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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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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여자 한 번 만나지 못하고 외롭게 지내던 중, 대리석으로 자신의 여인을 조각한다. 그는 그 조각상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생각하고 애지중지 아낀다. 장신구도 걸어주고 꽃도 꺾어 바치면서 '이런 여인이 내게 와 주면 얼마나 좋을까' 간절히 소망한다. 결국 아프로디테 여신은 감복하여 차가운 대리석 여인에게 생명을 주었고, 피그말리온은 그녀와 결혼해 딸을 낳기에 이른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속담은 하늘마저 감동시키는 정성을 이르는 말이지만, '잘 될거야' 라고 믿고 노력하는 자기 암시 없이는 불가능하다.

심리학이나 교육학에서는 '긍정적 기대를 갖고 있으면 긍정적 결과가 나온다'라는 용어로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는 말을 사용한다. 즉,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바보' 에디슨을 발명왕으로 만들기도 한다는 것. 학교에서 3개월만에 쫓겨나 계란이나 품고 있는 에디슨이 우리네 아들이라면? “한심한 녀석, 쯧쯧쯧--- .”

일단 화가 치밀어서 소리를 지를 것이고, 일으켜 세워서 내쫓고, 분이 풀리지 않아 계란을 아들 뒤통수에 명중시킬 것이다. 바보라고 손가락질 받는 에디슨을 격려하고 신뢰했던 어머니가 없었다면 에디슨은 '바보'로 인생을 끝마쳤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인류를 암흑에서 빛으로 업그레이드 시킨 에디슨을 말할 때 항상 그의 어머니가 등장한다. 인류사에 족적을 남긴 이들의 주변에는 항상 그들을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고 기대와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던 '그 누군가'가 있었다.

나는 생일이 빨라서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를 일곱 살에 들어갔는데, 교실 분위기가 제법 엄숙(?)하여 초긴장 상태로 기역 니은과 1,2,3---을 배웠다. 삐쩍 마르고 팔목 힘이 부족한 꼬마가 힘겹게 1, 2, 3---을 쓰는데 6자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윗 부분을 돌려서 빙그르르 원을 만드는 것이 안되어서 나는 일단 5자를 쓰고 5자의 열린 부분을 막는 것으로 6자를 만들었다. 담임 선생은 5자도 아니고 6자도 아닌 이상한 모양의 내 글자를 칠판에 크게 흉내냈다. 내 6자를 흉보는 선생님 때문에 나는 5자를 변형시킨 6자 마저 손이 오그라들어 쓸 수 없었다.

누구나 경험한 바 있을 것이다. 잘한다, 잘한다 하면 더 잘하게 되고 욕을 먹거나 타박을 받게 되면 웬만큼 하던 것도 아주 잘 못하게 된다.

20년 남짓한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그 많은 시간 동안 무얼 배웠는지 그저 까맣다. 그런데 어떤 일들은 바로 어제 일어났던 일처럼 느낌과 기억이 또렷하다. 가령 초등학교 2학년, 신체검사 시간이었다. 우리반 어떤 여학생의 벗은 몸이 허물 벗다만 뱀처럼 흉물스러웠다. 사실 오랫동안 목욕을 하지 않아 때가 더께가 앉은 것이었다. 담임은 못 볼 것이라도 본 양 손사래를 치고, 미간을 찌푸렸다. 아이들도 '뭐지?' 하고 모두 그 아이를 보았다. 나는 그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시선의 그물에 포획되어서 옷을 입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죄인처럼 웅크리고 있던 아이.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가여운 그 아이가 떠오른다. 담임은 아이들 앞에서 창피를 주기 보다는 얼른 옷을 입혀 몸을 가려 주고, 목욕도 제대로 못하고 사는 그 아이의 가정환경을 알아보고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았을까?

교묘한 수법의 차별, 무시, 부당함을 아이들이 잘 모르고 넘어갈까? 그건 오산이다. 비록 그 당시에는 뭔가 잘못된 거 같은데 상황 파악이 잘 되지 않고 또 대항할 힘이 없다 해도, 살아가면서 점점 그런 일들의 윤곽은 또렷해 진다. 모욕적인 느낌은 처음엔 그저 하찮아서 견딜 수 있지만, 계속되면 눈덩이처럼 커져서 제어할 수 없는 '몬스터'가 된다. '몬스터'는 또 '몬스터'를 만들어 낸다. 학생의 가슴 속에 '몬스터'를 만들어 낸 선생은 그 가슴 속에 '몬스터'가 살고 있음에 틀림없다.

사회의 온갖 병폐로부터 최후의 보루로, 의연해야 하는 곳이 학교다. 사실, 지식만 습득하려면 독학이나 사설 학원으로도 충분하다. 학교는 좋은 인성을 연마시키고, 잠재력을 개발해주어 전인적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다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그 사회의 미래는 암담하다.

뉴질랜드가 유학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23billion(2007 교육부 자료)이라고 한다. 9만 명 유학생 중 한국 학생은 19.6%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세계 각지의 한국 유학생들이 돈벌이 대상으로만 전락되지 않도록 한국 정부와 관계자들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이때, 한국에서는 일제고사를 반대한 교사들이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의 키팅 선생처럼 쫓겨나고 학생들은 울고, 학교는 비극의 장이 되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가? 쫓기 듯, 아이들은 더 나은 교육환경을 찾아 해외를 떠돌고 있는데 그 아이들을 누가 보호하고 도와줄 것인가? 누가 격려해 주고 용기를 줄 것인가? 누가 칭찬해 줄 것인가? 에휴-,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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