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 첫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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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 첫번째 이야기

0 개 1,470 한 얼
내가 일하는 곳은 만물상이다. 적당한 크기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물건들이 한가득 쌓여 있고, 찾아오는 손님들은 어린 아이들에서부터 나이든 할아버지까지 다양하다. 찾아오는 손님들은 피부색도, 나이도, 옷차림도 모두 다르지만 딱 하나 공통점이 있다. 필요한 것이 있고, 그것을 우리 가게에서 찾는다는 것.

대개 이 가게의 손님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매우 모호하거나 듣도보도 못한 기상천외한 물건들이고, 열 중 일곱은 그 기기묘묘한 물건들을 실제로 가게 내에서 찾아 사곤 한다. 정말 놀라울 노릇이다. 이 가게에 이런 물건이 있었다니! 가게의 직원인 나조차도 종종 놀라곤 한다. 그만큼 만물상의 물건은 정말 많고 종류가 수두룩해서 모조리 외우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게에서 가장 오래 일한 중국인 직원마저도 물건 목록의 80%만 알고 있다고 한다 (그것도 어디겠냐마는). 경탄 밖에 나오지 않는다.

내가 하는 일은 - 일반적인 판매점의 점원들이 그러하듯이 - 재고를 확인하고, 정리하고, 손님을 안내하거나 접객하는 일이다. 처음엔 잘 할 수 있을까 고민되었지만, 잘 하는지의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우선 일이 생각보다 즐거워서 다행이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에는 뭔가 안심되는 것이 있다. 몸에 익은 대로만, 손에 익은 대로만 하면 모든 것이 완성되는 마법 같은 패턴.

가게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상품이 들어오는 탓에 공간이 항상 모자라서, 모든 진열대는 늘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그런 탓에 물건을 찾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 손님들은 항상 직원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가방에서부터 장난감, 접시, 양초--말만 하면 뭐든지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종종 손님들은 감탄하며 말하곤 한다. 마치 마법의 가게 같다고.

점원의 일은 크게 둘로 나뉜다. 정리와 접객. 전자는 단순하고 비교적 쉽지만 금방 질리고 지루해진다는 맹점이 있고, 후자는 훨씬 까다롭고 스릴 넘치지만 매 순간 순간이 전쟁 같다. 물건은 예상 가능(?)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으니까. 거기다 어쩌다가 무례한 손님이라도 걸릴 경우엔 그야말로 최악으로 치닫는다.

다행히도 내가 맞이하는 손님들은 대부분 상냥하다. 계산대에 서면 항상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네고, “플리즈”와 “땡큐”를 나만큼이나 자주 말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자신이 원하던 물건이라도 찾으면 춤이라도 출 것처럼 어깨를 우쭐대는데, 보는 나도 덩달아 신이 난다. 일상의 소소한 행운, 그것으로 인한 기쁨은 전염적이다. 유독 기억에 남는 손님은 한 60대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였는데, 파란색 간호사복을 입고 뽀글뽀글하게 머리를 파마한 분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물건의 이름을 몰라 손짓으로 설명하다가, 내가 단박에 그 물건을 찾아주자 - 여담이지만, 그 물건은 바로 거대한 부엌용 피펫이었다. 뭐에 쓰는 걸까? - 그야말로 뛸 듯이 기뻐하며 내 손까지 꼭 부여잡고 환하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별 것 아닌 도움을, 마치 그 날 하루 전체를 바꿔주었단 것처럼 기뻐하던 것에 얼떨떨하고, 조금 많이 뿌듯했다.

종종 임산부들도 찾아온다. 그런 부인들을 보면, 난 우선 걱정스럽다. 특히 혼자 왔거나, 짐이 많거나, 아이들까지 주렁주렁 데리고 왔을 경우엔 더더욱. 몸도 무거울 텐데, 너무 무리할까 싶어 그럴 땐 바구니를 권하거나, 특별히 물건이 있는 곳까지 안내해 주고 이따금씩 가게 전체를 비춰주는 모니터로 뒷모습을 보곤 한다. 혹시 아이들 때문에 애를 먹진 않을까, 무거운 물건이나 높은 곳에 있는 상품 때문에 진땀을 빼는 건 아닐까. 그리고 보통 임신한 손님들이 가장 친절하고 잘 웃는다. 힘든 건 본인들일 텐데도. 가슴이 찡해지고, 어째서인지 엄마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게 이야기를 더 하고 싶은데, 지면이 모자란다. 나머지는 다음 회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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