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서비스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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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인 서비스 물가

0 개 3,037 정경란
그런 소리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 겪어보니 ‘악’ 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지하실에 전구 두개 더 달기 위해 전기기사를 불렀다가 250불이나 주었던 적이 있다. 2년 전이다. 그때는 경악보다는 놀람과 신기한 감정이 더 들었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샌 적이 있다. 아무리 해도 탭을 열수가 없었다. 플러머가 왔다.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장비를 쓰고 오링하나를 바꾸더니 110불을 청구했다. 물론 그가 와서 일한 시간은 15분도 되지 않았다. 불렀다 하면 차량 기름값과 최소 1시간 노동의 대가를 청구한다. 거리가 멀면 1km당 기름값이 더 보태진다. 그때부터는 뭐든지 살살 쓰고, 웬만하면 알아서 고쳐 쓰자는 철칙을 갖게 되었다.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다. 이건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전화번호부에서 컴퓨터 기사를 찾아 서비스를 의뢰했다. 해결을 하든 안하든, 일단 서비스를 위해 출동하면 100불이란다. 어쩔수 없지. 컴퓨터 기사는 와서 이것저것 시도해보더니 본체를 열어서 전기청소기로 먼지를 제거했다. 그러고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차라리 프로그램을 다 지우고 다시 세팅하든가 아니면 새로 사야 한단다. 하나마나한 이야기. 신기하게도 그 이후로 컴퓨터가 제대로 돌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면 먼지부터 청소한다. 
 
차고를 서재로 바꾸기로 했다. 바람잦고 날씨가 궂은 날이 많으니 발코니에 샷시 유리창을 둘러 썬룸을 만들면 어떨까 구상한 적이 있었다. 업자가 와서 보더니 견적서를 보내왔다. 3만불이었다. 아니, 여긴 뭐가 이렇게 다 비싸. 그래서 썬룸은 접었다. 대신 차고는 기존 콘크리트 구조가 있으니 창을 하나 더 내고 바닥을 고르게 하는 공사 그리고 콘센트 3개와 스위치 두개를 더 달면 훌륭하고 아늑한 서재가 될 것 같았다. 창을 내고 바닥에 시멘트를 부어 경사진 면을 고르게 하는 공사는 생각만큼 많은 비용이 들지 않았다. 한국식으로 멋진 실내 장식을 할 것도 아니고, 최고급 마감재를 쓸 것도 아니었다. 중고 상점에 가서 유리창을 사고 나르고 직접 달았다. 창틀을 만들고 페인트 칠을 했다. 벽은 석고보드를 몇 차례 바르고 샌딩했다. 페인트칠은 세 번인가 했다. 페인트 역시 중고품 가게에서 헐값에 얻었다. 
 
그렇게 악착같이 다른 사람의 손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했지만, 한번은 전기기사를 불러야했다. 많아야 500불이라고 각오했다. 콘센트 두개를 더 다는데 전기선을 5~6미터 정도 사용했고, 벽을 뚫어서 콘센트를 달았다. 전기기사왈, 우리가 사온 중고 파워포인트(콘센트)는 더 이상 써서는 안된단다. 법이 바뀌어서 불법이란다. 3달러짜리는 무용지물이 되었고 그는 29불짜리를 달았다. 오후내 일을 하던 기사는 다른 스케줄 때문에 다음에 다시 한번 오겠다고 돌아갔다. 서너시간 일했을까? 그 다음에는 조수까지 데려와서 뭔가를 가르쳐가며 일을 했다. 점심 먹은 시간까지 합하면 3시간 정도 될까.
 
그 전기기사가 청구한 돈은 1,450불이었다. 청구서를 보고 또 보았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시간당 임금은 65불이었고, 와서 드릴로 구멍하나 뚫은 게 전부인거 같은 조수의 임금 역시 30불이나 되었다. 산업자재가 비싸다는 악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콘센트며 전기선 가격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전국의 전기기사들이 단체로 정치인들에게 로비를 벌이지 않고서야 기존의 콘센트는 이제 불법이고 새로 전구 하나 더 다는 것도 불법인지 알 수가 없다. 안전을 위한 거라고 좋게 생각하려해도 내 머리는 1,450불을 도무지 이성적으로 받아 들일 수가 없었다. 
 
스시집에서 스시를 말면 시간당 임금이 세전 13불 정도 받는 걸로 알고 있다. 플러머는 시간당 70불, 전기기사는 65불을 청구한다. 다른 기술 서비스 업종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다. 사람이 하는 일, 숙련된 기술에 대해 높은 임금을 책정하는 것에는 큰 불만이 없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일반 시민이 그 높은 서비스 가격과 품질은 낮지만 비싸기만 한 산업재 가격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전기 기사의 서비스 청구서를 받아보고는 일주일 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아들보고 대학 가기 싫으면 전기기사나 집 짓는 거 배우라고 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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