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종과 공격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복종과 공격

0 개 1,759 박건호
1998년 6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빌 클린턴 앞에서 진정한 하의실종을 보여줬다. 당시 르윈스키와의 스캔들을 노골적으로 풍자했었던, 이 가학적이면서도 키치적인 행동은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뻔하면서도 대담한 예술 행위로 남았다. 한 손으로는 지팡이에 자신의 몸을 의지하면서도, 한 손으로서는 자신의 바지를 “아차, 내려가버렸네” 하듯 일부러 입고 있던 점퍼의 하단을 쥐고 있는 사진 한 장. 협소한 나라에 살면서도 지배당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의도를 표출하는 이 모습은 한국 국민의 근본을 쉽고도 간략한, 일종의 획으로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9년이 지난 2006년 6월. 일본의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는 부시 전 대통령 앞에서 엘비스 프레슬리가 생전에 췄던 춤을 추었다. 이는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일본 특유의 마조히즘적 서비스 문화로 생각되었다. 총리로서 체통이 없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 이 지면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하지만 - 이런 현상을 일본의 통념적 개념으로 이해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의도된 복종과 해프닝으로 타자를 잠식해 가는 문화적 역사성의 상징적 행위로 읽힐 수 있다.

콘텐츠의 성공. 올해 싸이의 성공을 나는 그렇게 표현하고 싶다. 혹자들은 “아시아 남성을 희화화한 노골적인 성공”, “팝 클리셰의 짜깁기 모음” 등으로 평가했다지만 어찌되었든 이 곳 지구 반대편 라디오에서도 간간히 강남 스타일이 흘러나오고, 뉴질랜드 차트에서도 상위권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성공한 셈이다.

영어가 아닌 다른 나라의 언어로.

앞서 말한 두 사례를 바탕으로 했을 때, 싸이의 이 문화현상을 개념으로 읽어낸다면 어떤 종류일까. 일본 특유의 복종적 - 흑심을 감춘 - 침략의 성공일까, 한국의 선 굵은 공격적 콘텐츠의 성공일까.

결과론적인 것으로 말하자면, 두 가설 모두 맞다고 하고 싶다. 문화의 양면성을 고려할 때, 사실 고이즈미든 백남준이든 대중적인 문화 코드는 아니다. 다시 말해 전세계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동일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 시대, 그 자체가 - 대중적 팝의 멜로디를 반복하는 복종의 클리셰와 직설적으로 기득권 문화를 비꼬는 반항적 영상들 두 가지가 결합된 - 싸이의 독자적인 코드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소녀시대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한국으로 떠나고자 하는 젊은 키위가 있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이 친구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데, 이 친구는 굳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내가 모르는 소녀시대 멤버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사랑해요 소녀시대”를 방송국 앞에서 외치는 것이 꿈인 소박한 젊은이이다. 쉬는 시간에는 걸그룹의 영상들을 내게 자주 보여준다. 기다란 다리를 내놓고, 혹은 곡선이 드러나는 옷을 입고 춤추는 영상들을 보며 일반적 한국의 여성들을 떠올리는 것은 굳이 내가 페미니스트가 아니어도 조금 곤혹스러운 일이다. 서양의 팝문화를 그대로 베껴온 듯한 자극적인 비주얼로 가득한 영상들. 이 친구가 우연히 발견한 한국의 뮤직비디오 등으로 인해 한국의 문화, 문자에 호기심을 가진다는 것은 문화 파급의 경로가 과거에 비해 크게 변경되었음을 내게 가르쳐주고 있다. 이 친구가 영상을 들여다보며 입을 헤 벌리고 있는 것을 보면, 차라리 동대문 같은 다소 지루해 보이는 사진들이 있는 안내책자보다 보이그룹, 걸그룹의 사진이 들어간 안내책자가 이들에겐 더 효과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타까운 것은, 싸이와 비슷한 느낌을 가진 - 뉴질랜드에서 화제가 되었던 J-Geeks 같은 그룹이 문화 전달엔 조금 더 이상적이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마오리의 문화를 표방한 독특한 춤과 비쥬얼, 그리고 무대를 넘고 문화의 경계를 넘어선 에너지의 파괴력. 즉 앞서 말한 고이즈미와 백남준의 - 의도적 복종, 직설적 공격성을 모두 함유한 문화. 더불어 남녀노소 구분 않는 대중적 메시지의 전달이 콘텐츠로서는 조금 더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조금 고지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솔직히, 단순하게 말하자면 한국의 거리에서, 소녀 “시대”와 지나가는 “일상의 소녀들”을 비교하며 실망하는 키위의 모습을 나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 피상적인 것보다는 조금 더 다차원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문화의 파급을 나는 기대하고 싶다.

뜬금없지만, 쓰고 싶다. 2012년, 끝났다. 적어도 내년부터는, 이러한 기대가 현실로 돌아오면 참 좋겠다.

조금 있어봐, 2013년이다.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02 | 23시간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8 | 9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1 | 9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2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2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1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0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5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5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0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3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39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4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09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5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7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4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8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7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5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3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60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3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8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