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과 혼돈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망각과 혼돈

0 개 2,309 김지향
하얀 구름이 아름답게 떠 있는 하늘 아래에서 탱고의 황제라는 별명을 얻은 피아졸라의 ‘망각’을 듣고 있습니다. 밖의 신선한 공기와 함께 새들은 강한 생명력을 전해주는데, ‘망각’은 내 내면 깊숙하게 숨어 있는 슬픔을 꺼내 놓는군요. 

어려서부터 이유도 모르는 슬픔이 자주 물밀듯이 밀려와 가슴이 많이 아팠었는데, 이렇게 다가오는 통증들이 내 안을 휘돌 때마다 슬픈 노래를 부르거나 들으면서 지냈었습니다. 그렇게 슬픈 선율과 함께 있다 보면 어느덧 내 안이 잠잠해지고 편안해졌습니다. 아마도 슬픔의 에너지들이 서로 만나 융합하면서 슬픔을 태우는 작용을 해주었던 거 같습니다.

피아졸라를 알게 된 것은 7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덕분에 기존의 탱고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습니다. 탱고라면 템포가 빠른 에로틱하고 열정적인 춤으로 밖에 생각을 하지 못했었는데, 피아졸라는 나의 그런 편견을 완전히 사라지게 했습니다. 탱고가 남성성과 여성성의 합일을 이루는 춤으로 보이기 시작하였으며, ‘망각’을 들을 땐 태초에 남성성과 여성성이 분리될 때의 아픔을 망각의 강에 던져버린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자연이 주는 선물인 생명력이 가득한 지금 이 순간이 피아졸라의 ‘망각’과 이렇듯 멋지게 매치가 되고 있는 것은 합일과 분리가 하나이기 때문으로 여겨지는군요. 합일과 분리는 떼어내야 떼어낼 수 없는 관계라는 걸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네요. 그래서 남성과 여성의 사랑이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과정을 되풀이 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듯 이원성의 세상인 지구에서의 삶 속에 요즘 젊은 사람들을 보면 우리보다 훨씬 진화된 존재로 보입니다. 태초의 망각의 강도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는 듯, 그들의 내면에서의 남성성과 여성성은 우리 세대보다 훨씬 조화롭게 융화되어 성적인 분리로부터 자유롭게 자신의 생명력을 마음껏 뿜어내는 것이 보입니다. 과거 억압의 틀 속에 갇혀 살았었던 내 눈에 그들은 너무나도 눈부시기만 합니다.

나는 영화 보기를 참 좋아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화관에 가기를 좋아했었는데, 제일 먼저 본 외국 영화가 ‘타잔’이었고, 그 다음이 ‘사운드 오브 뮤직’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주말마다 하는 TV 프로그램 중 꼭 빠지지 않고 보는 방송은 ‘주말의 명화’ 였으며, 시험을 보기 바로 전날이라도 ‘주말의 명화’는 꼭 봐야만 했었습니다.

어려서 본 명화들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남자 주인공들은 힘이 세면서도 부드럽고 멋지고 매너가 좋은 편이었으며, 여자 주인공들은 대부분 잘록한 허리에 연약하고 예쁘고 우아하고 매력적인 모습의 청순가련형들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남자들을 상징하는 건 힘이었고 여자들을 상징하는 건 아름다움이었었나 봅니다.

그런데 요즘의 영화를 보면 예전의 남성 형과 여성 형은 찾기 힘듭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어 봐도 예전의 나와는 정말 많이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스킨마저도 바르기 싫어하는 남편과 달리 요즘 젊은 남자들은 화장품도 많고, 자신의 외모도 많이 가꾸고, 여자만의 영역이었던 부분까지 포함한 다양한 직업을 가지며, 요리를 잘하는 남자들이 인기이며, 아내와 남편의 업무가 반대로 바뀌어도 좋다고 하니, 예전의 세상과는 정말 많이 바뀐 세상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렇게 여성과 남성의 성향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고, 이해의 척도가 높아지고 있는 시대에도 불구하고 신문에 실리는 성범죄와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의 성 상납과 음성적인 성문화에 대한 기사는 날로 늘어가고만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과거 성에너지 억제의 병폐가 마지막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혼돈의 시대가 다가온 것이겠죠.

하지만 나는 지금 성문화의 혼돈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비가 되려고 고치를 지어 그 안에서 옛것과 새것이 잠시 공존하는 것으로 봅니다. 나비의 변태 과정 중 고치 속에 있는 애벌레의 몸은 나비가 되어가는 세포들을 위한 영양 스프가 된다고 하는데, 옛것이 새것과 융합하기 위한 혼돈이 없을 수 있을까요?

과거의 성문화는 부계사회의 성문화로 권위와 권력을 위한 문화였기에 여성의 순결과 정조를 강조하고, 어린이들에게는 지속적인 성 억압 교육을 통해 권위주의 질서에 복종하게끔 유도를 했습니다. 생명력인 성에너지를 오히려 죄책감으로 여기게 하여 비판능력마저도 거세시켰던 것입니다. 

나는 새것과 옛것의 공존시기인 지금 이 시대를 희망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망각의 강을 건너온 우리 본연의 생명력을 되찾고 있는 시기로 여깁니다. 우리 모두 숙고하면서 흐름을 가만히 지켜보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502 | 1일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37 | 1일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70 | 1일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95 | 1일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18 | 1일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626 | 1일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2 | 1일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3 | 1일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7 | 1일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86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7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4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7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33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5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12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29 | 3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804 | 6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73 | 8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9 | 2026.03.16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35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61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8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80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52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