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붙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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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붙이의 힘

0 개 2,884 오소영
불을 끄고 마악 첫잠이 들려는 찰나. 어둠의 정적을 깨고 갑자기 전화 벨소리가 무섭게 울려댄다. (이 밤에 누구야 오늘밤 잠은 다 틀렸네)

보통의 상식을 깬 이런 시간의 전화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꺼라는 선입견에 덜컥 겁이 앞선다.   

친구처럼 살아온 또레의 한분 숙모님을 비롯해서 친정 동기간들이 이젠 모두 칠. 팔십대가 되었으니 섬뜩한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떨려오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천천히 일어나 불을켜고 수화기를 들었다. “잠 자리에 들었을텐데 미안하구만. 자네 생일이 어제였던 것 같아서...” (에구머니나 무슨생일?) 일단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돌렸다.

사실 내 생일은 며칠 전에 지나갔다. 한국에서의 음력 생일을 기억하고 계신 것이었음을 깨닫고 우물 쭈물 얼버무려 대답을 할 수밖에...

정신없어 잊었다가 지나놓고 생각이 나서 황망히 전화를 했다는 내 오라버니의 다급한 목소리에 코끝이 찡 해왔다. 

“미안해요 아주 많이 미안해 내가 왜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어” 오라비라는게 타국 객지에 외롭게 사는 동생을. 생일마져 챙기지 못했다는 자책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동기간 피붙이라는게 이런거로구나. 갑자기 전기에 감전된듯 전율이 오면서 오감(五感)을 자극해 견딜 수가 없었다. 애틋함이 묻어나는 오라비의 이 간절함은 무슨 뜻일까? 두려운 생각이 앞서 가슴이 떨렸다. 우리가 이제 많이 늙어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피붙이라는 끈끈한 인연의 고리를 언제까지나 놓치고 싶지 않다는 안간힘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없이 쓸쓸했다. 

동안(童顔)에 펄펄 뛰는 맹수처럼 산을 오르내리며 건강을 자랑하던 분이 금년들어 여기저기 지병이 생겨 고생중.이라는 소식을 전해듣고 늘 마음이 아팠었다.  

혼자 나와 사는게 무슨 벼슬이라고 동기간들한테 항상 응석받이이기만 했던 나. 도리켜보니 그들이 나를 챙겼을뿐. 내가 먼저 생각하고 챙긴일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스스로가 생각 해도 그들 틈에 끼어들 자격도 없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이젠 내가 오빠를 챙길 차례라는걸 알면서도 자주 안부조차 못했으니.. 각박한 외국에 뿌리내리며 살다보니 그 누구를 챙길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일까? 독선의 이기주의자로 변해 살고 있음은 자신을 지켜가는데 온 힘을 다 쏟아 살아야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변명아닌 변명을 해 본다.  

“오 박사(?)는 어디서든 잘 해낼꺼야” 내 오빠. 나를 호칭하는 방식부터 특별하고 정말 자신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기(氣)를 넣어주는 분이어서 겁없이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다시한번 피붙이의 힘을 실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근하신년’ ‘새해아침’‘행복하세요’ ‘복이 넘치는 새해.’ 주방 ‘캐비넷’ 문짝에 줄줄이 붙여진 예쁜 그림의 카드는 매년 이맘때만 되면 어김없이 내 손에 와 닿던 오빠의 정성스런 대한민국. 내 고국의 연하장이다.. 그 안엔 반드시 그 분의 친필 ‘사랑하는 동생에게’로 시작되는 편지도 끼어있어 나를 행복하게 했다. 오누이가 너무 다정하게 같이 다니면 연인들 사이냐고 묻곤 했던 옛날을 잠깐 생각나게 하는 것도 얼마나 재미있는 추억인지. 반세기 전으로 시간여행을 경험하는 것 또한 즐거웠다. 하얀 눈꽃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설경의 고국 산천이며. 다소곳이 핀 매화등걸. 한가득 복이 담겨온 복주머니 등.. 그 또한 나를 설레게 하는 특별한 정서의 선물이었다.
  
작년부터 그런 것들이 끊긴건 오빠 건강의 적신호 였음에도 선뜻 안부조차 묻지 못했던 무심한 나. 나는 그 분처럼 다정다감 하지를 못하고 냉정한 깍쟁이었나. 뒤늦은 자책을 해본다. (미안해요 오빠)

“엄마 이모 생신이라고 식구들 다 모였는데 혼자만 잊으셨나봐”

이 엄마를 대신해 내 친정 대소사에 빠짐없는 딸애가 늘 고맙다. 그 자리에서 전화걸어 돌아가며 동기간들 목소리를 들려주는데. 그 때마다 미친듯이 달려가고픈 이 마음을 그 누가 알까? 며칠씩은 들떠서 잠도 설친다. 궤발 하나 떼어 내던진듯 어쩌다 여기 혼자 살아야하는 처절한 슬픔이 강물처럼 밀려와 조용한 내 가슴을 무섭게 한바탕 휘저어 놓는다. 나는 왜 여기에 혼자일까?    

외국에 뿌리를 박고 사는 모든 교민분들이 다 같은 마음으로 살아 가리라 생각된다. 사랑하는 가족들 혹은 동기간들 친구들. 우리는 그들과 멀어져서 새롭게 다시 만나 사는 사람들이라 낯선 사람들끼리의 교감이 쉽지는 않겠지만 외로운 사람들끼리 서로 다독이고 어루만지며 도타운 정 나누면서 살아야 하거늘 우리는 왜 그렇지가 못한지 안타깝다.   

우리는 한국인. 같은 피로 맺어진 동족이이라는 피붙이이기에 서로 화합해서 튼튼한 교민사회를 만들어 우리들 후세에 큰소리 칠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시끄럽고 어려운 일들 많은 요지음 교민사회 말끔히 씻어내고 2014년 내년 새 해에는 좀 더 밝고 아름다운 세상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사랑하는 교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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