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엄친아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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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엄친아를 원한다

0 개 1,771 안진희
나에게 작은 소원이 있다면 우리 아들이 한 자리에 앉아서 밥에만 집중해 후딱 밥 한 그릇을 먹는 것이다. 

우유 말고는 먹을 것에 크게 욕심이 없는 아들은 언제나 노는 게 우선이고 때가 지나도 밥 달란 소리를 하질 않아 밥 한번 먹이려면 옆에 쫓아 다니면서 한 숟가락씩 떠 넣어줘야 한다. 그나마도 밥을 입에 물고는 이것 저것 다 쑤시고 다니다 밥 알이 입 안에서 녹아 자연스럽게 넘어갈 때쯤이나 되야 온갖 비위를 맞춰서 한 숟가락을 더 떠 넣을 수 있다.
 
물론 우리 아들도 물에 말은 밥이나 양념 안하고 구운 고기 같이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메뉴들은 한 자리에서 열심히 먹기도 한다. 그렇지만 잘 먹는다고 해서 매일 같이 맨 밥에 물만 말아주거나 고기만 구워 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사정해서 밥 먹이는데 지칠 무렵이면 나도 모르게 한 자리에 앉아서 밥 잘 먹는 아들의 친구와 비교를 하게 된다. 먹을 거라면 놀던 것도 내려놓고 와서는 자리에 앉아 한 그릇을 뚝딱 비워내는 참으로 예쁜 아이이다. 정말이지 그 친구 반 만 따라가도 소원이 없겠다.
 
그런데 함께 놀러를 나가면 상황은 역전이 된다. 허허 벌판에 내놔도 혼자서 신나게 잘 노는 우리 아들에 비해서 그 집 딸은 늘 엄마를 찾고 엄마가 같이 하기를 바라며 떨어지질 않으니 엄마는 속이 터진다. 자연스럽게 열심히 잘 노는 우리 아들과 비교하며 이럴 거면 집에 가자고 다그친다. 혼자 가서 좀 잘 놀았으면 소원이 없겠단다.
 
아들과 함께 체육 프로그램을 다니는 친구는 적성에 잘 맞지 않는지 늘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안하고 다른 곳에만 관심이 있어 엄마의 속을 태운다. 신나서 쫓아다니며 선생님 따라 하는 우리 아들 좀 닮았으면 좋겠단다. 그 집 아들은 조용조용하니 책을 참 좋아해서 보기 좋던데 막상 엄마는 아들이 정적이기 보다는 활동적이었으면 하는가 보다. 

한창 한국에서는 ‘엄친아, 엄친딸’이라는 표현이 유행이었다. 엄마들이 맨날 ‘엄마 친구 아들은 이번에 일등 했다더라. 엄마 친구 딸은 학교에서 반장이 됐다더라.’ 등등 잘난 친구의 아들과 딸들을 들먹이며 비교해대는 데서 나온 표현이란다. 
 
그런데 정말이지 엄마 입장이 되고 보니까 여기저기 다른 친구들을 만나고 다니면 우리 아들의 아쉬운 점만 자꾸만 보이더라. 친구는 잘 하는데 우리 아들은 잘 못하면 괜히 쳐지는 것 같고 내가 잘못 키우고 있는 것 같기도 한 것이 별별 생각이 다 들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결국은 화살이 아들에게로 돌아가 아들을 대상으로 성질 내고 소리 지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어느 블로거가 말하기를 모든 걸 내려놓으면 그때부터 아이와 평화로움을 유지된다고 한다. 청결을 조금만 포기하고, 생활습관을 조금만 내려놓고, 기본과 단계, 남의 시선이라는 말을 잊어버리면 아이를 붙들고 악을 쓸 일도 채근할 일도 없어진다는 것이다. 육아가 힘든 건 방법을 모르거나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엄마의 마음 조절, 억제. 그것이 안 되어서 그런 것이라는 그 블로거의 글을 읽으며 밤새 얼마나 꺼이꺼이 울었는지 모른다. 
 
나름 많은 것을 내려놓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클수록 자꾸 불안해지고 만날수록 자꾸 비교되고.. 엄마의 욕심을 버리고 아이의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함께… 그게 참 쉽지 않은 것이지만… 엄마니까. 뱃속에 담고 여태까지 단 둘이 씨름하며 키워온 엄마니까 오늘 또 마음을 다잡는다. 
 
아들. 엄마의 욕심으로 널 힘들게 하지 않을게. 엄마의 불안함으로 널 흔들리게 하지 않을게. 우리 함께 잘 헤쳐 나가보자. 참 두려운 말이지만 이제 겨우 시작인걸.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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