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으로 찍은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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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으로 찍은 사진 한 장

0 개 4,275 Lightcraft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필자도 대충 2006년 즈음인가 부터는 항상 카메라가 달린 휴대폰을 썼던거 같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밖에 나가보면 누구나 다 카메라가 달린 휴대폰을 들고 셀카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저녁 메뉴나 저 멀리 넘어가는 멋진 석양 등을 찍고 있는 모습이 흔하디 흔한 풍경이 되어버렸다. 요즘 거짓말 좀 보태면 디지털 카메라도 다들 하나씩은 장만해서 가지고 있다는데 사실 디지털 카메라는 있어도 집에 자주 두고 나오지만 휴대폰은 안들고 나오면 패닉상태에 빠질만큼 꼭 챙겨들고 다닌다. 바꿔 말하자면 아마도 필자 생각에는 사람들이 하루동안 휴대폰으로 찍는 사진이 디지털 카메라로 찍는 사진보다 몇 배는 많을 것이다. 그런데 누구나가 다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은 내 옆집 아저씨가 2000만 화소급의 커다란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내가 500만 화소급의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보다 그 가치로 보나 예술성으로 보나 훨씬 우월하다는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누가 딱히 정해놓은것도 아닌데 말이다.  
 
너도나도 카메라를 손에 들면 하고 싶은 것이 좋은 사진을 찍는것인데 사실 좋은 사진이란 무엇인가를 한두마디로 말할수는 없다. 하지만 좋은 사진의 요소 중 하나는 찍을 당시의 목적성과 찍은 사진이 그 목적에 부합하느냐 하는 것이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여러 가족들끼리 모여 소풍을 갔는데 옆집 아저씨는 자기 2000만화소급 카메라로 연사를 날리고 나는 휴대폰을 꺼내들고 몇 장 찍었는데 내가 찍은 사진이 옆집 아저씨 사진보다 좋은 사진이 아니라고 누가 장담할수 있으랴. 물론 옆집 아저씨 사진이 색감도 좋고 디테일도 생생하겠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같이 소풍 간 사람들의 즐거운 모습들을 담는다는 것 아닐까. 렌즈를 바꿔끼느라 순간순간 절묘한 장면을 놓친 옆집 아저씨 사진보다 화질은 별로지만 그 장면들을 포착한 휴대폰 사진이 더 좋은 사진이라는 말이다. 


필자는 순수 미술 작품 활동도 겸하고 있는데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종종 작품에 사용하고는 한다. 사진 A는 필자가 학생 때 320만 화소급 휴대폰 카메라로 수업 중 쉬는 시간에 찍은 사진인데 다른 학생들이 모두 나갔을 때 교실에 있는 창문으로 오후의 따스한 빛이 들어와 빈 의자들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는데 그 장면이 순간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하지만 필자도 하필 그 날 따라 집에 카메라를 두고 나와서 필자의 주력 기종인 휴대폰으로 그 광경이 사라지기 전에 날렵하게 한 장 찍었다. 이 사진에서 필자는 다른 그 어떤 요소보다 빛과 빛이 드리운 긴 그림자의 대비를 찍는 것이 목적이였기 때문에 충분히 휴대폰으로도 살릴 수 있었고 나중에 필자의 출품작으로도 쓰였다. 



사진B의 경우는 필자가 밤에 동네를 산책하다 우연히 서리 낀 차의 창문을 통해 가로등의 빛이 보였고 순간 필자의 머릿속에 하나의 장면이 스쳐지나갔고 바로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내들고 찍었다. 물론 집에 있는 카메라를 다시 들고나와 찍을수 있었지만 오히려 휴대폰 카메라의 저렴한 성능 덕분에 필자의 상상 속의 장면과 가장 가까운 사진이 만들어졌다.

이처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는 예고없이 다가올수 있기 때문에 그 순간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십분 활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은 사진을 만드는 지름길 중 하나다. 설사 품질이 떨어지는 사진이라도 찍지 않은 사진보다는 훨씬 가치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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