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냐 퍼포먼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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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냐 퍼포먼스냐

0 개 3,092 한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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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문화사의 흐름에서 시대구분을 할 때 고대 신화시대, 중세 종교시대, 근대 과학시대, 현대 예술시대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대 21세기 현대는 예술 가운데서도 퍼포먼스(Performance)가 주류를 이루는 시대가 될 거라고 얘기들을 하고 있다.

퍼포먼스의 의미는 실행, 행위, 작업, 성과, 성능, 공연 등을 말하며 인간 활동의 다양한 분야에서 그 말이 사용되고 있다. 예술 활동 관점에서 퍼포먼스 아트(Art)라고 말할 때는 ‘행위예술’ 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행위예술은 육체적인 행위를 통해 표현하는 예술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누드(Nude) 노출이나 성적행위 표현이 예술이냐 외설(猥褻)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나는 공연(公演)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백남준(1932, 7, 20 - 2006, 1, 29)은 한국 태생의 미국인으로 미술가, 작곡가, 전위예술가, 비디오 아트 선구자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던 천재적인 예술가로 칭송받고 있다. 그의 예술은 ‘인간화된 예술’을 표방한다. 대중과 관객 즉 인간의 참여가 있는 예술을 진정한 예술로 믿었던 그는 인간과 기술을 별개로 보지 않고 그 둘이 예술이라는 이름하에 자유롭게 만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문화 테러리스트(Terrorist)로 불렸던 백남준 - 먹물이 담긴 대야를 두 손으로 잡고 그 속에 머리를 쳐 박고 머리카락에 먹물을 듬뿍 묻혀 무릎을 꿇은 채 흰 종이 위에 선을 그어 내려가던 그 순간, 마치 폭풍이 휩쓸고 가는 것처럼 파괴적인 퍼포먼스 앞에서 관객들은 숨이 멎는 것 같은 긴장감을 맞보았다. 강렬한 퍼포먼스에서 뿜어 나오는 그의 눈부신 에너지를 보고 반했노라고 그의 아내가 된 구보타 시키코는 고백했다. 

자판(字板)만 손가락 끝으로 두드리면 온갖 글자가 형성되고 세상만사 원하는 모든 것들이 펼쳐지는 컴퓨터, 스마트 폰 시대에 필기도구가 사라져가고 사람과 사람들이 만날 필요도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자라나는 우리의 후세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컴퓨터 게임에 몰입되어 신체적, 정신적, 가정적, 사회적 건강을 해치고 진정한 문화, 예술, 체육 활동은 시들어 가고 있다. 

TV는커녕 라디오도 없던 시절, 더군다나 한국전쟁의 와중에서 헐벗고 굶주리며 모든 것이 피폐해져 있을 때였지만 봄이면 학예회, 가을이면 운동회가 어김없이 열렸다. 단순한 학교 행사가 아니라 고을의 공동체 행사로 학부모는 물론 고을 주민들이 모여 함께 어울렸던 것이다. 특별히 기량이 있는 몇몇 선수나 재능이 뛰어난 발표자만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참여해서 기량을 펼쳤고 학부모도 대열에 참여해 행사를 즐겼다. 

지난 3월 14일에는 오클랜드 한인의 날 행사가 노스쇼어 이벤트 센터에서 열렸다. 화창한 날씨에 많은 교민들이 참여했지만 이민 생활에서 일 년에 한 번 행하여지는 한인의 날에 모든 교민들이 모여 참여한 다민족 현지인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한인의 날 프로그램은 옛날 학예회와 운동회를 겸한 행사로 편성된 느낌이다. 각종 교민 업체, 단체들이 부스(Booth)를 차려 먹 거리, 볼 거리, 즐길 거리와 유용한 정보를 제공했고 음악, 미술, 스포츠, 게임, 등 부문에서 각종 퍼포먼스와 발표, 공연, 관객 체험 프로그램들이 펼쳐졌다.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보고 들으며 즐기는 단순한 오락은 피동적이고 소극적인 시간 보내기 활동이다. 현장에 참여해서 발표자와 호흡을 같이 하고 객장 내에서 뿜어 나오는 열기를 실제로 느끼며 거기에 직접 행위를 해보면서 5감(五感)으로 받아드리는 감동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또한 행사 날에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만나기 힘든 친지들을 만나 담소를 나누게 되는 기회를 추가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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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교민 사회에서는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 복합적인 예술로서의 퍼포먼스를 시도해봤다. 징치기 소년(김정윤 학생)의 시작을 알리는 징소리를 신호로 춤추는 소녀(아이린 학생)의 손님을 부르는 춤사위가 이어지고 가야금 소녀(최보영 학생)의 아리랑 연주가 은은히 계속되었다. 한편 필자는 가로 145cm, 세로 215cm가 되는 5겹의 대형 화선지에 1m 길이의 붓으로 ‘삶’이라는 서예퍼포먼스를 펼쳐나갔다. 삶의 마지막 획이 멈추는 곳에서 문인화가 조소옥 선생의 국화 한 송이가 그려지고 완성된 작품이 관객을 향해 펼쳐진 가운데 천철남 선생은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 시를 낭독해 나갔다. 인간 개체의 삶의 의미를 한 송이의 국화가 피어나는 과정이 상징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이 아닐까? 

인간의 움직임은 되풀이 되는 법이 없듯이 글씨를 쓰는 동작 체험도 단 한번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다. 붓이 닿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붓은 종이 위를 떠나지 않는다. 관객은 붓의 진행 방향을 따라 완성되는 글자의 형성과 먹물의 농도, 획의 움직임의 빠르고 느림, 꺾고 돌리는 다양한 붓놀림, 강함과 약함, 뭉침과 번짐 등을 통해 긴장과 해이의 소용돌이를 체험하게 된다. 

언젠가 한반도를 일주하면서 백두산 천지의 물로 먹을 갈고 한라산 말의 털로 붓을 만들어 한반도에서 생산된 목화로 짠 광목위에 아오테아 광장에서 서예 퍼포먼스를 펼칠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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