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와인을 만났을 때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김치가 와인을 만났을 때

0 개 2,858 피터 황
534.jpg

한국인들의 음주문화는 술에 따라 안주가 정해지는 편이라면 와인 문화권은 음식에 맞춰 와인을 선택하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수천 년 동안 마셔 온 와인은 당연히 음식과 어울림을 고려해서 발달해 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음식의 가짓수만큼이나 와인 또한 수 천 수 만가지 일 수 밖에 없다. 와인은 신토불이처럼 같은 땅에서 재배된 재료로 만든 음식과 좋은 매칭을 이룬다. 와인과 음식의 조화를 마리아주(Marriage)라고 하며 서로간의 장점을 살리고 맛과 향을 최상으로 돋보이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와인의 종류에 따라 음식과의 궁합은 전통적인 기본이 있긴 하다. 하지만 다양한 응용은 마시는 사람의 몫이다. 
 
무엇보다도 음식의 기본 맛은 단맛, 신맛, 쓴맛, 짠맛이라는 점과 와인의 주요한 구성은 단맛, 신맛, 떫은 맛 그리고 알코올이라는 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이 둘의 결합으로 맛을 상승시킬 수도 있고 기분 나쁘게 할 수도 있다. 특히 와인의 알코올은 미각에서 느껴지는 무겁다거나 가볍다거나 하는 질감(Body)에 영향을 준다. 

와인을 마시는 전통은 없었지만 한국의 음식은 의외로 와인과 잘 어울린다. 우리 음식은 적당한 염분, 감칠맛을 주는 매운맛, 부드러운 단맛, 기분 좋은 신맛과 쓴맛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에 풍부한 과일 향, 균형 잡힌 산도, 둥글고 부드러운 질감을 가진 와인을 선택하면 실패는 없다. 먼저 와인의 매칭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주재료, 조리한 방식, 첨가된 소스나 양념이다. 대체로 우리의 육류요리는 레드와인과 잘 어울리고 생선과 야채는 화이트와인과 잘 어울린다. 특히 제사나 명절 음식처럼 담백한 음식은 드라이하고 쌉싸름한 화이트 와인과 찰떡 궁합이다.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자. 주물럭이나 갈비찜은 단맛이 있고 소스가 많은 요리이므로 타닌성분이 많고 풍미 있는 풀 바디(Full Bodied)의 카베르네 소비뇽이 좋고, 불고기는 소스가 많으나 진하지 않으며 단맛이 있기 때문에 카베르네 멜로나 멜로와 같은 중간 정도의 밀도(Medium Bodied)를 가진 와인이 좋다. 삼겹살에는 가볍고 섬세한 피노누아가 좋고 매콤한 족발엔 카베르네 소비뇽이 제격이다. 레드와인의 타닌이 지방분해를 도와주고 풍부한 과일 향과 맛이 돼지고기의 냄새를 잡아주기 때문이다. 

로스구이나 등심구이는 과일 향이 풍부한 멜로, 통닭구이는 산뜻한 맛의 소비뇽 블랑이나 로제(Rose) 또는 부드러운 피노누아, 생선구이에는 산미와 떫은 맛이 적당히 있고 부케(Bouquet, 숙성된 향)가 강한 고급 샤도네이가 좋다. 야채를 위주로 한 음식은 상큼한 맛의 화이트 와인이 잘 어울리는데, 특히 신선한 봄나물이 듬뿍 들어간 비빕밥엔 그린 애플 향을 중심으로 짙은 과일 향을 가진 피노 그리스가 신선한 재료의 풍미를 살려주고 매운 맛은 덜 느끼게 해 준다. 결국 와인과 음식의 매칭은 상반성을 피하고 유사성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김치와는 어떨까? 서구의 술과 가장 한국적인 것의 만남은 의외로 묘한 하모니를 만들어 낸다. 입안을 자극하는 김치의 맛깔스러움에 와인은 곧 바로 적응된다. 와인의 밋밋함과 허전함을 김치의 넉넉함과 감칠 맛으로 감싸 안는다. 특히 하얀 속살을 드러낸 백 김치의 절제된 아름다움과 세련됨 앞에서 와인은 녹아 내린다. 담백함과 짭조름함, 게다가 고소함까지 백 김치는 와인의 쓴 맛을 포용한다. 

와인과 김치는 태생이 많이 닮아있다. 둘 다 발효음식이고 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특히 각 지방의 특성과 풍토에 따라 와인과 김치는 팔색조처럼 변신한다. 김치의 백미는 충분히 숙성되면서 나타난다. 잘 익은 김치는 아삭하고 새콤달콤한 맛이 과일 같고 오미(五味)가 두루 갖춰지게 된다. 장독에 담겨 숙성의 시간을 보내고 농익은 맛을 만들어 내는 김치처럼 와인 역시 숙성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인다. 풋김치, 푹 삭은 김치, 신 김치와 같이 와인도 숙성의 정도에 따라 다양한 맛과 향을 전해 주는 것이다. 

사실 맵고 새콤한 김치를 직접 와인과 매칭시키기엔 무리가 있다. 약간의 각색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김치에 들기름을 넣은 고소하고 매콤한 김치 볶음밥, 김치를 넣은 피자나 김치 빈대떡으로 변신시키면 쉬라즈나 쉬라가 잘 어울리는 것처럼 말이다. 잘 익은 붉은 과일 향과 맵싸한 향이 넉넉하고 묵직한 타닌과 알코올의 균형이 정열적인 프랑스 론 지방의 기운을 전해주면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맛을 선사한다. 

탐욕에 눈이 먼 상인들로 인해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가득 찬 시대다. 하지만 김치 한 가지에 밥을 먹는 사람은 세상에 죄 지을 일이 없다. 그들에게 음식은 절실함이며 세상에 대한 정직함이고 당당함이다. 진수성찬, 산해진미를 찾는 이들이 세상의 죄란 죄는 모두 짓고 산다. 오늘 내가 먹은 음식을 되돌이켜 보라. 음식은 현재 내 삶의 자세이고 본질이며 내 몸의 미래다.   

만성 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댓글 0 | 조회 350 | 2일전
최근 미국 버지니아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와 뉴욕 마운트시나이병원(Mount Sinai Hospital)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신장(腎… 더보기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

댓글 0 | 조회 267 | 3일전
안녕하세요 한국 교민 여러분, 벌써 2026년도 2월이 찾아왔습니다.오늘은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더보기

보험 수리 보증은 누가 책임질까?

댓글 0 | 조회 285 | 4일전
자동차 사고 후 보험으로 수리를 진행하면 많은 운전자들은 자연스럽게 “보험으로 수리했으니, 문제가 생기면 보험사가 책임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곤 합니다.그러나… 더보기

뉴질랜드 의예과 치예과 (Biomed/Health Sci) 입학 전 꼭 알아야할 …

댓글 0 | 조회 351 | 6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Biomed/Health Sci 1학년 과정 입학 전 꼭 알아야할 점들을 체크리스트를 통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과거 칼럼에도 다뤘듯 의대 가는 길… 더보기

어휘력은 암기만으로 늘지 않는다

댓글 0 | 조회 769 | 10일전
아이들의 어휘력을 판단할 때, 우리는 대개 알고 있는 단어의 양에 집중하곤 한다. 아이들이 단어장을 외우고 뜻을 암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더보기

사랑과 우정, 그 중간쯔음 . . .

댓글 0 | 조회 330 | 2026.01.28
그 날의 여행지는 늘상 가던 온천행이 아니었다. 낯선 캠핑장을 지도에서 찾아봤다. 내 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이었다. 이게 웬 호재인가?두대의 버스가 북쪽과 남쪽… 더보기

목사 가운을 버리고

댓글 0 | 조회 728 | 2026.01.28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외국에서 방문했다는 이유로전임 교회에서스웨터에 셔츠를 받쳐 입고설교를 했습니다예배를 마친 후교우들과 인사를 나눌 때목사님 오늘 패션 최고예요… 더보기

요점만 정리한 종교인 워크비자

댓글 0 | 조회 621 | 2026.01.28
뉴질랜드 이민부는 종교 관련 직무에 종사하는 신청자에게만 적용되는 Religious Worker Work Visa(이하 종교인 워크비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더보기

21. 잠든 전사 – 테 마타 봉우리의 전설

댓글 0 | 조회 150 | 2026.01.28
Te Mata o Rongokako – 잠자는 거인의 이야기* 거인의 형상혹스베이 지역, 특히 헤이스팅스 인근에는 마치 사람이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의 거대한 산이… 더보기

2026년 뉴질랜드 바이오메드, 헬스사이언스 입학준비

댓글 0 | 조회 500 | 2026.01.28
: 뉴질랜드를 선택하는 이유, 그리고 지금 준비해야 할 것들▲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고… 더보기

샘터와 우물가

댓글 0 | 조회 115 | 2026.01.28
시골집엔 샘이 있었다. 장독대 아래에 있는 샘에 바가지를 띄워놓고 퍼서 먹었다. 새미터(샘터)에 매끈한 돌을 놓고 찬거리를 다듬었고, 빨래도 했다. 물이 흘러가는… 더보기

이민자의 스트레스, 어디로 가는가

댓글 0 | 조회 635 | 2026.01.28
ㅣ 술, 갬블링, 과로로 흘러가는 감정들새해가 시작되면 많은 이민자들이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올해는 조금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 더보기

차나무도 생명, 내버려둘수록 차 맛도 맑다

댓글 0 | 조회 176 | 2026.01.28
화엄사 구층암 ‘죽로야생차’“혹시 대나무와 조릿대의 차이를 알아요?”차밭을 정비하러 나서는 길, 구층암 주지 덕제 스님이 문득 질문을 던졌다. 알 리 없다. 더욱… 더보기

장학금 그리고 의사가 꿈인 두 학생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409 | 2026.01.28
출처 : https://www.acsa-scholarship.or.kr/default/menu02/menu02_cont02.php?sub=22몇년 전까지만 하더라… 더보기

장애인 가족 돌봄자

댓글 0 | 조회 207 | 2026.01.27
가족 구성원중 항시 돌봐야 하는 장애인이 있는 경우 가족 구성원 들은 경제적 부담과 함께 장애인 가족을 돌봄으로 인한 취업기회 상실과 사회활동 포기 등 다양한 희… 더보기

바빌론의 공중정원 전설

댓글 0 | 조회 143 | 2026.01.27
ㅣ존재했는가, 아니면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환상인가“보이지 않는 세계유산”인류가 남긴 유산 가운데, 가장 유명하지만 아무도 본 적 없는 건축물이 있다. 고대 … 더보기

다른 길은 없다

댓글 0 | 조회 132 | 2026.01.27
시인 류 시화자기 인생의 의미를 볼 수 없다면지금 여기, 이순간, 삶의 현재 위치로 오기까지많은 빗나간 길들을 걸어왔음을 알아야 한다그리고 오랜 세월동안자신의 영… 더보기

2편 – 〈세기의 디지털 강도〉 (The Heist of Light)

댓글 0 | 조회 154 | 2026.01.27
“단 12초 만에, 79억 달러가 사라졌다.”프롤로그 - 2028년 4월 9일, 그날 12초, 세계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 라이트게이트(LightGate).… 더보기

향후 10년간 가장 인기 있는 직업 목록이 발표

댓글 0 | 조회 544 | 2026.01.27
이 5가지 진로는 뉴질랜드 학생들에게 안정적이고 높은 소득을 보장하는 미래를 제공합니다!오늘날 아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미래가 우리가 당시 직면했던 미래와 완전히 … 더보기

운도 실력이다 –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행운

댓글 0 | 조회 216 | 2026.01.27
골프장에서 가끔 이런 장면을 목격한다. 공이 벙커를 향해 날아가다가 절묘하게 튕겨 나와 그린 위에 안착하는 순간. 동반자들은 말한다. “야, 운 좋다!” 하지만 … 더보기

‘조용한 살인자’ 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705 | 2026.01.23
지난(1월 20일)은 대한(大寒)으로 24절기(節氣)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이다.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立冬)에서 소설(小雪),… 더보기

2025년 의대 치대 수의대 38명 합격생의 공통점

댓글 0 | 조회 799 | 2026.01.22
출처 : https://www.hufs.ac.kr/hufs/11250/subview.do2025년에도 메디컬 유행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과거에는 크리… 더보기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

댓글 0 | 조회 689 | 2026.01.21
오늘은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소개해 드립니다. 이 방법은 상황을 민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할 수… 더보기

1편 – 〈황금의 망령〉 (The Phantom of Gold)

댓글 0 | 조회 295 | 2026.01.16
840톤의 금괴가 사라진 날, 세계는 새롭게 시작되었다.프롤로그 - 2011년 10월, 리비아 사막 어딘가 폭풍이 사막을 뒤덮은 밤. 모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 더보기

아들 신발

댓글 0 | 조회 307 | 2026.01.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결혼해 집 떠나며남겨진 아들의 신발에아직 남아 있는향기 같은 너의 따스함너와 함께 걷던 상쾌함으로오늘도 신고 나선다튀는 걸음으로 다녔을아들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