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조각보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삶의 조각보

0 개 2,029 김지향
오일히터를 의자 옆에 놓고 그 위에 담요를 올려서 의자에 앉아 있는 내 무릎 위를 덮고 있습니다. 이렇게 담요를 덮고 있으면서 시린 손을 가끔 담요 안에 넣어 녹이면서 글을 쓰고 있네요. 

어려서 따끈한 아랫목을 덮고 있는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 만화책을 읽으면서 고구마를 까먹었던 시절이 생각이 나는군요. 물론 이불 속에는 만화책이 잔뜩 들어 있었고요. 여차하면 읽던 만화책을 이불 속으로 집어넣을 준비까지 해놓고 있었지요.

만화 읽는 것을 아주 싫어하셨던 아버지께서 우리 방으로 들어오실 걸 대비해서였죠. 한 번은 아버지께 들켜서 빌려온 만화책들이 몽땅 다 아궁이 속으로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만화 심부름을 도맡았던 내 동생이 만화책값을 물어주느라 엄청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지금까지 하거든요.

사실, 난 그 기억이 전혀 나지 않지만, 네 자매가 공범이면서도 만화를 빌려온 동생한테 그 책임을 전가해버렸나 봅니다. 충분히 그렇게 했을 소지가 다분합니다. 셋째인 나도 책상 서랍 속에 고이 접어 둔 500원짜리 지폐가 편지 한 장으로 변해버린 적이 있으니까요. 편지 내용과 달리 받는다는 기대는 아예 접어야 했습니다. 버스표 한 장에 5원했던 시절이었는데, 얼마나 아까웠겠어요? 

이런 일들도 있었지만, 즐거운 추억이 훨씬 더 많았죠. 큰 언니의 기타 소리에 맞춰서 불렀던 포크송과 트위스트 춤 대회와 가족들 몰래 연습한 형제들의 깜짝 연극 무대......,등 미소가 지어지는 추억들이 더 많았죠. 이렇게 지냈었던 이유인지 이곳에서도 조카들까지 합세하여 ‘가족 음악회’를 열어 거실에서 공연을 하고 뒤뜰에서 바비큐파티를 했던 때도 있습니다.

오늘따라 옛 추억이 마구 일어나는 것은 양철지붕을 통해 들려오는 빗소리와 따끈한 담요 덕분이네요. 물론 그 시절부터 좋아하기 시작했었던 포크송 음악들도 한 몫하고 있었지요. 

시간이 흐른다고 하지만, 시간이 순간순간 기억조각들의 연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지금 이 순간 한 조각의 흑백필름을 꺼내어 들여다보느라 시간을 되돌릴 필요는 없었거든요. 빗소리와 담요와 음악이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기억을 되살렸으니까요.

네 자매가 따끈한 아랫목에서 따스하게 데워진 만화책을 꺼내 읽을 때, 그 순간이 과거의 아름다운 순간이 될 것이라고 과연 누가 생각을 했을까요? 그저 그 순간을 만화를 보면서 즐기기만 했었을 거 아닌가요? 만화 속에 푹 빠져 있었을 때, 아버지께 들킬 것이라는 생각은 하기나 했을까요? 그 만화책들이 아궁이 속으로 들어갈 것은 상상이나 했을까요? 근 40여년이나 지난 지금 이 순간에 그때의 기억이 생각날 줄 알기나 했을까요? 

나는 우리가 시간의 마법 속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시간이란 시각의 연속이며, 시각이란 매 순간이며, 매 순간들이 조각들이 되어 그 조각들이 한 땀 한 땀 바느질 되어 연결이 되어 하나의 조각보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만화책을 읽으면서 여러 상상 중 들킬 것을 염려하는 상상이 있었을 것이며, 들켰을 때 역시 아궁이 속으로 만화책이 들어갈 것을 염려하는 마음이 있었을 겁니다. 지금 이렇게 그때의 추억을 되돌려 보는 상상 역시 있었을 수도요. 어찌 보면 그 순간 속에 가장 크게 여겨진 생각이 현실로 끌어들여졌을 겁니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란 말이 있죠. 그 말이 오늘따라 더 실감이 가네요. 겨울비가 일으킨 추억으로 우리 삶이 우리가 선택한 조각들로 연결하여 만든 조각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양철지붕을 두드린 빗소리마저도 우리 삶의 비밀을 열 열쇠를 전해 주는 군요. 나만의 특별한 조각보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힌트를 알려 주네요. 하늘이 오늘 나에게 준 선물로 여겨집니다. 지금 이 순간의 선물 역시 내 삶의 조각보를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기억하면서 오늘 하루를 보내네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10 | 1일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9 | 9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4 | 10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2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4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4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2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2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7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7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3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4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41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5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11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8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9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6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9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9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7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4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62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4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31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