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4] 남 섬에서 만난 세 남자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374] 남 섬에서 만난 세 남자

0 개 2,744 KoreaTimes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머리카락, 호방한 웃음, 그가 오른 산 만큼이나 우뚝한 콧날---뉴질랜드 지폐 5달러짜리에 인쇄된 남자, 에드먼드 힐러리경이다. 그는 1953년 5월 29일,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했다. 정복자와 탐험가는 세상에 널려 있다. 키위들이 광개토대왕을 모르는 것처럼 나는 힐러리에 대해 무관심했었다. 그는 영웅과 위인이 드문 뉴질랜드인의 자부심일 뿐이라고 치부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의 인품과 삶에 매료되었다.

  1월 22일, 88세로 생을 마감한 힐러리경의 국장(國葬)이 치러지던 날, 나는 남섬의 크라이스트처치에 있었다. 가뭄이 계속되던 날씨였는데, 그 날은 촉촉이 비가 내렸다. 시내 대성당 앞 대형 스크린에서 장례식 장면을 생중계했다. 성당의 종이 댕그렁 댕그렁 멈추지 않고 울어 대며 힐러리의 마지막 길을 애도했다. 그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치르는 데 모든 사람들이 무언의 동의를 한 것은 그가 탐험가이기 전에 우리 모두의 역할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정복했다." "모험은 나처럼 평범한 자질을 가진 사람도 할 수 있다. 모험 없이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힐러리는 영국의 에베레스트 원정대의 일원이었다. 영국 대원들이 1차로 정상 정복에 나섰지만 실패하고. 힐러리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셰르파 텐징 노르게이와 정상 정복에 성공한 힐러리는, 뉴질랜드 국기를 눈 속에 묻어야 했다. 일제시대 우리의 손기정 선수를 떠올리는 것은 지나친 비약인가. 그는 함께 고난의 길을 걸었던 셰르파에게 모든 공을 돌리고 업적을 자랑하는 일에 겸손했다. 이후 그는 남극대륙을 횡단하고 북극에도 가는 등 탐험가로서의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한편으론, 가난한 네팔의 셰르파들을 위해 학교와 병원, 다리, 공항 활주로, 교각 등을 건설해서 네팔의 근대화를 수 십 년 앞당겼다.

  '마운틴 쿡'의 전설 '마크 잉글리스'. 그는 '마운틴 쿡' 산악 구조대원으로 일하던 1982년, 심한 눈보라로 얼음 동굴에 갇힌다. 2주 후, 다행히 구조되었지만 그는 동상으로 두 다리를 절단한다. 젊디 젊은 23세 때. 하지만 그의 도전은 멈추질 않는다. 2000년 시드니 장애자 올림픽 사이클 부문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2002년에는 해발 3천 754미터의 마운틴 쿡산의 아오라키 봉에 오르기도 한다. 2003년 뉴질랜드 정부로부터 공로훈장을 받는다.

  "나의 진짜 꿈은 의족으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그는 2006년 5월 15일, 47세 때 에베레스트 8848미터 정상에 선다.

  "장애우는 능력 부족이 아니라 또 다른 기회를 부여받은 사람들이다."

  신화 같은 그의 에베레스트 정복은 전 세계에 뉴스로 타전 된다. 그는 수억 달러를 모금하여 캄보디아의 지뢰피해 장애우들과 소아마비 환자들을 도왔다.

  크라이스트처치 시내 공원에 동상이 되어 서 있는 '로버트 팔콘 스코트'. 그는 1911년 노르웨이의 로널드 아문센과 남극 탐험의 경쟁에 올랐던 영국의 탐험가이다. 그 해 12월 14일 아문센은 세계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해 노르웨이 국기를 꽂는다. 이보다 35일 늦은 이듬 해, 스코트는 남극점에 도착한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스코트를 비롯한 대원 5명은 전부 동사한다. 켄터베리 박물관에 있는 당시의 모습을 보면 코웃음이 나올지도 모른다. 누가봐도 아문센이 썰매를 끄는 개를 이용하는 등  극지방의 기후와 환경에 보다 더 잘 적응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반면, 빙설차로 영하 70도를 넘나드는 남극을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한 스코트의 판단력과 리더십은 무모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의 죽음의 의미는 다른 데 있다. 그는 남극의 생태계를 연구하기 위한 표본 채집 등 과학적 탐사를 겸했다. 돌아오는 길에 그는 고생대 후기의 식물화석이 박혀 있는 16Kg의 빙하를 끌고 온다. 다섯 명의 대원들은 썰매를 끌며 눈보라와 강추위와 싸운다. 단지 몇 킬로, 몇 백그램의 짐만 덜었어도 대원들이 모두 살았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그의 2등은 아름다운 것이다.

  스코트는 죽는 그 순간까지 남극 탐험 일지를 적었다. 지난해 캠브리지 대학은 스코트의 남극 도착 95주년을 맞아 그의 편지를 여러 장 공개 했다. 그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는 자상한 남편이자 아버지, 의지력 강한 탐험가로서의 면모가 잘 나타나 있다(스코트의 마지막 편지는 아래에 첨부하였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죽음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추구하다가 그 과정에서 죽는 것이다."

  스코트는 그의 바람 대로 남극의 눈구덩이 속에서 축복 같은 죽음을 맞았다.

  과거의 탐험가들은 개인의 명예 뿐 아니라, 식민지 건설에 혈안이 되어 있던 조국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목숨을 바치기도 했다. 그러나 위의 세 남자에게서 승부욕에 자신을 내던졌다는 냄새는 거의 없다. 오직 처절하게 자연과 사투를 벌인 경외스러운 의지력과 탐험가로서의 순수한 열정, 그 뒤에 얻은 약간의 명예와 부를 인류에게 나눠 주는 숭고한 사랑이 돋보일 뿐이다.

  남 섬에서 나는 세 명의 위대한 스승을 만난 것이다.


                                        SCOTT’S FINAL LETTER
  
To my widow(혼자 남겨질 당신에게)

사랑하는 당신, 우리는 현재 궁지에 몰려 있고, 헤쳐나갈 수 있을 지 알 수가 없어.
짧은 점심 시간에 얻은 약간의 온기를 이용해 다가올 최후에 대비해 이렇게 편지를 쓴다. 첫마디는 당연히 자나깨나 함께 했던 당신에게 하는 말이지.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내가 떠나면서 당신이 내게 얼마나 큰 존재였고 당신과 함께 했던 즐거운 시간들을 항상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중략)

우리 아들이 당신에게 위안이 될 거야. 당신과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기를 바랬지만, 이젠 아들이 당신 곁에 안전하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족해.(중략)

여보, 알고 있지? 정 따위에 얽매이지 말고 재혼을 생각해 봐. 좋은 남자가 당신의 인생에 도움이 되기 위해 찾아온다면 당신은 반드시 다시 행복한 삶을 살길 바래.(중략)

여보, 추위 때문에 글을 쓰기가 쉽지 않아. 영하 70도에 텐트 외엔 아무것도 없어. 여보, 내가 항상 당신을 사랑하고 내 마음은 항상 당신 곁에 있다는 거 알지? 오! 가엾은 나, 지금 상황에서 가장 불행한 점은 당신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야.(중략)

나중에 더 써보도록 할게.(중략)

위의 글을 쓴 후 이틀간  차가운 음식과 단 한번 따뜻한 식사로 거점에서 11마일 거리까지 이동했어. 거점에 벌써 도착해야 했지만, 거센 폭풍으로 4일 동안이나 발목이 잡혀 있었어. 우리에게 더 이상 희망은 없는 것 같아.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나갈 거야. 싸움의 끝에는 고통 없는 최후를 맞이할 테니 걱정하지 말아.(중략)

당신도 알겠지만 난 우리 아들의 미래에 대해 염려하고 있어.우리 아들이 자연사(natural history)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봐.(중략)

이 모험에 대해 얘기 하자면 끝도 한도 없어. 집에서 게으른 생활을 하는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멋진 삶인지!(중략)

여보, 어머님께 잘해 드려. 주변 사람들에게도 잘하고.
세상에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가도록 해. 하지만 우리 아들을 위한 일이라면 너무 자존심 세우지 말아. 우리 아들은 좋은 직업을 가지고 이 세상에서 뭔가 이뤄야만 해. 클레멘트경에게는 편지를 쓸 시간이 없네. 내가 그를 많이 생각했으며 탐험대장으로 나를 임명해주신 것에 대해 한치의 후회도 하지 않는다고 전해 드려.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508 | 1일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38 | 1일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75 | 1일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96 | 1일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18 | 1일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638 | 2일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3 | 2일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3 | 2일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8 | 2일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91 | 3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9 | 3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5 | 3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9 | 3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34 | 3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5 | 3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12 | 3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34 | 3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810 | 6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77 | 8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1,006 | 2026.03.16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40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63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20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82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53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