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속 女子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항아리 속 女子

4 3,545 김영나
#1. 한국의 전통 장(醬)들은 오래 묵으면 약이 된다. 위장병엔 묵은 간장이, 외상이나 화상에는 된장이, 감기나 어혈 푸는 데는 고추장이 특효라고 한다. 어느 종가집에는 3백년 내려오는 씨간장이 있다. 장독을 열면 검은 필름 같은 간장 위에 하늘과 구름과 여인의 상(像)이 맺힌다. 그 장면을 TV에서 보는 순간 숨이 멎었다. 3백년이라니---
 
#2. 왜 뉴질랜드로 이민 오셨어요? 교육 문제 때문에, 한국 정치에 신물나서, 조용히 살고 싶어서--- 표면적인 이유는 입을 맞춘 듯 비슷하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고향을 떠난 이유는 치유되지 않는 상처 때문이었다. 생각만 해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서러운 일을 당해서였다. 

<청춘을 바쳐 일하던 직장에서 무 잘리 듯 단칼에 잘렸어요. 사업을 하다가 쫄딱 망했죠. 한국 교육 풍토에서 애들을 키울 자신이 없었어요. 장애아가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찾아 왔죠. 돌싱이 된 후로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죠. 새 사랑을 만났어요.>

달콤한 인생이었다면 떠날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시고 떨떠름해서, 뭔가 명치 끝에 돌덩이가 매달린 듯 더부룩해서 떠났던 것이다. 반면, 아무런 문제도 상처도 없었지만 뉴질랜드의 자연과 느린 삶을 좋아해서 이민 온 이들도 있다.

어쨌든 우리는 불치병 중 하나라는 이민병에 걸려 결국 뉴질랜드로 왔다. 한국을 떠나올 무렵, 사람들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한국 사람만 믿지 마!” 

뉴질랜드는 전 세계 교민 사회 중 가장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얘기도 여러 차례 들었다. 

“같은 민족끼리 믿지 못하면 누굴 믿나, 객지에서. 게다가 지적 수준도 높다는데---설마?”   

오클랜드에 12년 살면서 내가 ‘설마?’의심했던 일들이 속속 벌어졌다. 이민 사회의 특성상 소규모 비지니스 창업이 많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온 가족이 매달려 일하는 생계형 업소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바로 옆에 똑같은 업종의 가게를 당당히 열고 옆 가게를 망하게 만들고야 말겠다고 작심하고 달려드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다. 이민 새내기들을 등쳐서 바가지를 씌우거나 돈을 떼어먹고 도망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노예계약으로 종업원을 부리는 업주들, 제 눈에 들보는 안보이고 남의 눈에 티끌을 트집잡으며 송사를 일삼는 자들---
 
게다가 교민 사회에서 방귀 꽤나 뀐다는 이들이 맑은 시냇물에 먹물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일을 자행한다. 물이 더러워지면 정화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할 사람들이 더 나서서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이민 2세들이 무얼 배울까? 

한국에 갔을 때, 급한 일이 있어 짧은 거리를 택시를 이용한 적이 있었다. 중년의 택시 기사님은 흥분하셔서 한국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열변을 토하셨다. 

“영어, 수학 조금 더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는 인성 교육만 시키면 됩니다. 사람 만든 후에 영어 수학 가르쳐도 늦지 않아요!”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도리, 체면, 양심, 타인에 대한 배려, 질서 등등의 덕목을 모르는 인간이 지적 수준이 높다한들 인간 사회에 도움이 될 리가 없지 않은가. 도(道)와 의(義)가 없는 인간들이 함께 살아가는 집단에 무슨 고귀함과 행복과 감동, 희망이 있겠는가.

로버트 풀검의 말대로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는데---’
 
“무엇이든 나누어 가져라. 정정당당하게 행동하라. 남을 때리지 마라. 남의 맘을 상하게 했을 때는 미안하다고 말하라. 차조심 하고 손을 꼭 잡고 의지하라. 밥 먹기 전에는 손을 꼭 씻어라. 균형잡힌 생활을 하라-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놀기도 하고 일도 하라. 네가 어지럽힌 것은 네가 꼭 치워라 등등.” 

#3. 장이 익어가는 장독대 풍경이 그립다. 할머니가 반질반질 닦아놓은 항아리 위로 햇살이 댕강댕강 부딪치고, 감나무의 황금빛 감은 고개를 기웃거리며 장이 잘 익나 궁금해 하고. 나는 큰 항아리를 속에 들어 앉아서 만화책을 읽곤 했다. 항아리 안은 아늑하고 나는 행복했다. 좋은 장처럼 나도 좋은 사람으로 익어가는 기분이랄까. 요즘, 그 속에 들어앉고 싶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격정의 시간을 견디고, 절망과 눈물에서 희망을 방울방울 걸러내고, 불순한 의도를 사랑으로 발효시키면서, 오래 묵은 장처럼 그렇게. 철 들지 않은 사람들 모두 오시요, 빈 항아리로. 
 
은하수별
유치원에서 배운 대로만 살아도 행복이 넘칠텐데. 그 이상 배우고 살아가려 하니 삶이 슬퍼지고 불행해지나 봐요/ 나도 기회가 되면 우리 아들 큰 항아리 준비해줘야겠네요.
ygna7
오랜만이시네요, 은하수별님!
옛날에는 큰 항아리들이 참 많았는데요, 전 기회가 되면 크고 작은 항아리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는 장독대가 갖고 싶어요.
은하수별
네, 꼭 그러세요. 제가 아주 작은 항아리 단지 하나를 책상 연필통으로 사용했는데 오클랜드에서 이사 온 한 분이 들고 갔어요, 새우젖 담고 싶다고.. 이곳에서도 항아리 보면서 살 수 있는 마음의 여유 꼭 간직하시길..
ygna7
은하수별님 감사합니다.
옹기, 항아리 ---그런 것들 생각하면 마음이 푸근해져요. 할머니 생각도 나고요.
할머니 치마꼬리 붙들고 다니면서 된장 고추장 간장 맛보던 어린 시절 기억이---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508 | 1일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38 | 1일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75 | 1일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96 | 1일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18 | 1일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637 | 1일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3 | 2일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3 | 2일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8 | 2일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90 | 3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9 | 3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5 | 3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9 | 3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34 | 3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5 | 3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12 | 3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33 | 3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810 | 6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77 | 8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1,006 | 2026.03.16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40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63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20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82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53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