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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5 3,387 김영나
뉴질랜드는 서민들을 위한 주택이 부족하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주거 환경이 열악하고, 렌트비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집에 곰팡이가 많이 생겨서 문 열고 들어가면 곰팡내가---”

오래된 유니트에 살고 있는 친구도 열악한 렌트집을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조금 나은 집을 얻자니 렌트비가 너무 비싸 옮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 주택을 얻는 일도 어렵다. 아이 셋을 키우는 이웃, 크리스는 저소득층이다. 일년 전쯤 크리스는 정부 주택을 신청했는데,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 요원하다. 언젠가 HOUSING NZ 사이트를 들어가보니 대기자가 1만여 명쯤 되었다.

이년 전, 타카푸나 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아파트에 갔었다. 오클랜드 시내가 빤히 보이는 바닷가 아파트였다. 만약 시내에서 타카푸나 반도 쪽으로 다리를 놓는다면 그 아파트는 최고의 입지를 자랑할 것이다. 그러나 가로질러오는 길이 없어 좀 외졌다는 느낌이 들었고, 순조롭게 분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역시 주택은 교통, 교육, 생활 편의 시설 등 무엇 하나 빠지지 않고 고루 갖춰줘야만 제 구실을 다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어차피 지은 집이고 바닷가 풍광은 아름다우니 우리가 한국에서 수도 없이 시행착오를 거치고 학습한 방법들을 적용시켜 보면 어떨까. 전세, 장기 임대, 할부 분양, 살아보고 분양받기 등등. 물론 뉴질랜드 부동산 법도 있을 터이지만, 누이 좋고 매부 좋으려면 합리적인 협상이 필요하다.

한국은 2006년도에 이미 주택 보급률 110%를 넘어섰다. 한국은 너무 많은 아파트를 지어서 고가로 분양하는 바람에 미 분양 아파트가 넘쳐나고 있다. 혹자는 한국 정부와 건설업자의 농간에 소비자만 바가지 썼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문제를 모두 논외로 하고 아파트 품질로만 본다면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한국에 갔을 때 동생 집엘 갔는데, 내가 이민 오기 전 살던 아파트와는 격이 달랐다. 주차장에서 보안 카드로 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당연히 탔던 쪽으로 내리려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데 반대 편 문(벽이라고 생각했던)이 스르륵 열려서 나는 당황했었다. 고급 호텔에 온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감탄한 것은 주방. 가스 렌지가 주방에  있는 것은 당연한데, 뒤 베란다에도 또 하나의 미니 주방과 가스 렌지가 있었다.

“생선 같은 거 구울 때 집안에 냄새 배니까, 밖에서 구우라고---”

우와, 어쩜 주부 맘을 저리 잘 알수가!

한국 아파트는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각종 공모전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비위 맞추는 일에 수십 년을 목매달아 왔으니, 침팬지가 컴퓨터를 다룰 만큼 진화된 격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점점 늘어나는 수요자들의 욕구에 부응하고자 오클랜드 곳곳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한다. 하지만 오클랜드 시내에 넓은 부지가 남아 있을 리가 없다. 설마 쪽 땅에 닭장 같은 아파트를 짓겠다는 생각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과거 아파트는 노동자들의 집단 거주 지역이었지만, 그로부터 일 세기가 지난 지금, 아파트는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화려한 변신을 거듭했다. 심각한 주택난을 겪고 있는 오클랜드에 공동주택의 장점만을 진화시켜나가는 노력이 필요한데, 뉴질랜드 정부는 그런 문제들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오클랜드 시내 쪽에는 리스 홀드 아파트가 많은데, 유지 비용이 엄청 비싸다. 오클랜드 시내 방 2개짜리 리스 홀드 아파트는 10만불 남짓으로 비교적 저렴하지만, 땅 값, 바디 코포레이션 비용, 관리비, 세금 등을 따지면 일년에 만 불이 넘는다. 프리 홀드일 경우에는 땅 값이 빠지지만, 이런저런 비용이 일 년에 수천 불이 넘고, 수도 전기세도 공동주택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비싸긴 마찬가지. 이래저래 서민들이 살 집은 마땅치 않다.

오클랜드는 기간 산업의 한계로 더 이상의 팽창을 감당하기 어려워보인다. 이참에 외곽에 위성 도시 하나 만들고, 관리비 난방비 저렴하고 (중앙 폐열 난방), 평면 구조도 잘 빠진 편리한 아파트 단지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세계 어느나라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한국의 아파트 건설사와 협업하면 좋을 듯. 이미 한국은 아파트 포화 상태여서 노하우를 이전시킬 시점이고 뉴질랜드는 받아들일 시점이다.    
spitfire
HOUSING.
Hall
너무 좋은 생각이라 여기서만 올리고 끝내실게 아니고 뉴질정부와 협상을 직접한번 해보시는건 어떨까요?
ygna7
spitfire님! 감사합니다.
Hall님! 너무 좋은 생각이라니 감사합니다만, 누구나 다 맡은 역할이 있는 것이지요.글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상상이나 희망을 얘기할 수 있고 미래에 대한 비전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주거 생활에 대한 여러 담론 중 하나일 뿐이지요.
youngluv
우리나라는 국토의 70%이상이 산이고... 게다가 인구도 많아... 남달리 건축기술이 발달했나봅니다. 반면,...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스스로이지만... 비행기안, 창문에서 내려다 보면.. 아무 특징이 없습니다. 불규칙한 회색건물들과 군데군데 공터? 들이 사이사이 자리하고 있는것만 보이네요... 아름다운 자연이 모습도 아니고... 뉴욕처럼 구획정리가 잘되어 일사분란한 도시의 아름다움 그 어느쪽도 아니어서 아쉽습니다. ㅠㅠ
ygna7
반가워요,youngluv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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