연하게 문학을 동경하던 뜨거운 가슴에 그 사람 또한 현실적으로 맞닥드린 열정에 공감하면서 왜 그리 가슴이 뛰던지.... 스물 넷 청춘이 꽃피는 시절. 누군가를 사랑하고픈 그리움에 그가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서서히 느껴갔다.

저 바다 건너 아련히 북의 불빛이 손짓 해 부르는. 두고 온 고향 산천을 축축한 눈빛으로 이야기하는. 외로운 한 남자를 따뜻이 지켜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내 운명의 사명감처럼 그렇게....    

타인으로 갔던 두 사람이 돌아올 때는 인생의 미래를 약속하고. 그게 어떤 목적에 버금가는 ‘행운의 티켓’이라고 모든 것 던지고 손잡고 돌아 온 우리들의 그 곳. 북녘에서 ‘사상’과 ‘이념’이 달라 군번없는 유격대로 싸우다 살아 내려 온 삼팔 따라지. 학연도 지연도 끊긴 외톨이에게 딸을 맡길 수 없다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릎쓰고 우여곡절 끝에 허락을 받아내고 우리는 11월의 신랑 신부가 되었다. 그의 오직 착한 품성 하나 믿어준 우리 부모님들.

섬에서 돌아 올 때. 배 안에 큰 망에 갇혀 실린 검은 돼지를 보고 ‘돈까스’를 뇌까리던 그 사람을 위해 참 많이도 그것을 튀겨냈다. 생일에도 미역국 대신 ‘돈까스’를 먹겠다고 떼를 쓰는 아이같은 사람. 어머니 치마끝에 매달리는 개구장이처럼. 어느 때는 예쁘게 귀염성있는 동생이기를 바라는 오빠같이. 때로는 푸근한 눈빛으로 다독이는 누나이기를. 아내 한 여인으로는 부족한 여성의 모든 역활을 원하는 그는 평생을 ‘홈 시크’에 시달리는 사람이었다. 항상 좋아하는 팥밥에도 기름진 고향땅 그것과는 다르다고 투정하고. 들어 본 적도 없는 범벅을 졸라서 그가 이르는대로 따라 만들어도 보았다. 명절만 돌아오면 가슴속이 갈갈이 찢기운 상처로 아파하면서 사는 사람인 것을 금방 알아버리게 여린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참 빨리도 서둘러 떠나갔다. 동고동락 함께 한 세월이 사 반세기. 그가 떠난 세월이 살아 온 세월보다 한참 더 길다. 훌훌히 다 잊고. 혼자이기에 허용되는 나만의 시간을 잘 관리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와서 문득문득 그 때가 떠 오르건 웬일일까? 그 사람을 처음 만나서 가슴 두근거렸던. 그런 세월이 있었다는게 믿어지지도 않을만큼 오래된 일이이었는데 말이다. 이쯤와서 그 때를 기억하는건 아마도 이제 귀소(歸巢)를 서두르는 한마리 새의 본능을 닮아서일 것이다.

그는 지금 어디쯤에 머물고 있을까? 육신없는 영혼에게 이념따위 따질사람 없으니 그리던 고향산천 내려다 보며 거기에 있겠지. 한 줌 재가되어 북향 산자락에 뿌려진 그는 훨훨 바람타고 날아 잘도 갔을 것이다. 그리움을 마감하고 부모님들도 만났을 것이다. 지나간 시간들을 떠 올리며 인생의 허무함을 눈물 반. 웃음 반으로 허허실실 할 때. 어디선가 나풀나풀 호랑나비 한 마리가 나무 그늘에 앉은 내 발등에 사뿐 날아와 앉더니 날아 갈 줄을 몰랐다. 아주 오래도록... 그가 한 마리 고운 나비가 되어 나를 위로 하는게 아닐까? 갑자기 정신이 번쩍들었던 그 날. 지금도 나풀나풀 내 주위를 날으는 나비만 보면 나는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해서 깜짝 깜짝 놀래면서도 괜스레 반갑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 거리고...”

그 섬에서의 명물 . 뽀뿌라 할머니의 노랫소리도 잊혀지지 않는 멋진 추억거리다. 육척 장신의 남자같던 거인 할머니. 생김은 그랬어도 노래 하나만은 일품이어서 짖꿎은 남자들이 막걸리 한 잔에 취한척 치마로 장막을 만들어 가리우고 노래만 들었다나. 우리는 삶이 지루하고 시들 할 때마다 뽀뿌라 할머니 이야기를 했었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돌아가는 활력소로 그만한 약이 없었기에... 할머니의 십 팔번 ‘목포의 눈물’을 되세기며 옛 꿈을 쫓아 그 섬으로 달려간다. 내 첫사랑을 꽃 피우던 아득한 북쪽 그 섬으로 .

나의 7월은 꽃다운 나이 스물 네 살에 인생시계가 멈춰있다.

만성 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댓글 0 | 조회 348 | 2일전
최근 미국 버지니아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와 뉴욕 마운트시나이병원(Mount Sinai Hospital)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신장(腎… 더보기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

댓글 0 | 조회 261 | 3일전
안녕하세요 한국 교민 여러분, 벌써 2026년도 2월이 찾아왔습니다.오늘은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더보기

보험 수리 보증은 누가 책임질까?

댓글 0 | 조회 283 | 3일전
자동차 사고 후 보험으로 수리를 진행하면 많은 운전자들은 자연스럽게 “보험으로 수리했으니, 문제가 생기면 보험사가 책임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곤 합니다.그러나… 더보기

뉴질랜드 의예과 치예과 (Biomed/Health Sci) 입학 전 꼭 알아야할 …

댓글 0 | 조회 344 | 5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Biomed/Health Sci 1학년 과정 입학 전 꼭 알아야할 점들을 체크리스트를 통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과거 칼럼에도 다뤘듯 의대 가는 길… 더보기

어휘력은 암기만으로 늘지 않는다

댓글 0 | 조회 756 | 9일전
아이들의 어휘력을 판단할 때, 우리는 대개 알고 있는 단어의 양에 집중하곤 한다. 아이들이 단어장을 외우고 뜻을 암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더보기

사랑과 우정, 그 중간쯔음 . . .

댓글 0 | 조회 329 | 2026.01.28
그 날의 여행지는 늘상 가던 온천행이 아니었다. 낯선 캠핑장을 지도에서 찾아봤다. 내 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이었다. 이게 웬 호재인가?두대의 버스가 북쪽과 남쪽… 더보기

목사 가운을 버리고

댓글 0 | 조회 728 | 2026.01.28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외국에서 방문했다는 이유로전임 교회에서스웨터에 셔츠를 받쳐 입고설교를 했습니다예배를 마친 후교우들과 인사를 나눌 때목사님 오늘 패션 최고예요… 더보기

요점만 정리한 종교인 워크비자

댓글 0 | 조회 615 | 2026.01.28
뉴질랜드 이민부는 종교 관련 직무에 종사하는 신청자에게만 적용되는 Religious Worker Work Visa(이하 종교인 워크비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더보기

21. 잠든 전사 – 테 마타 봉우리의 전설

댓글 0 | 조회 149 | 2026.01.28
Te Mata o Rongokako – 잠자는 거인의 이야기* 거인의 형상혹스베이 지역, 특히 헤이스팅스 인근에는 마치 사람이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의 거대한 산이… 더보기

2026년 뉴질랜드 바이오메드, 헬스사이언스 입학준비

댓글 0 | 조회 500 | 2026.01.28
: 뉴질랜드를 선택하는 이유, 그리고 지금 준비해야 할 것들▲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고… 더보기

샘터와 우물가

댓글 0 | 조회 115 | 2026.01.28
시골집엔 샘이 있었다. 장독대 아래에 있는 샘에 바가지를 띄워놓고 퍼서 먹었다. 새미터(샘터)에 매끈한 돌을 놓고 찬거리를 다듬었고, 빨래도 했다. 물이 흘러가는… 더보기

이민자의 스트레스, 어디로 가는가

댓글 0 | 조회 634 | 2026.01.28
ㅣ 술, 갬블링, 과로로 흘러가는 감정들새해가 시작되면 많은 이민자들이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올해는 조금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 더보기

차나무도 생명, 내버려둘수록 차 맛도 맑다

댓글 0 | 조회 176 | 2026.01.28
화엄사 구층암 ‘죽로야생차’“혹시 대나무와 조릿대의 차이를 알아요?”차밭을 정비하러 나서는 길, 구층암 주지 덕제 스님이 문득 질문을 던졌다. 알 리 없다. 더욱… 더보기

장학금 그리고 의사가 꿈인 두 학생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409 | 2026.01.28
출처 : https://www.acsa-scholarship.or.kr/default/menu02/menu02_cont02.php?sub=22몇년 전까지만 하더라… 더보기

장애인 가족 돌봄자

댓글 0 | 조회 206 | 2026.01.27
가족 구성원중 항시 돌봐야 하는 장애인이 있는 경우 가족 구성원 들은 경제적 부담과 함께 장애인 가족을 돌봄으로 인한 취업기회 상실과 사회활동 포기 등 다양한 희… 더보기

바빌론의 공중정원 전설

댓글 0 | 조회 143 | 2026.01.27
ㅣ존재했는가, 아니면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환상인가“보이지 않는 세계유산”인류가 남긴 유산 가운데, 가장 유명하지만 아무도 본 적 없는 건축물이 있다. 고대 … 더보기

다른 길은 없다

댓글 0 | 조회 132 | 2026.01.27
시인 류 시화자기 인생의 의미를 볼 수 없다면지금 여기, 이순간, 삶의 현재 위치로 오기까지많은 빗나간 길들을 걸어왔음을 알아야 한다그리고 오랜 세월동안자신의 영… 더보기

2편 – 〈세기의 디지털 강도〉 (The Heist of Light)

댓글 0 | 조회 154 | 2026.01.27
“단 12초 만에, 79억 달러가 사라졌다.”프롤로그 - 2028년 4월 9일, 그날 12초, 세계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 라이트게이트(LightGate).… 더보기

향후 10년간 가장 인기 있는 직업 목록이 발표

댓글 0 | 조회 540 | 2026.01.27
이 5가지 진로는 뉴질랜드 학생들에게 안정적이고 높은 소득을 보장하는 미래를 제공합니다!오늘날 아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미래가 우리가 당시 직면했던 미래와 완전히 … 더보기

운도 실력이다 –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행운

댓글 0 | 조회 216 | 2026.01.27
골프장에서 가끔 이런 장면을 목격한다. 공이 벙커를 향해 날아가다가 절묘하게 튕겨 나와 그린 위에 안착하는 순간. 동반자들은 말한다. “야, 운 좋다!” 하지만 … 더보기

‘조용한 살인자’ 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705 | 2026.01.23
지난(1월 20일)은 대한(大寒)으로 24절기(節氣)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이다.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立冬)에서 소설(小雪),… 더보기

2025년 의대 치대 수의대 38명 합격생의 공통점

댓글 0 | 조회 799 | 2026.01.22
출처 : https://www.hufs.ac.kr/hufs/11250/subview.do2025년에도 메디컬 유행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과거에는 크리… 더보기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

댓글 0 | 조회 688 | 2026.01.21
오늘은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소개해 드립니다. 이 방법은 상황을 민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할 수… 더보기

1편 – 〈황금의 망령〉 (The Phantom of Gold)

댓글 0 | 조회 295 | 2026.01.16
840톤의 금괴가 사라진 날, 세계는 새롭게 시작되었다.프롤로그 - 2011년 10월, 리비아 사막 어딘가 폭풍이 사막을 뒤덮은 밤. 모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 더보기

아들 신발

댓글 0 | 조회 307 | 2026.01.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결혼해 집 떠나며남겨진 아들의 신발에아직 남아 있는향기 같은 너의 따스함너와 함께 걷던 상쾌함으로오늘도 신고 나선다튀는 걸음으로 다녔을아들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