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 폰 박물관과 석주명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세계 유일 폰 박물관과 석주명

0 개 2,691 정경란
한국을 여행 중이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박물관기행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전국의 박물관을 훑고 있다. 제주도에 박물관이 무려 100여개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인구 대비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물론 육지에서 수학여행을 온 내국인 학생들, 중국인, 일본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관광상품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국공립이 아닌 개인이 자비를 들여 평생 모은 수집품을 전시, 일반에게 소개할 목적으로 설립한 사립 박물관의 숫자가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반드시 그렇지 만도 않은 것 같다. 박물관적 지식에 목마른 탓인가. 방학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을 찾는 엄마들을 보노라면 이 풍경 역시 지극히 한국적이라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 나 역시 방학이나 휴일이면 이촌에 새로 지은 국립중앙박물관을 가고, 가고, 또 갔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겹다거나 지루하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올해 다시 찾은 용산국립박물관은 그 위용이 남다르게 느껴졌고 새삼,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나라별 박물관의 숫자를 보면, 한국이 1,000 (영국과 같다), 일본이 3,000, 미국이 한국의 10배에 해당하는 만 개 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에 세계 유일의 박물관도 적지 않다. 그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은 여주의 폰 박물관과 과천의 카메라 박물관이었다. 사실 여주에 있는 폰 박물관은 그 박물관 소장품에 특별한 관심이 있어서 방문한 것은 아니었다. 그 박물관을 세우고 운영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전직 언론인으로, 나비 박사 석주명의 자료를 수십년간 모으고 연구해 <석주명 평전>을 출판한 이병철님이었기 때문이다. 그 책의 번역 가능성을 타진하고 그간 기울인 노고에 조그마한 찬사를 드리기 위해서였다.

우선 폰 박물관을 살펴보면,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 잡은 박물관은 사계절 속에서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이 되고도 남았다. 사륜구동 자동차만 믿고 나선 길이었으나 이병철님이 들고 내려오신 연탄재와 체인에도 불구하고 끝내 박물관 마당에는 오르지 못했다. 결국 차를 내버려두고 올라갔다. 이병철님이 박물관 소장품들을 일일이 다 소개해주시는데, 석주명을 세상에 다시 되살리는데 들인 열정만큼이나, ‘산업시대의 고고학’이라고 스스로 명명하신 전화기 수집에 들인 열정, 시간, 금전적 노력은 그냥 감탄만 하고 말 것이 아니었다. 이병철님이 전화기를 수집하게 된 계기는 아주 단순했다. 오래전 맨 처음 사서 쓰게 된 핸드폰을 집안 어딘가에 두었는데, 그게 이사를 다니는 와중에 그만 잃어버렸다고 한다. 다시 구할 길이 없음을 알고는 이게 바로 우리 ‘산업시대의 고고학’이 아니겠는가, 싶어서 그 길로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서 수집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입장료만으로는 수익은 커녕 운영비도 되지 않는데다, 지자체의 도움은 커녕 냉담함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 했다. 이렇게 개개인들이 노력과 열정으로 일군 ‘문화적 사업’을 지방자치단체가 조금만 더 관심 갖고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전시성 사업, 그래서 일회성으로 그치고 마는 운명을 맞는 사업에 그동안 얼마나 많은 돈을 낭비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럼, 이병철님과 석주명의 인연을 보자. <석주명 평전>의 저자 서문에도 나와 있듯이, 이병철님은 학창시절 ‘한국의 자생적 학문’을 역설하면서 한반도 곳곳을 누비며 나비의 서식분포를 밝힌 인물로 석주명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라는 식의 짧은 이야기를 선생님으로부터 듣고는 그에 대한 관심을 마음 한 켠에 간직하게 된다. 그러던 중, 일간지 기자로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석주명에 관한 자료들을 본격적으로 모으고, 가족들과 지인들을 인터뷰하며 그의 천재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짧은 생애에 감염되듯 홀려, 결국 그에 관한 평전까지 저술하게 된다. 그 후 평전은 여러 차례의 추가적인 개정을 통해 더 세밀하고 전문적인 모습을 갖추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병철님의 노력으로 말미암아 한국 대학의 생물학 교수조차 이전에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석주명은 역사 속에서 부활하게 되고 어느 해에는 문광부 지정 ‘올해의 인물’로도 지정되어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만한 자랑스런 인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나비박사로 불리는 석주명의 업적과 한반도 서식 나비 분포에 관한 전문적인 학술서적 이야기, 한때 근무했던 제주도에서는 제주도 방언을 연구해 제주도 방언에 관한 전집을 저술했던 이야기 등은 독자 여러분이 <석주명 평전>을 굳이 찾아 읽고 생생하게 느껴야 할 부분일 것이다. 한가지, 초등학생과 청소년을 위해서 다소 간략하게 나온 평전들이 많이 출간되었으나 그 대부분은 (아니,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병철님이 쓴 <석주명 평전>의 내용을 훔친 것이라고 보아도 좋다. 무단으로.


▲ 최근에 새로 옷을 입은 이병철저, <석주명 평전>이다.

한국의 과학자들에 관한 평전이 드물고, 또 평전이야말로 전문적인 글쓰기의 최고봉이라는 점에서 이런 책은 마구 마구 사서 열심히 읽어야 한다고 본다. 그 분의 노고에 대해서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다음 회에는 카메라 박물관과 뉴질랜드인으로서 세계 최초로 파노라마 카메라 렌즈를 발명한 알렉산더 맥카이에 대해서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502 | 1일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37 | 1일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70 | 1일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95 | 1일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18 | 1일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626 | 1일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2 | 1일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3 | 1일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7 | 1일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86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7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4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7 | 2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33 | 2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5 | 2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12 | 2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29 | 3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804 | 6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73 | 8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9 | 2026.03.16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35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61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8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80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52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