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데기와 피노 그리스의 꿈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번데기와 피노 그리스의 꿈

0 개 4,064 피터 황
518.jpg

초등학교 후문은 코흘리개의 용돈을 겨냥하고 좌판을 벌여놓은 온갖 야바위꾼과 잡상인들로 북적였다. 나무로 만든 뱀과 개구리 장난감, 큰 함석대야에서 벌어지는 물방개 경주, 얼기설기 대못 사이를 통과해 경품을 타는 구슬게임, 긴끈과 작은 끈을 찾아내는 복불복, 어지럽게 섞은 작은 컵 속에 숨은 주사위 찾기, 널판지 오목게임. 그래도 아마 변함없이 인기를 끄는 것은 먹거리였을게다. 지금에 와서 복고의 열풍을 타고 추억의 불량식품(?)으로 각광받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발로 구르는 물레에서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솜사탕, 연탄불에 구워주는 쫀드기, 침으로 녹여가며 열심을 다하던 달고나 뽑기, 쇠로 만든 틀위에 뜨거운 설탕물을 부어 만드는 용, 호랑이, 토끼, 오리 그리고 팥이 터져나온 붕어빵, 불어 터진 어묵, 떡볶이. 그중에서도 으뜸은 전봇대에 기댄 자전거에서 회전 뽑기판을 돌려 맞추면 신문지로 돌돌말아 만든 고깔에 국물과 함께 담아주던 번데기가 아니었을까. 우린 언제나 중독성이 강한 구수한 냄새와 짭쪼름하고 쫀듯하게 씹히는 그 맛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오랜 시절을 따뜻한 시선 한번 받지 못하다가 번데기처럼 인고(忍苦)의 시간을 거쳐 드디어 화려한 나비가 된 와인이 있다. 피노 그리스(Pinot Gris)다. 화이트 와인 애호가들이 늘상 마시던 것에서 작은 일탈을 원할 때 피노 그리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언제나 놀라운 상쾌함을 선사한다는 것이 그들의 찬사이며 결국 열렬한 광팬이 되고 만다. 

Wine NZ의 통계에 의하면 2013년 2월 현재 뉴질랜드에는 4백만 리터 이상의 와인을 판매하는 상업화된 와인어리 15개를 포함해서 692개의 와인어리가 있다. 하지만 609개의 와인어리는 20만 리터를 넘지 않는 자그마한 와인어리들이다. 또한 뉴질랜드 전체 생산량의 4분의 3이 화이트 와인이고 나머지가 레드와인이다. 소비뇽 블랑이 전체 생산량의 58%로 가장많고 다음이 피노 누아로 15%, 샤도네이 9%, 피노 그리스 7%, 멜로 4%, 리슬링 2%, 쉬라가 1% 다.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피노 그리스는 꾸준히 성장을 해왔고 그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2002년에 겨우 232헥타에서 재배되던 것이 2012년엔 1764헥타로 10년만에 거의 8배에 가까운 성장을 보여준다. 피노 그리스는 40% 정도가 말보로에서 재배되며 혹스베이 20%, 기스본이 14%로 그 뒤를 잇는다. 다음으로는 센트럴 오타고 10%, 와이파라와 넬슨지역이 각각 6%로 그 생산량이 서서히 늘고 있다. 

뉴질랜드의 피노 그리스는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와인과 많이 닮아 있으며 이탈리아의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 보다는 드라이하다. 주로 사과와 배, 자두 그리고 꿀향을 담고 있는 피노 그리스는 따뜻한 지방은 잘 익고 풍부한 과일향과 함께 풀바디이면서도 목넘김이 매끄럽고 추운 지방의 경우 더욱 견고한 조직감을 지니면서 산도가 높고 상큼한 와인의 캐릭터를 가지게 된다.   

유명한 생물학자 찰스 코언 박사는 나비의 아름다움에 빠져 나비연구에만 평생을 바쳤다. 그는 뚱뚱한 몸집의 번데기로부터 작은 구멍을 비집고 나오며 변태(變態)의 과정을 겪는 나비의 고통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번데기의 구멍을 가위로 잘라 주었다. 나비들은 넓은 구멍으로 태어나 쉽게 세상을 맛보았다. 하지만 잠시 후 날지 못하고 땅위에서 힘없이 뒹굴었다. 색채 역시 자연 탈바꿈한 나비보다 아름답지 못했다. 

‘날지 못하는 나비는 더 이상 나비가 아니다.’이 나비연구는 어려운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나비는 변태과정을 통해 얼마나 애를 써서 어려움을 이겨내고 세상에 태어 났느냐에 따라 더 우아하게 날 수 있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생존을 결정짓기도 한다. 결국 번데기의 바늘귀 만한 구멍이 나비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것이다. 화려한 세상으로의 비상(飛上)을 꿈꾸며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우리들처럼 말이다. 날기를 간절히 원할 때에만 애벌레는 푸른 하늘을 나는 나비가 될 수 있다.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10 | 1일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9 | 9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4 | 10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2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4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4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2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2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7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7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3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4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43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5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11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8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9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6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9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9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7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4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62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4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31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