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응답의 시간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질의응답의 시간

0 개 1,763 박건호
CV만 40장째였다. 차가운 웰링턴의 바람만큼이나 핸드폰 수화부에도 스산한 침묵이 스며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침묵이 내 머릿속을 파고들어 포화상태를 이룰 때쯤, 몇몇 군데에서 연락이 왔다. 그 중 한군데, 조그만 옷 가게의 면접을 보러 어느 카페에 들어갔다.
 
수 십장의 CV가 켜켜이 쌓여있었고, 파란 눈과 하얀 머리의 할아버지가 이방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악수를 청하자, 가볍게 내 손을 잡고 흔들고는 커다란 아이보리색 소파에 마주보고 앉았다.
 
한국에 대해서 묘사해 볼 수 있겠니? 네가 내 가게에 지원한 유일한 아시안이라서 말이야.

몇몇 질문 끝에 굉장히 뜬금없이 그 질문이 나왔고, 나는 극단적인 이념들과 대단히 바쁜 삶들이 횡횡하는 사회(의도는 그랬다)라고 했다.

다음 질문은 상황극이었다. 그가 파란 눈을 똑바로 뜨고 내게 말했다. 내가 딸을 데리고 가게 왔는데, 네가 가게를 보고 있어. 자, 내가 들어간다. 하이 데얼? 나는 두리번거리다 앞 테이블의 빵 봉지를 집어 들고 엉터리 리본을 만들어 머리에 맞붙이고는 이거 좋아! 예쁘지 않아? 라고 퍽 흉하게 말했다. 픽, 하고 사장이 웃었다. 그리고는 “Ok, em.. ok put that down”이라고 말했다. (한국어로는 “자, 됐고요” 쯤 됐을 것이다.) 그리고 몇몇 질문이 지나 갔고, 그가 내게 물었다.
 
“고객에게 왜 친절해야만 하지?”
 
프랑스의 바깔로레아를 방불케 하는 그 질문에 잠깐 당황한 나는, 솔직하게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역시 의도는 이러했다)

저는 판매자가 단순히 판매자의 역할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 마음 대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손님이 마음에 드는 물건이 없어서 가게 밖으로 나선다 해도, 저의 친절함으로 인해 그 손님이 웃으며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저는 만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면접이 끝난 후,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 내가 옷가게 면접을 본 것인가? 아니면 대기업 심층면접을 본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오후 3시에 만나 30분 이상 계속되었었던 면접은 15평 남짓의 옷가게라고 하기엔 내 마음에 너무도 거대한 자국을 남겨놓았다.

심지어 많이도 아니고 FULL TIME 단 한 명을 뽑는 면접이었다.
 
한국에 있을 때, 지인을 통해 상업영화 편집보조를 해 본 경험이 있었다. 처음에 들어갔을 때 이틀간 편집기사(편집감독님) 얼굴도 못 뵈었었다. 그리고 마침내 얼굴을 뵈었을 때, 한 가닥 악수와 두 마디 통성명을 한 후, 그 후 2달간 일적인 대화만을 나누었을 뿐이다. 그 이외 한국에서 다른 일을 할 때엔 빵집, 광고 일 등 모든 면접이 5분 내로 끝나거나 연줄을 통해 들어갔더랬다.
 
존재를 자각하는 일은 곧 책임을 느끼는 일이다. A회사는 30분의 면접을 통해 들어간 직장이고, B는 입사 후 이틀 후에 사장을 만난 회사라고 하자(직원은 두 회사 모두 2-3명 정도다). A와 B 두 개 회사 모두 일에 대한 흥미도와 비전, 급여 등을 동등하다 가정할 때, A 회사와 B회사 중 어느 직장에서 책임감을 느낄지는 자명하다. 책임감은 곧 존재의 자각으로 치환되고 그것은 곧 인생의 즐거움으로 배가될 것이다.
 
난 그 때의 면접을 생각할 때마다 그 때의 시간을 스스로 존중하려 애쓴다. 옷가게의 그 면접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맘 속에 남아있는 이유는, 내 존재의 그림자가 형식적으로나마 뉴질랜드에 처음으로 드리워졌었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존중하다보면, 어느새 - 흐르는 삶 속에서 다른 방식, 더 나은 방식 등으로 나 자신이 스스로 바꾸어지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 기억으로 말미암아 비록 지금은 내 손이 비어 있다 해도, 언젠가는 그 손에 어떤 무엇인가를 꼭 쥘 날이 올 것을 스스로 믿게 되는 것이다.
 
그 면접 후 이틀 뒤, 그 옷가게에선 문자가 왔다. “I’m sorry you were unsucessful for the job.”

오클랜드대 대학생물 BIOSCI107 A+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330 | 1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Auckland Biomed/Health Sci (오클랜드 바이오메드/헬스사이언스) 1학년 과목 BIOSCI107 (대학생물) A+ 팁과 노하우에… 더보기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569 | 4일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60 | 4일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211 | 4일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230 | 4일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46 | 4일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701 | 4일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21 | 4일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74 | 4일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105 | 4일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830 | 5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83 | 5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76 | 5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313 | 5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54 | 5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33 | 5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29 | 5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88 | 5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833 | 8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511 | 2026.03.19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1,014 | 2026.03.16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70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75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31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93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