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쪽, 나를 닮은 와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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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쪽, 나를 닮은 와인을 찾아서

0 개 1,977 피터 황

와인을 마시는 타입을 보고 그 사람의 취향이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을까? 레드와인을 즐겨 마시는 이들이 성공을 꿈꾸는 열정파인 반면 화이트와인 애호가들은 좀 더 여유 있고 태평한 삶을 좋아한다던 지, 혈액형에 따라 와인의 선호도가 다르다던 지 하는 리서치의 결과들은 재미나 흥미위주로 와인홍보를 위해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현재는 학계에서도 상호간의 연관관계를 밝혀보려는 진지한 탐구를 통해 학문적으로도 많은 근거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화이트 와인 중에서 샤도네이(Chardonnay)를 좋아하는 이들은 친절한 성격과 지성을 겸비한 멋쟁이인 경우가 많고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은 천성적으로 사람을 좋아해서 주변을 유쾌하고 활기차게 만드는데 유머감각이 풍부하고 다재 다능한 탤런트 형의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생산에서 보관까지 다루기가 까다로운 피노누아(Pinot Noir)는 심지어 마실 때에도 최적의 온도(약13-15도)를 맞추고 시기를 잘 맞추어야 더욱 매혹적인 향기를 뿜어낸다고 알려져 있다. 피노누아로 만들어져 세상에서 가장 비싼 와인중의 하나인 로마네 꽁띠는 97년산 한 병의 가격이 1억 4천만 원을 한다니 피노누아에 미치면 집을 팔아 넘긴다는 소문이 사실인가보다. 아무튼 우아하고 세련되며 복합적인 맛과 향을 겸비한 최고의 품종, 피노누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섬세하고 내성적이며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높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인생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하고 탐구하며 정체성을 고민하는 철학자 스타일이다.  

와인의 맛이 묵직하고 강렬하며 거칠거나 시큼하고 떫은 맛이지만 개성 있는 매력으로 인기만점인 쉬라즈(Shiraz)는 서리와 추위에 강하며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란다. 색이 진하고 제비꽃 향과 함께 매콤한 후추 향이 나는 야생적인 쉬라즈를 좋아하는 이들은 활발하고 힘찬 캐주얼의 이미지를 가진 경우가 많으며 터프 한 성격의 소유자들로서 사적인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항상 공정하게 행동하는 중재자 역할을 하는 편이라고 한다.

포도 알이 크고 타닌이 적어 떫은 맛이 순하고 과일의 달콤함이 풍부한 메를로(Merlot)는 포근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간혹 성격이 고약해지는 카베르네 소비뇽의 완벽한 동반자가 될 수 있는데, 이것은 메를로의 넓고 부드러운 친화력 때문이다. 역시 메를로를 좋아하는 사람들 또한 비슷한 캐릭터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강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작은 포도알갱이, 두꺼운 껍질, 커다란 씨. 식용으로는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는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은 여러 가지로 불편한 포도다. 숙성되지 않은 와인은 맛이 거칠고 떫은 맛이 많고 풋내음도 강하다. 하지만 장기숙성을 통해 신맛과 떫은 맛의 조화로 부드러워지기 시작하면서부터 드디어 거친 겉모습에 감춰져 있던 부드러움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황제의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데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을 기사로 곁에 두고 때론 부드럽고 감성이 풍부한 메를로(Merlot)를 왕비로 맞이함으로써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카베르네 소비뇽 애호가들은 가격대비 품질을 추구하며 항상 계획하고 쓸데없는 데 돈을 쓰지 않는 편이다. 한번 다짐한 일은 끝까지 이루어내려는 강한 승부근성과 어떠한 상황도 꿋꿋이 견뎌내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다. 자존심이 강하고 언제나 현재를 개척하고 바꿔나가려는 창조적인 도전자의 캐릭터다. 어찌 보면 이들의 와인 스타일은 개성이 약하고 획일적일 수 있지만 현실감각이 뛰어난 실속 형으로 실패할 확률은 적다.

블렌딩을 한 와인 중에 카베르네 쉬라즈(Cabernet Shiraz)의 첫인상은 투박하고 거칠며 말수도 적은 편이지만 깊이가 있고 노력과 정성을 다한다면 진정한 친구로 오래 갈 수 있는 타입이다. 무뚝뚝한 편이지만 만날수록 진국임을 발견하게 되고 시간이 지날 수록 매력을 더하는 와인이다. 이 와인 스타일을 좋아하는 이들 또한 무게 감과 강인함 그리고 깊은 맛이 매력이다.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의 개성만큼이나 복잡하고 기묘한 특성을 가진 와인은 서로 다른 개성을 지키면서도 소통을 통해 조화로움을 만들어간다. 다르다는 이유로 오히려 훌륭하게 거듭나는 와인을 마주하며 다양성을 인정하고 격려하는 사회, 그렇게 조화롭게 어우러진 건강하고 살맛 나는 세상을 꿈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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