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스톤과 일본군 포로 수용소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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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스톤과 일본군 포로 수용소 (Ⅰ)

0 개 2,830 정경란


     
<출처: Masterton District Library and Wairarapa Archive, Te Ara Encyclopedia of New Zealand>

오~래전, 한국에서 본 다큐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이름도 멀고 생소한 남태평양의 어느 섬을 찾아간 취재진은 그곳에서 일본군에 징용당한 한국인들의 흔적을 더듬고 있었다. 세상에, 남태평양까지? 아직 역사적 사고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 그리고 일본 중국에만 머물러 있던 때라 한국인이 저 머~언 남태평양까지 끌려갔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듣고 보도 못한 이야기처럼 느껴졌었다.

웰링턴에서 북쪽으로 리무타카 레인지를 넘어가면 페더스톤, 그레이타운, 카터튼을 지나 더 가면 마스터튼, 마틴보로우를 지나 북섬의 내륙을 관통하게 되는 셈이다. 크게 생기가 있을 만한 거리는 없고, 그저 몇몇 카페나 베이커리만 여행객들이 발길을 붙잡을 뿐이다.

그런데 그 중 페더스톤(Featherston)을 일부러 찾아간 적이 있다. 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인 포로들을 수용하던 캠프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였다. 하지만 캠프는 남아있지 않았고 당시의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은 있었다. 캠프의 전경을 찍은 사진, 일본군 포로와 뉴질랜드 군인이 같이 서 있는 사진, 일본군복, 칼, 군인들의 장비등 소소한 것들이 잘 전시되어 있었다.

페더스톤 캠프는 원래 1차 세계대전당시 뉴질랜드 정부가 군인 양성을 위해 만든 캠프였는데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를 즈음 미국의 요청으로 남태평양 해전에서 잡힌 일본군 포로들을 수용하게 된 것이다. 과달콰날에서 이곳 수용소로 이동된 일본인 포로들은 약 868명으로 이들 모두가 군인인 것은 아니었고 부역에 동원된 민간인들도 많이 섞여 있었다.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캠프내의 이런 저런 부역에 동원되기에 이르렀는데, 1943년 2월 25일, 자존심이 강한 일본군 장교가 부역에 참여하길 거부한다. 이들은 숙소에서 나오길 거부했고, 뉴질랜드 무장 군인들이 이들 숙소를 에워싸기에 이른다. 그리고 비극적인 사태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일본측 생존자의 증언과 뉴질랜드 군인들의 증언이 각각 다르다. 일본군들이 뭔가 불만을 얘기하기 위해 뉴질랜드 군인쪽으로 몰려갔는지, 아님 실제 어떤 물리적인 행동을 하기 위해서였는지는 아무것도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불충분한 의사소통은 서로 상대편에 대해 공포심을 갖기에 충분했고 전시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비극의 씨앗은 이미 잉태되었는지도 모른다. 발포 명령을 없었지만, 현장에 있던 군인은 신변의 위험을 느꼈는지 무기를 사용했고 서른 한명의 일본군인이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91명이 부상을 당한다. 부상자중 17명이 이후 추가로 사망한다. 어찌보면 어쩌구니 없는 사건이지만, 모든 전쟁과 그에 수반된 대치상황들이 몰고 오는 비극이 그렇듯이 이 사건 역시 개개인 인간의 힘으로는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집단적 무지와 공포, 그리고 광기가 빚어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위안부, 강제징용과 동원이라는 역사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한국인인 나. 사과 한번 제대로 하지 않는 일본이 얄밉지만, 만 킬로미터가 넘는 타국땅에서 만나는 그들의 흔적이 그냥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지나칠 수는 없었다.

물론 당시 뉴질랜드 신문은 당시 사태를 전혀 보도하지 않는다. 포로들의 대우문제에서 일본과 큰 마찰을 일으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추정상) 또한 뉴질랜드가 직접적으로 이차대전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일본군에 대한 뉴질랜드인과 호주인의 공포심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었음을 여러 자료와 이들의 기억 속에서 확인할 수도 있다.

얼마전 막내의 학교에서 바자회가 있었다. 스시를 만드는 팀에서 일손을 구한다기에 처음으로 다른 학부모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모두가 일본인 엄마들이었다. 공부를 위해 뉴질랜드에 왔다가, 혹은 일본으로 영어를 가르치러 온 키위 선생님과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든가 하는 등의 이유로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이었다. 한국인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학교의 요청으로 만든 150여 팩의 도시락을 다 팔고나서는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사진도 찍었다. 부활절 휴가 기간이 끝나면 만나서 차 한잔 하자고 약속했는데 이번에 만나면 그들에게 페더스톤 이야기를 해 줄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에 있는 기념비와 공원까지. 일본인이니 한번쯤은 가보아야 하리라. 페더스톤에 있는 기념공원과 인상적인 벗나무 공원은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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