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이방인

1 2,879 코리아포스트
카뮈의 '이방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주인공 뫼르소는 동료의 싸움에 휘말려 불량배 한 명을 사살하게 된다. 뫼르소는 법정에서 '태양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고 진술한다. 그게 말이나 되는 얘기인가? 그렇지만 그건 사실이다. 불량배가 꺼내든 단도에 해변의 강렬한 햇빛이 반사되었다. 뫼르소는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고 방아쇠는 당겨진 것이다.

'당신이 말하면 할수록 역효과가 난다. 당신은 법에 대해 잘 모른다. 단어 선택 하나 잘못 해도 재판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입 다물고 있어라. 내가 다 잘 알아서 할 테니 나만 믿어라.'

변호사는 이렇게 말한다. 재판은 멋대로 흘러갔다. 뭔가를 호소하고 싶었던 뫼르소는 목까지 차 오르는 말들을 삼키고 삼켰다. 마침내 뫼르소는 자신의 재판을 구경하는 구경꾼이 되어버린다. 이보다 더 부조리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당사자는 빠져 버리고 판 검사, 변호사, 증인들이 사건을 재구성한다. 그들은 살인 사건과는 관계도 없는 뫼르소의 사생활을 뒤져내서 '악마 같은 놈'이라는 퍼즐 조각을 일 년에 걸쳐 완성한다. 그리고 뫼르소에겐 사형이 언도된다. 결정적 퍼즐의 한 조각은 '어머니의 장례식날 눈물을 보이지 않았고 여자와 히히덕 거렸고, 밤에는 정사를 나누었다는 것.'

법정에서 설명할 수 없는 뫼르소의 심정은 이랬다.

'죽음 가까이에서 어머니는 해방감을 느끼며, 다시 살아 볼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아무도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는 없는 것.'

사형 집행 전날, 뫼르소는 감옥 창살 너머에서 풍겨 오는 별, 흙, 소금 냄새를 맡으며 생애 처음으로 자신이 대우주의 품 속에 안기는 충만감을 느낀다. 삶의 부조리는 우리가 반항하고 뛰어넘으려 해도 소멸될 수 없다는 것.

이십 대에 '이방인'을 만났을 때, '뫼르소'의 판사나 배심원처럼 그가 소름끼쳤다. 그 소설책 자체가 정나미가 떨어져 마지막 장을 읽었을 때 내팽개 쳐 버렸다.

요즘 나는 다시 옛날 책들을 꼭꼭 씹어가며 읽는다. 좋은 글들일수록 문장은 쉽지만 그 속에 담긴 깊고도 위대한 세계관과 삶에 대한 눈썰미가 대단해서이다. 얼마전 '이방인'을 읽고 그 책을 가슴에 품었다. 우리가 설명할 수 없어 답답해 하던 삶의 모순과 부조리, 허망함이 얇은 책 속에 모두 담겨 있었다. 카뮈는 설명할 수도 없고 합리적이지도 않은 무의미한 인간들의 행동을 유리 구슬 같은 눈길로 본다. 그의 눈에 물기는 없다. 그래서 인간은 고독할 수 밖에 없고, 우리 앞에 펼쳐지는 일상은 무척 평온한데 참으로 낯설다. 한 편에서는 무슨 음모가 꾸며져서 옥죄어 오는데 빠져 나올 수가 없다. 삶은 설명할 수 있는 일보다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더 많다.

지난 3월 아본델 칼리지에서 발생했던 정군 사건(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군 이름과 사진이 공개 됐었다)의 정군에게 18개월의 징역형이 떨어졌다. 그 당시 한인 커뮤니티는 조금 들썩거리다가 뫼르소처럼 입 다물게 되었다.

정군 사건이 법정에서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아마 고매하고 냉정하신 법조인들께서 일말의 의구심도 없이 법집행을 하려고 많은 고뇌를 했을 것이다. 한인 관계자 여러분도 발품을 아끼지 않으며 다방면으로 최선의 결과를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17세의 정군이 명확히 설명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9월 24일, '피해 교사가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범행을 유발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을 우리 모두는 구경꾼처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그런거지 뭘 더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치명적인 내상(內傷)이 간과되는 부조리함이란!

당시 정군이 찌른 칼(가위라는 설도 있었다)에 치명적이지 않은 상처를 입은 데이브 워렌에 대한 여러 얘기들은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왜 꼭 데이브 워렌이었을까? 결국 퍼즐은 유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문제아의 소행으로, 1942년 뫼르소의 재판처럼 관찰자 시점으로 완성돼 가고 있다. 카뮈는 소설가라기 보다는 삶의 본질을 꿰뚫는 선지자라는 생각에 경외감이 들 정도다.

이런 가정은 어떤가. 워렌이 남북한 문제를 들먹였다는 몇 줄 기사에 의거한 것이다.

나에게도 아들이 있다. 아들은 조국에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나보다 훨씬 걱정한다. 나에겐 익숙한 국회의원들의 몸싸움도 참으로 창피해 한다. 조국에 대한 의협심과 애국심이 충만하다. 어린 시절 이민 왔음에도 그렇다. 반면 본인에게 일어난 불합리한 일들은 별 일 아닌 데 뭘 그러냐면서 날 위로한다. 정군도 자신이 받은 설명할 수 없는 모욕적인 언사나 눈길, 묘한 분위기는 사소하게 넘겼지만, 국가에 대한 모욕은 참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조국애와 의협심에 불타는 십 대 청소년이지 않은가. 그렇다고 그의 행동이 정당화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내가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단지 이것 뿐이다.나는 구경꾼에 불과하므로.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영어가 아니다. 우리가 유학생을 바라봐야 하는 시선은 돈벌이 대상이 아니다. 삶 곳곳에 포진되어 있는 부조리하고 비합리적인 지뢰밭을 어떻게 피해가야 하는가? 그 지혜를 가르치고 보호해주고 함께 길을 떠나는 일이다.

<3월 24일자 컬럼 '도대체 누가'에 이어 쓴 글입니다. 지난 컬럼은 www.nzkoreapost.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쌔엠
전 대학때 이 문구로 지금의 아내에게 편지를 쓴적이 있습니다.

내용: 당신이 됬든 저 하늘의의 태양이 됬든 하나는 없어야겠습니다.

        그러나 당신을 없에자니 온통 암흑뿐이구려.

이 때 아내는 고삼이였습니다. 전 대학일년차..

좀은 유치 하지만 엣사진 뒷장의 감긴 먹물을 빼며

겨우 옮겨 적었습니다.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508 | 1일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38 | 1일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75 | 1일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96 | 1일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18 | 1일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637 | 1일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3 | 2일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3 | 2일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8 | 2일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90 | 3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9 | 3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5 | 3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9 | 3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34 | 3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5 | 3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12 | 3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33 | 3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810 | 6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77 | 8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1,006 | 2026.03.16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40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63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20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82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53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