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똑똑할까?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누가 더 똑똑할까?

5 2,356 NZ코리아포스트
내 친구 농장에는 염소가 두 마리 있다. 수놈은 염식이, 암놈은 염순이다.

“염식아, 염순아아---!”

여기저기 둘러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들판. 퍼져나가는 친구의 목소리를 타고 허공을 찬란하게 빛내며 염소들이 나타났다. 녀석들은 초록 위로 하얗게 겅중겅중 뛰어오다가 나를 발견하는 순간, 우뚝 멈췄다. 웃음을 짓고 다정히 불러보아도 여전히 얼음 땡 자세로 쳐다본다. 어룽어룽한 노란 구슬 알에 검은 획이 다만 한 줄 세로로 길게 그어진 한 낮의 염소 눈. 가만 보고 있으려니 염소가 가을 서릿발처럼 단호하게 꾸짖는 듯 하다. 낯설게 해서 미안해, 변명거리라도 늘어놓아야 될 듯싶다.

“얼마나 똑똑한지--- 주인이 주는 거 아니면 절대 안 먹어요.”

염식이와 염순이는 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삐딱하게 서서 과일 껍질을 오물거렸다.

염소와 양, 누가 더 똑똑할까? 내 친구는 염소가 더 똑똑하단다. 염소는 양이 먹던 풀을 먹지 않는다, 염소가 울타리를 폴짝 뛰어 넘어 자유를 만끽할 때, 양은 그저 prison break에 성공한 염소를 멀건이 보며 풀이나 뜯고 똥이나 싸댄다고.

낚시꾼 P는 피아 해변에서 양을 낚았다. ‘양’이라는 물고기가 있어요? 나는 바보처럼 물었다. 짐작하건 데 무아지경 풀을 뜯다가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진 양이 익사한 채 떠다니다가 낚시 바늘에 걸린 것. 풀 먹다가 떨어져서 낚시 바늘에 걸렸다는 슬픈 염소 얘기는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그날, 갈매기들은 양고기 만찬을 즐겼다.

엊그제는 Lonesome J씨가 암탉 꼬꼬를 입양했다. 그의 얼굴에 봄날처럼 환하고 뿌듯한 아지랑이가 마구 피어, 마치 늦둥이를 본 듯 했다.

“우리 꼬꼬가 얼마나 영리한지 아십니까? 꼬꼬는 땅을 헤쳐서 벌레를 잡아먹고 다시 흙으로 덮어 놓는 답니다. 그래야 또 벌레가 숨어들테니까요..”

아, 정말 영리하다. 닭대가리라는 말은 앞으로 머리 좋은 사람에게 쓰는 덕담으로 바뀌어야 할 듯싶다. 당신, 닭대가리네요!

집 뒤 뜰에 고대광실 같은 꼬꼬 집도 만들었다. 달걀은 공짠데, 닭 장을 구경하는 입장료는 5불이라고. 무슨 자금성이라도 되냐고요, 호호호. 기막힌 것은 그 좋은 집에서 꼬꼬 혼자 무정란만 낳으며 독수공방 중. 꼬꼬 신랑감 없나요? 볏이 불처럼 붉고 왕관처럼 늠름한 엄친아로.

우리 동네 정부(政府) 주택 옆에는 맘 좋은 어르신들이 마련해준 오리들의 정부(情婦) 주택이 있다. 해마다 봄이 되면 암수 오리들이 깃털 끄덩이를 뽑는 치정 싸움을 하며 새끼를 친다. 애증의 푸닥거리 끝에 태어난 아기들이지만, 어미 오리의 육아만큼은 맹자 엄마, 심봉사도 울고갈 판이다.

며칠 전엔 우리 집에, 속도위반한 어미 오리가 새끼 여섯 마리를 몰고 쳐들어왔다. 꽃샘 추위가 가시기도 전에 새끼를 까서 먹을 것이 없는지, 콩알 같은 눈을 부라리며 각설이 타령을 했다. 얼씨구씨구 꽥 절씨구씨구 꽥 들어간다 꽥꽥! 나는 각설이 오리들의 닦달에 허겁지겁 식빵을 상납했다. 식빵 한 조각이 떨어질 때마다 일곱 개의 오리 주둥이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 와중에 엄마 부리 옆에 삐져나온 식빵 조각을 냉큼 떼어먹는 눈치 빠른 녀석이 있었다. 와우! 고놈 참 약았네.

각설이 짓으로 새끼들의 배를 불린 어미 오리는 도랑에서 수영 강습을 한다. 이 순간 각설이 타령을 하던 어미 오리의 부리는 따끔한 매질의 도구, 교편이 된다.

“꽤애엑- 꿱 꿱-- (엄마는 네가 박태환이나 펠프스처럼 되는 게 꿈이다. 너 뭐가 될라고 그래! 수영 하라니까, 왜 잔디밭으로 기어올라가!)”

어미 오리가 아기 오리들과 전쟁을 하면서 도랑물을 쭉 끌며 헤엄쳐가도록 아빠 오리는 아무런 참견도 하지 않는다. 고개를 쭉 빼고 보초만 서는 권위 있는 아빠다. 지아비, 지어미 역할이 이상적인 오리 가족이라고 감탄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모두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멋있고 신기하고 감탄스럽다. 누가 똑똑한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애정 어린 눈길, 배려 깊은 손길로 곁을 내어주면 멘사 회원 저리갈 만큼 똑똑한 녀석들이 왈칵 몰려든다. 그럴 때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깨달음을 얻게 되면서 세상에서 내가 제일 바보 같다는 생각을 한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왕하지
그집 꼬꼬는 참 키특하군요. ㅎㅎ,

우리 집 닭들은 땅을 다 파헤쳐서 홍수나게 생겼어요.

언제 그 집으로 견학을 좀 시켜야 할나나요,

동물들도 사람이 대해주기 나름인 것 같아요.

나는 두들겨 패기만 하니...
김 영나
하지님도 참---

할머님이랑 하지님, 가족들 모두 꼬꼬들 너무 사랑하잖아요.

아기 키울 때 엄마들이  하루에도 열 두번 거짓말 한다잖아요. Lonesome J 씨도 그런 거 아닐까요?

남들에게는 믿기지 않고 거짓말처럼 느끼는 일들이 사랑하는 사람 눈에는 보이는 거죠.
쌔엠
속도위반에 대한 애들의 저항 인가요?

한 놈 빼곤 모두 지 엄말 쳐다도 않보네요.ㅎㅠ

그래서 일단은 자식을 많이 나아야 하네요.

하나라도 건질라면..^^
왕하지
김선생님, 오리사진이 너무 예쁩니다.

형체가 뚜렸하고 깃털모양이 선명하고,

날개 속털도 보이고 그림 한번 그려야 되겠군요. ㅎㅎ
김영나
쌔엠님 말씀이 맞아요.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겠지만---, 바람 부는 게 곧 재미고 행복이죠 뭐.

그중에 잘 되는 자식이 나오면 다행이지만, 건강하고 본인이 행복한 일 하면서 지내는 게 최고죠 뭐.



하지님 그림 모델이 된다니 오리들이 영광스럽게 생각하겠네요.

자연스럽게 찍고 싶었는데, 오리들이 카메라를 보자 벽쪽으로 도망가서 저리 얼음 땡 자세로---

정말 부자연스러운 건 보기 싫어요. 전 저 사진 별로예요.

오리들 뒤뚱거리면서도 정말 빨라요. 아기 오리들은 굴러가는 거 같아요. 그래서 좋은 사진 찍기 힘들었어요.  지(죄) 송---

장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식습관과 운동

댓글 0 | 조회 828 | 4일전
1. 장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식습관장이 회복되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하며, 약 66일간만 노력하면 습관이 들어 (뇌 습관 회로가 바뀜), 쉽게 평생 좋은 식습관… 더보기

선거와 이미지

댓글 0 | 조회 270 | 8일전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읽는 예술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렇게 볼 때 지난 4월10일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은 58%의 국민 속에 자리를 잡았고 … 더보기

가스 안전에 관하여

댓글 0 | 조회 288 | 9일전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 오늘은 뉴질랜드에서의 가스 에너지 사용 및 관련 안전 지침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뉴질랜드는 주요 에너지원 중 하나로… 더보기

멀어도 멀지 않은 길

댓글 0 | 조회 131 | 9일전
스페인에서 온 연인의 범어사 템플스테이그런 길이 있다.분명 긴 시간을 내야만 도착지에 이를 수 있는 길인데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기다려지는 길.길에 오르기 시… 더보기

종자

댓글 0 | 조회 120 | 9일전
시인 최 재호울음 그친 하늘이 다시 내게로 온다짓눌렸던 평온을 쓰다듬어희망의 늦잠을 깨우며거리엔 청소 끝난 하수를 흘려 보내듯그 눈물로 긴 여정 끝의 내 더러운 … 더보기

알고 나면 속 시원한 학생비자

댓글 0 | 조회 459 | 9일전
뉴질랜드에서 학업을 시작하고자 하면, 그에 걸 맞는 비자상태를 득한 상태에서 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 접하게 되는 순간, 소위 … 더보기

Pink Shirt Day

댓글 0 | 조회 491 | 9일전
2024년 5월17일(금요일)은 핑크셔츠데이(Pink Shirt Day) 입니다. 핑크셔츠데이는 뉴질랜드에서 일어나는 괴롭힘을 근절하고자 만든 날입니다. 뉴질랜드… 더보기

잔인한 5월

댓글 0 | 조회 433 | 9일전
‘그니까요 쌤~ 제가 자~알 알아 들었다니까요~ 잔소리는 이제 그마~~안~~’누가 선생이고 누가 학생인지 헷갈릴 정도로 Y의 목소리는 평온했습니다. 이미 이렇게 … 더보기

유익균을 늘리고 유해균을 억재하는 식사와 생활 습관

댓글 0 | 조회 854 | 10일전
1. 유익균이 좋아하는 음식과 습관들유익균은 주로 섬유질을 좋아한다. 유익균은 섬유질을 분해하여 다른 좋은 물질들을 만드는 일을 한다. 충분한 섬유질을 먹지 않으… 더보기

두 죽음의 방식: 홍세화와 서경식

댓글 0 | 조회 522 | 10일전
▲ 왼쪽부터 고 홍세화 장발장은행장, 고 서경식 일본 도쿄경제대 명예교수. 한겨레 자료사진지난 4월20일 오후에는 2023년 12월18일 세상을 뜬 재일 디아스포… 더보기

우리 명상은 철저한 내공

댓글 0 | 조회 153 | 10일전
명상에는 크게 외공(外功)과 내공(內功)이 있습니다. 외공이란 기운을 밖으로 발산해서 무술을 하거나, 병을 고치거나 하는 것으로서 기공(氣功)은 거의 다 외공입니… 더보기

쓰레기통을 내어 놓다가

댓글 0 | 조회 935 | 10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고양이 발걸음도 들리려는 밤쓰레기통 내어 놓다가밤하늘이 고와그대로 먼 길 떠나한 사흘쯤 걸어얼기설기 사립문발끝걸음 들어서면토방에 놓인 신발 … 더보기

지출 내역 절약하기

댓글 0 | 조회 397 | 10일전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항상 특정 비용 또는 ‘지출’을 발생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큰 규모의 가족 사업이건 소규모 신생 기업이건 비용, 경상비 및 공급업체 청구서가… 더보기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고 잔병치레가 잦나요?(1)

댓글 0 | 조회 165 | 10일전
일반적으로 허약아란 몸이 야위고 자주 잔병치레를 하며, 힘이 없고 밥을 잘 먹지 않으며, 매우 신경질적인 아이를 말한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튼튼하지만 물렁물렁한 … 더보기

건강을 위해 맨발로 걷는다

댓글 0 | 조회 428 | 2024.05.11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어 본 사람들의 이야기다. 맨발걷기에 좋은 계절인 4-5월을 맞아 전국 … 더보기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891 | 2024.04.24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자 귀화한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노자(48) 교수2001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에게…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329 | 2024.04.2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절에나는 4월에서야 겨울 내복을 벗었다입은 내복이 덥다고 느껴질 때교회친구 여자아이들은흰 카라에 학교 뱃지 빛나는목련처럼 예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663 | 2024.04.24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는 전격적인 발표를 통하여 워크비자와 관련된 이들을 큰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주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제게 연락을 준 분들도…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554 | 2024.04.24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은 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행동하는 편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렇게 몸을…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654 | 2024.04.24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평소에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겸해서 느직히 아점을 먹는다. 그런데 꾸역꾸역 밥을 먹으려니 고역이었다. 빈 속으로 나갈수 없…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454 | 2024.04.24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바탕으로 맹목적이고 성적지향적인 공부가 우리 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이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간략하…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213 | 2024.04.24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영미 씨에게 춘천 청평사는 첫사랑 같은 절이다.서울에서 엄마이자 아내, 직장여성으로바쁘게 살아가는 영미 씨는스무 살, 성년이 …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294 | 2024.04.23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하고 계시나요? 가족과 재결합 또는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을 꿈꾸신다면 알맞은 비자를 신청하고 안정적으로 이주할수 있도록 미리 …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253 | 2024.04.23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리커넥트에서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를 Henderson High school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44 | 2024.04.23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득음의 경지에 이른물방울 속의 먼지처럼보이다가도 안 보이지.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