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主婦) 실종시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주부(主婦) 실종시대

0 개 3,199 오소영
정신없이 흐려지는 시각을 거역이라도 하듯. 사물을 보고 느끼는 진정성은 더더욱 뚜렷해 지고 있으니 이것이 늙어가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리라. 늘상 보던 주변의 물건들을 하나하나의 의미를 부여하며 꿰뚫어 보게되는 새로운 버릇도 그렇거니와. 아주 작은 화분속에서 삶을 지탱 해 가는 여린 꽃잎새를 보면서도 생명의 소중함이 경이로워 눈물겹다.

돌을 던지면 쨍 하고 깨질 것만 같은 높다랗게 투명한 하늘. 그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하듯 맘껏 뻗어 키 자랑을 하는 해바라기 꽃, 접시 꽃들. 그들을 시샘이라도 하려는가. 댓돌밑에 우짓는 귀뚜라미 소리가 가을을 성급하게 재촉한다.     

바쁜 일손 틈내 잠시 고국 나드리에 나서는 아이에게 “나도 가고싶다”고 철부지처럼 투정이 나오던 이유가 생각 해 보니 가을이면 도지는 스산해진 내 계절병 때문이었다. 

새삼스러울 일도 아닌 늘상 혼자인데 낙엽 떨구는 찬바람이 가슴으로 스며들면 부쩍 견딜 수 없는 그리움이 밀려든다. 여기저기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간절한 충동도 모두가 이 계절에 통과의례처럼 겪는 내 병이기에 한바탕 혼이 날 것은 뻔한 일. 그게 벌써부터 두렵다. 살만큼 살았다는 듯 또레 친구들이 하나 둘 삶을 거두는 것을 보면서 이 가을은 또 다른 쓸쓸함으로 촉촉해 지는 가슴을 어찌 달랠지 겁이난다.

이럴 땐 틀에 박힌 생활에 작은 변화를 시도해 무언가 다른 것을 찾아서 바빠져야만 한다.

매일. 남자같이 밖으로만 돌아치던 발길을 멈추고 모처럼 여자가 되어 오랜동안 일탈했던 주부의 위치로 되돌아가 무관심으로 방치했던 집 안을 찬찬히 둘러본다. 대충으로 살았던 그동안의 게으름이 여기저기 눈에 띠어 마음이 성급해 진다.   

먼저 꿉꿉한 여름을 몰아내려면 습기 제거부터... 거미줄 걸린 방에서 어찌 그리도 잘 지내 왔을까?. 너무 쓸고 닦아서 결벽증 엄마라고 아이들에게 별명을 듣고 살았는데 언제부터 이리 느긋 해 진걸까?  

질리도록 따가운 볕에 한번씩만 걸쳤던 여름 옷가지들을 찾아 빨아 널고 철 지난 옷들을 바꿔 정리 하면서. 하루에 사 계절이 다 있다는 이 나라에서 문득 내가 지금 한국식 일을 하면서 괜한 수선을 떨고 있구나 싶어 웃음이 절로 나왔다. 어쨌든 전업 주부로 살림 재미붙여 살 때가 좋은 시절이었기에 차라리 그 때 일을 추억하는게 훨씬 더 마음에 위로가 된다.  

여름내 뿌옇게 빛을 잃은 장농에 기름 걸레질도 하고 무거운 겨울 이불들을 전부 끌어내 빨랫줄에 널어 거풍을 시킬 때는 정말로 힘들었었다. 다시 개켜 제 자리에 넣을땐 부풀은 부피때문에 힘겨운 씨름으로 한바탕 늦땀을 흘리지만 상큼하게 만져지는 개운함이 기분 좋기만 했다. 내친김에 창문 커텐까지 두툼한 것으로 바꿔달면 여름은 언제 지나갔는지 옛날 일. 사뭇 아늑해진 분위기가 멋지고 새삼스러웠다. 가벼운 설레임으로 식구들의 귀가를 기다리는 그 순간 이야말로 주부만이 느끼는 특별한 기분. 그게 바로 행복이었다.  

바람 성기운 마당에 호박 썰어 널고. 가지 데쳐 말린 나물들로 정월 대보름을 준비하면서 가을겆이 농부들처럼 마음 뿌듯했던 그 시절. 누구의 아내이면서 아이들의 엄마로 한 가정의 살림을 책임진 주부가 자투리 시간에 책이라도 읽을 짬이 생기면 그 또한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맴도는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견딜 수 없는 회의가 밀려오면 자유롭게 훨훨 여행도 하고싶고 친구들과 만나 수다도 떨고 싶은 충동. 느긋하게 친정 나드리도 그리워 눈물 지을 때도 있었다.  

그 때는 살림하는 여자에게 허락된 시간이 너무도 없어 나 스스로를 위한 일을 못 해 늘상 그게 불만이었는데. 지금은 남는게 시간뿐이다. 그 때 그리도 아쉬었던 그 시간들이... 

세상 좋아져서 이제 집에서 살림만 하는 젊은 여인들은 거의 없다. 여자도 남자와 같이 고학력 시대. 자기 개발을 위하여 또는 자아실현을 위하여 사회생활을 하기도 하지만 금전 만능 시대에 남편 혼자는 힘들어 떠밀리듯 일을 찾아 나서는 여인들도 있다. 주부가 따로 있을리 없는 세상. 앞치마 두르고 주방을 서성이는 남자들도 많아 이젠 주방 정서도 낯설다.   

어딜 가도 따뜻하게 정성드린 집 밥 얻어먹기가 쉽지않다. 가족들끼리도 한 자리에 밥 같이 먹기가 어려우니 주부의 가치도 밑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그래서 ‘가족은 있어도 가정이 없는 세상’이라고 말 하나보다.     

4, 5월. 아직도 낯선 가을이지만 조용히 앉았으면 빛깔곱게 잘 마른 태양초 고추 찾아 ‘경동시장’을 누비고 김장철에 쓸 곰삭은 젓갈 고르러 ‘소래포구’를 맴돌던 내 모습이 그려져 그리움을 자아낸다. 싱싱한 꽃게 욕심으로 들고 오다가 게발에 찔려 빨갛게 피를 흘리며 집에와서 패대기를 치고 주저앉아 울먹이던 생각. 식구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아픔을 보상 받았던 살림꾼 그 이름도 거룩한 전업주부였다.   

그 때는 그런 일들이 힘들고 귀찮아도 행 불행을 함께 경험하며 당연한 운명이라고 체념하듯 살았는데. 지금 그 때를 생각하니 그 모든 것이 재미있는 그리움으로 떠 오른다.   

누가 뭐라해도 가족들 속에 핵심 주부로서의 역활이 뚜렷이 있을 때가 여자의 인생 황금기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얌전히 집에서 문 열어주는 엄마. 정성과 사랑의 조미료로 만든 내 엄마의 손맛이 최고라고 맛있게 먹어주는 끈끈한 피붙이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들이 곁에 있을 때 이니까....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10 | 1일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9 | 9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4 | 10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2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4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4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2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2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7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7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3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4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43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5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11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8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9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6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9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9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7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4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62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4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31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