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스트처치 기행 메모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크라이스트처치 기행 메모

0 개 1,719 박건호

1. 백패커. 나는 1층에 있었고 호주에서 왔다는 한국인은 2층에 있었다. 그는 침대 위에서 무언가를 먹고 있었고, 머리 위에 있는 할로겐 조명을 켠 채 노트북으로 뭔가를 감상하고 있었다. 2층에서 무엇인가 즐거운지 낄낄거렸다. 참 순수한 사람이구나, 혼자 저렇게 즐거워 할 수 있다니. 커다란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2층의 컴퓨터 팬으로 인해 1층, 내가 누워있는 침대는 참 따뜻했다. 땀이 날 정도였다. 주변 사람들 모두, 2층의 호주에서 온 한국인의 순수함에 탄복한 듯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새벽 1시 30분이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이야기했다. 저기요 죄송한데요, 위에 불 좀 꺼주시면 안 될까요? 그는 나를 보며 컴퓨터 옆의 책을 아무 말 없이 들어 보였다. 책을 봐야 해서 불을 못 끄겠소이다, 라는 뜻의 제스처 같았다. 그 책은 여행책자 같았다. 아, 그의 빛나는 학구열에 나는 그만 할 말을 잃었다(말해봐야 입만 더러워질 것을 직감했다). 아아, 그의 컴퓨터에는 한국 쇼프로가 재생되고 있었다. 아아아, 그의 과자먹는 소리는 마치 이빨이 자라난 내 고막이 과자를 씹어먹는 듯 했다.

H 회사 노트북의 CPU 내 발열 온도는 80도 이상이다. 아아아아, 내 침대는 CPU가 되었다.

내가 눈 앞에서 처음 본, 어글리 코리안이었다. 그저 분위기 파악을 심히 못해서 어글리한 것인데,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있으니 코리안이 붙는 것임을 깨달았다. 모든 코리안이 다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는 있을 것이다. 다만 이성보다 무서운 건 한 순간의 이미지다. 그 어글리한 이미지의 지속시간이 그날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는 건 불행이었고, 그 이미지가 딱 하룻밤만을 묵었다는 것만은 다행이었다.

2. 크라이스트 처치 현지에 사는 한국인 D를 우연히 만났다. D는 아직 어린 학생이었는데, 두런두런 어느 햇볕 아래 앉아 얘기를 나누었다(달리 갈 곳이 없었다) 조금 있으니 D의 친구들이 차를 타고 왔다. 어차피 가는 길이니, 백패커로 나를 함께 데려가 줄 수 있냐고 D가 그들에게 부탁했고, D의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나는 차에 타며 인사했다. D의 친구들은 처음 보는 나를 본체만체 했다. 낯을 가리는 성격들이겠거니, 하고 차의 뒷자리에 앉았다. 10분 남짓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내 머릿속에선 그들의 대화 소재들이 간단한 문장들로 정리되고 있었다. “떨이가 조금 남았으니 백패커에서 하자” “좆, 좆, 좆” “어제는 백마를 따 먹었다” “이 곳은 아무 것도 없어서 여자를 꼬실 수 없으니 밤새도록 술을 마시자” “좆, 좆, 좆” “굿 잉글리시 스피커라서 그런지 유니세프에 입사추천을 받았다” “좆, 좆, 좆” 초면에는 도저히 끼어들 수 없었던 오클랜드 아무개 대학에 다닌다는 나보다 한참 어린 그들의 “좆, 좆, 좆”에, 나는 “좆, 좆, 좆” 생각했다. 알고 보면, 이러한 허세 어린 아무개들은 훗날- 만약이라는 가정하에- 현실의 구석에 몰리게 되었을 때 결국 영어실력을 이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외국 경력의 사용이 꽤 편리한 한국에서는- 결론적으로 이미 어느 정도 기득권의 지위를 확보한 상태인 것이다. 이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차에서 내린다. 감사합니다. 차는 그저 떠나간다. 역시, 기득권은 작별인사를 할 줄 모른다.

3. 햇수로 2년 전. 지진의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는 도시. 백패커에 있던 나는 밖으로 나왔다. 거대한 상실 이후의 공간에서 혼자 서 있었다. 많은 건물들이 부서져 있었고,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복구인력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연말이라 그럴 수도 있겠거니 생각한 채 펜스를 따라 쭈욱 걸었다. 진입이 금지된 펜스너머로 활기찼던 삶 이면의 적요가 느껴졌다. 부서진 유리들과, 미처 챙겨가지 못했던 가전도구들과, 아직도 OPEN이라고 붙어져 있는 글귀들까지.

내 등 뒤로 햇살이 비추고, 헝클어진 머리의 내 그림자가 길게 누운 채 나를 보고 있었다. 어색하게 마주보고 있던, 담장을 사이에 둔 나와 나의 대면. 펜스를 한 손으로 잡고 그런 나를 보는 나. 깨진 유리들에 몸 한쪽을 관통당한 누워있는 나. 그가 내게, 모든 것이 다 연극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너머의 삶이든, 이 너머의 삶이든. 찰나의 순간이라고.

내가 걸음을 옮기자, 그가 내 등 뒤에 대고 속삭였다. 그 연극이 언젠가 마무리될 때 힘들어지지 않도록, 열심히, 재밌게- 순간을 살아달라고. 겹겹이 쌓여있는 피안 너머의 후회들이 나를 다독이고 있었다. 그렇게, 모든 것들이 뒤섞인 도시가 나를 울리고 있었다.

만성 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댓글 0 | 조회 350 | 2일전
최근 미국 버지니아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와 뉴욕 마운트시나이병원(Mount Sinai Hospital)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신장(腎… 더보기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

댓글 0 | 조회 267 | 3일전
안녕하세요 한국 교민 여러분, 벌써 2026년도 2월이 찾아왔습니다.오늘은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더보기

보험 수리 보증은 누가 책임질까?

댓글 0 | 조회 285 | 4일전
자동차 사고 후 보험으로 수리를 진행하면 많은 운전자들은 자연스럽게 “보험으로 수리했으니, 문제가 생기면 보험사가 책임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곤 합니다.그러나… 더보기

뉴질랜드 의예과 치예과 (Biomed/Health Sci) 입학 전 꼭 알아야할 …

댓글 0 | 조회 351 | 6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Biomed/Health Sci 1학년 과정 입학 전 꼭 알아야할 점들을 체크리스트를 통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과거 칼럼에도 다뤘듯 의대 가는 길… 더보기

어휘력은 암기만으로 늘지 않는다

댓글 0 | 조회 769 | 10일전
아이들의 어휘력을 판단할 때, 우리는 대개 알고 있는 단어의 양에 집중하곤 한다. 아이들이 단어장을 외우고 뜻을 암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더보기

사랑과 우정, 그 중간쯔음 . . .

댓글 0 | 조회 330 | 2026.01.28
그 날의 여행지는 늘상 가던 온천행이 아니었다. 낯선 캠핑장을 지도에서 찾아봤다. 내 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이었다. 이게 웬 호재인가?두대의 버스가 북쪽과 남쪽… 더보기

목사 가운을 버리고

댓글 0 | 조회 728 | 2026.01.28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외국에서 방문했다는 이유로전임 교회에서스웨터에 셔츠를 받쳐 입고설교를 했습니다예배를 마친 후교우들과 인사를 나눌 때목사님 오늘 패션 최고예요… 더보기

요점만 정리한 종교인 워크비자

댓글 0 | 조회 621 | 2026.01.28
뉴질랜드 이민부는 종교 관련 직무에 종사하는 신청자에게만 적용되는 Religious Worker Work Visa(이하 종교인 워크비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더보기

21. 잠든 전사 – 테 마타 봉우리의 전설

댓글 0 | 조회 150 | 2026.01.28
Te Mata o Rongokako – 잠자는 거인의 이야기* 거인의 형상혹스베이 지역, 특히 헤이스팅스 인근에는 마치 사람이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의 거대한 산이… 더보기

2026년 뉴질랜드 바이오메드, 헬스사이언스 입학준비

댓글 0 | 조회 501 | 2026.01.28
: 뉴질랜드를 선택하는 이유, 그리고 지금 준비해야 할 것들▲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고… 더보기

샘터와 우물가

댓글 0 | 조회 115 | 2026.01.28
시골집엔 샘이 있었다. 장독대 아래에 있는 샘에 바가지를 띄워놓고 퍼서 먹었다. 새미터(샘터)에 매끈한 돌을 놓고 찬거리를 다듬었고, 빨래도 했다. 물이 흘러가는… 더보기

이민자의 스트레스, 어디로 가는가

댓글 0 | 조회 635 | 2026.01.28
ㅣ 술, 갬블링, 과로로 흘러가는 감정들새해가 시작되면 많은 이민자들이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올해는 조금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 더보기

차나무도 생명, 내버려둘수록 차 맛도 맑다

댓글 0 | 조회 176 | 2026.01.28
화엄사 구층암 ‘죽로야생차’“혹시 대나무와 조릿대의 차이를 알아요?”차밭을 정비하러 나서는 길, 구층암 주지 덕제 스님이 문득 질문을 던졌다. 알 리 없다. 더욱… 더보기

장학금 그리고 의사가 꿈인 두 학생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409 | 2026.01.28
출처 : https://www.acsa-scholarship.or.kr/default/menu02/menu02_cont02.php?sub=22몇년 전까지만 하더라… 더보기

장애인 가족 돌봄자

댓글 0 | 조회 207 | 2026.01.27
가족 구성원중 항시 돌봐야 하는 장애인이 있는 경우 가족 구성원 들은 경제적 부담과 함께 장애인 가족을 돌봄으로 인한 취업기회 상실과 사회활동 포기 등 다양한 희… 더보기

바빌론의 공중정원 전설

댓글 0 | 조회 143 | 2026.01.27
ㅣ존재했는가, 아니면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환상인가“보이지 않는 세계유산”인류가 남긴 유산 가운데, 가장 유명하지만 아무도 본 적 없는 건축물이 있다. 고대 … 더보기

다른 길은 없다

댓글 0 | 조회 132 | 2026.01.27
시인 류 시화자기 인생의 의미를 볼 수 없다면지금 여기, 이순간, 삶의 현재 위치로 오기까지많은 빗나간 길들을 걸어왔음을 알아야 한다그리고 오랜 세월동안자신의 영… 더보기

2편 – 〈세기의 디지털 강도〉 (The Heist of Light)

댓글 0 | 조회 154 | 2026.01.27
“단 12초 만에, 79억 달러가 사라졌다.”프롤로그 - 2028년 4월 9일, 그날 12초, 세계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 라이트게이트(LightGate).… 더보기

향후 10년간 가장 인기 있는 직업 목록이 발표

댓글 0 | 조회 544 | 2026.01.27
이 5가지 진로는 뉴질랜드 학생들에게 안정적이고 높은 소득을 보장하는 미래를 제공합니다!오늘날 아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미래가 우리가 당시 직면했던 미래와 완전히 … 더보기

운도 실력이다 –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행운

댓글 0 | 조회 216 | 2026.01.27
골프장에서 가끔 이런 장면을 목격한다. 공이 벙커를 향해 날아가다가 절묘하게 튕겨 나와 그린 위에 안착하는 순간. 동반자들은 말한다. “야, 운 좋다!” 하지만 … 더보기

‘조용한 살인자’ 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705 | 2026.01.23
지난(1월 20일)은 대한(大寒)으로 24절기(節氣)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이다.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立冬)에서 소설(小雪),… 더보기

2025년 의대 치대 수의대 38명 합격생의 공통점

댓글 0 | 조회 799 | 2026.01.22
출처 : https://www.hufs.ac.kr/hufs/11250/subview.do2025년에도 메디컬 유행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과거에는 크리… 더보기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

댓글 0 | 조회 689 | 2026.01.21
오늘은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소개해 드립니다. 이 방법은 상황을 민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할 수… 더보기

1편 – 〈황금의 망령〉 (The Phantom of Gold)

댓글 0 | 조회 295 | 2026.01.16
840톤의 금괴가 사라진 날, 세계는 새롭게 시작되었다.프롤로그 - 2011년 10월, 리비아 사막 어딘가 폭풍이 사막을 뒤덮은 밤. 모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 더보기

아들 신발

댓글 0 | 조회 307 | 2026.01.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결혼해 집 떠나며남겨진 아들의 신발에아직 남아 있는향기 같은 너의 따스함너와 함께 걷던 상쾌함으로오늘도 신고 나선다튀는 걸음으로 다녔을아들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