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Kitty와 Cy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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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Kitty와 Cyril

4 3,568 NZ코리아포스트
나는 가끔, 120살쯤 되는 Kitty와 Cyril을 만나러 간다.

티티랑기를 거쳐 후이아로 15분 정도 달리면 Karamatura Valley가 나온다. 그 곳에는 바위를 어루만지는 물줄기의 노래가 절절한 계곡이 있고, 하얗게 쏟아져 내리는 이벤트로 나를 환영하는 폭포도 있다. 나는 바위에 앉아 폭포와 눈을 맞추며 사과를 깨물곤 한다.

어느 날, 그 곳으로 가는 길에, 오래된 오두막집을 발견했다. ‘The Huia Settlers Museum’이다. 이런 곳에 박물관이라니--- 의아해하며 들어서자 큰 테이블에서 책을 보던 두 사람이 반긴다. ‘제 이름은 Cyril입니다’ 할아버지 가슴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할머니 이름표는 Kitty. 사실 그들은 1800년대, 초기 이민자로 지점토(?) 인형이다. 손때 묻는 살림살이 때문일까? 그들이 아직 살림을 살고 있는 듯 느껴진다. 무쇠 다리미, 드럼통 세탁기, 탈수기(국수 뽑는 기계인 줄 알았다), 산에서 캐낸 누런 호박(琥珀), 산새 후이아 박제 등이 빼곡하다. 옆 방에는 각종 연장들, 주방용품, 전화기, 호롱불 등이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잃어버리기 쉬운 동전, 못, 열쇠, 낚시바늘, 옷핀, 반지 등은 액자에 모아져 벽에 걸려 있다.

 
세 번째 방은 1863년 2월, 영국에서 생필품과 무기를 싣고 오다 좌초된 범선 Orpheus 전시실. 오르페우스는 원래 그리스 신화 속 인물. 바다에는 사이렌이라는 물귀신이 있었다. 사이렌은 선원들의 혼을 빼앗는 노래를 불러 배를 좌초시켰다. 오르페우스는 자신의 몸을 돛대에 묶어 사이렌의 유혹을 이겨낸다. 범선 오르페우스는 영웅의 영험함을 힘입고 싶었지만, 끝내 실패한다. 전시실 벽에는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그림이 걸려 있다. 격랑 위에 올라앉은 오르페우스는 산을 올라타고 있는 듯 했고, 선원들은 일엽편주(一葉片舟) 구조용 배에서 사투 중이다. 그들의 절박한 비명 소리가 들리는 듯.

그리고 바다는 죽은 오르페우스를 뭍으로 밀어냈다. 사람들은 오르페우스의 머리, 즉 돛대를 주워 올리고, 찢겨나간 조그만 살점들조차 건져 올렸다. 전시실엔, 최후의 생존자 Jimmy Mason(1935년 88세로 사망)이 액자 속에서 오르페우스의 주검을 지키고 있다.

세상에 이처럼 너절하고 조잡하고, 꺼림칙하고 어수선하고 싸구려 냄새가 진동하는 박물관이 있을까? 하지만 이보다 더 향기롭고(곰팡내조차), 자연스럽고 위대하고 티없이 다정하고 가치 있는 곳이 있을까? 우리와 너무나도 닮은 이미지가 아니던가. 여기저기 쑤셔 박아놔서 끄집어 내어도 나오고 또 나오는 너절함에 진저리를 치는. 하여, Kitty와 Cyril이 살던 시간은 박제가 되었지만 생(生)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느껴졌고, 나는 심하게 가위에 눌려서 깨어나지 못하는 꿈 속을 헤매 듯, 오랫동안 그 곳을 떠돌곤 했다.

<그러면 Kitty가 아궁이에 무쇠 솥을 걸고 스프를 만들어 주었어. Cyril은 벼락 맞아 쓰러진 나무를 패서 나르며 말했지.

“올 겨울엔 장작 걱정 없겠어. 이 나무 다 때면 봄이 오려나?”

Kitty는 스프가 입에 맞느냐고 묻고, 나는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를 맛이라고 했지. Cyril은 내가 추울지 모른다며 장작을 난로에 넣었어. 아직 저녁거리를 찾지 못한 후이아가 꺽꺽대며 지붕 위로 날아가고, Cyril은 문 앞에서 호롱불 심지를 돋구다가 훠어이--- 아는 체를 했어.

어느 날은 등산을 갔다가 소나기를 만나 Kitty네 집으로 피신을 했어. Kitty는 마침 영국에서 막 도착한 차를 끓이고 있었지. Cyril은 물고기를 잡으러 갔다네. Kitty는 내 옷을 롤러 두 개 사이에 넣어 짜주었어. Kitty는 따끈한 차를 건네면서, 이번 범선은 무사히 도착해서 다행이라고 말했어. 나는 살짝 그녀의 표정을 살폈지. Kitty는 오르페우스호의 침몰과 함께 사라진 오빠를 생각하며 눈물 지었어. 나는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었지.>

“역사에 남는 것은 맨 꼭대기에 있는 ‘시시한’ 사람들 뿐이다.”

노암 촘스키 말대로, 우리 대부분은 역사에 남지 않는 ‘위대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생(生)의 바다에 툭툭 떨군 비늘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가? 그 사실을 깨달은 이들만이 이 땅에 머물면서 꿈을 꿀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박물관을 나오면서 비늘 하나를 집어들고 햇살에 비춰본다. ‘굿바이!’ Kitty와 Cyril이 웃으면서 무지개 빛으로 어룽거리고 있었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youngluv
그렇습죠...

우리는 대부분 역사에 남지않는 위대한 사람들 맞습니다.

오늘 하루도 그 하나의 비늘로 살아가느라.... 몹시도 허둥데고 살고 있으며,.... 또한, 외사랑하듯.... 잡힐듯 잡힐듯 행복을 쫒으며 살아가고 있는거 같습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  ^^
김영나
youngluv님! 안녕하세요?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저력에 대해 쓴 글입니다.

읽는 분 마음대로 해석하셔도 무방합니다만---
은하수별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어요. 그동안 찾고 잇었는데... 당장 읽던 글 끝내면 인터넷 뒤져야겠어요..

노암의 명문을 만난 것도 참 반갑네요..
김영나
안녕하세요? 은하수별님! 아이디가 참 예쁘시네요.

위 박물관 주소는  1251 Huia Road , Huia , Waitakere City 입니다.

토,일,공휴일 오후 1시 30분부터 4시 30분에만 오픈합니다.

칼럼에 정보를 적었다가 원고 양이 너무 많아지는 바람에 빼버렸지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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