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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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0 개 2,030 박건호
지금은 묻혀버렸지만, 작년 11월쯤 한국의 엠넷에서 작곡가 서바이벌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었다. 티비를 안 보아서 홍보의 여부는 모르겠지만, 4회 만에 종영한 것으로 보아 일종의 파일럿프로그램이었던 듯하다.

당시 내가 작곡을 시작한지는 2013년 4월 무렵부터였으니 반년이 약간 넘어갔던 시점이었다. 일단 곡들은 꽤 많이 만들어 놓았었고, 이것으로 무엇을 해볼까 고민하다가, 거의 반장난으로 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원서를 내게 되었다.

그런데 오디션 프로그램 지원서라는 게, 참 많이 웃겼다. 작곡서바이벌이라면서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일과 슬펐던 일, 부모님의 직업까지.. 개인의 많은 부분을 대중들과 공유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했다. 물론 곡을 쓰든 글을 쓰든 자신의 인생이 배어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또한 당연한 얘기지만, 이 프로그램은 어찌되었든 예능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드라마를 위시하지 않으면 화제거리를 만들어낼 수 없는 예능말이다.

사람들은 모두 한 개인이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드라마를 원하고, 그것을 티비에서, 조금 더 사실적으로 확인하고 싶은 욕구를 가진다. 그것으로 자신을 위로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용기를 갖기 위함인데, 나는 이것이 굳이 작곡가 서바이벌에까지 적용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을 가지고 지원서를 썼었다.

한 때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제프리 구루물 유누핑구이라는 통기타 가수가 있었다. 어보리진 원주민으로, 어려서부터 시각장애자였던 그가 여느 때처럼 버스킹을 하던 도중, 한 기획자(그는 후일 구루물 음악인생의 친구가 된다)의 눈에 띄어 캐스팅된다. 그는 원주민의 언어로 대부분의 노래를 불렀고, 이것은 그의 사연과 함께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

그의 노래를 들어보면, 개인적으로는 호주의 광활한 대지를 앞에 두고도 암흑과 함께 공존해야 하는 사람의 울림이 느껴진다. 그러나 통기타 한 대로 이끌어가는 음악이 그렇듯, 그의 음악은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즉 1위까지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드라마와 잘 어우러진 한 편의 위로가 사람들의 마음 속에 들어온 것뿐이다.

나는 저 정도의 드라마는 없기에, 지원서에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없다고 정말 솔직하게 적었고, 따라서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나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을 한 것이 아니라, 작곡가라는 절실한 꿈을 이루기 위해 지원한, 인생에 큰 드라마가 없는 평범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예전의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자신의 인생을 거짓으로 각색하여 지원서를 낸 사람도 있었다.

한 사람의 인생으로 한 사람의 스타성을 판단하는 것은 일종의 미디어카르텔에 지나지 않는다. 이 사람이 이렇게 했으니까 국민여러분, 당신들이 힘든 거 별 거 아니야, 힘내, 라는 “위로까지는” 괜찮다. 하지만 그것을 “작곡서바이벌”이라는, 비교적 기술적인 힘을 겨루는 프로그램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모든 서바이벌 예능이 힘든 것을 이겨내는데 방점을 둔다면 오히려 우리 삶을 지나친 서바이벌로 만들어낼 여지도 있다. 한국사회에서 유독 돈이 많은 사람이 이유없이 욕을 먹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본다. 돈이 많네, 힘든 일을 겪지 않았겠구나? 하는 결과주의가 역으로 팽배해질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어차피 서바이벌은 결과만 남기 때문이다. 돈은 그저 그 사람이 서있는 계단을 한 단계 올려줄 뿐, 그것이 100%, 일종의 드라마적 서사를 저해한다는 생각은 버려야한다. 결국 사람은 누구나 드라마가 있고, 힘든 일들이 있다.

가난한 사람을 사회의 수면 위로 끌어올려줄 구조적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에, 로또와도 다를 바 없는 “인생역전 한 방의 기회”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혹은 예능이 -개인의 딱한 사연에 의한- 단순한 감성적 위로만을 하고 있는 이 사회가, 뭔가 뒤틀려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뉴스는 입을 다물고 예능은 오히려 역경을 이겨내라고 채찍질하는 모순의 미디어가 그 한장의 지원서에 들어있었다.

이제는 제 2의 폴 포츠 같은 편리한 수사학적 헤드라인은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저, 모두가 당당하게 제 1의 자신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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