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 내 친구들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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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 내 친구들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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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를 걷어올리고 강물을 따라 걸어간 적이 있다. 강 바닥의 까칠한 모래가  발바닥을 할퀴고,모난 돌은 송곳처럼 뒤꿈치를 쪼아댔다. 가끔은 깨진 유리 조각이 피부를 찢어 피를 흘리기도 했다. 안전해보였던 징검다리에 깡충 내딛는 순간,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미끈거리는 이끼가 살짝쿵 숨어있을 줄이야---.

그렇지만 물줄기를 따라 걷는 일은 즐겁고 흥분되는 일이다. 발바닥에 만질만질한 기분 좋은 감촉이 느껴져 주워올리면 보석처럼 예쁜 돌들이 물을 가득 머금은 채로 나를 반겼다. 친구들은 세월의 강 속에서 건져올린 보석들이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이었던 J. 우리는 허리에 벨트를 매는 하얀 교복을 입었었다. 그녀는 똥배를 없애기 위해 매일 설사약을 먹었다. 있는대로 졸라매어 개미허리처럼 보이려고 무지무지 애쓰던 그녀. 나는 그녀의 벨트 졸라매는 일을 돕는 동시에 그녀가 좋아하던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도 밤늦도록 함께 썼다. “---잠시만 나의 어린 왕자가 되어 주세요.

어쩌구저쩌구 되지도 않는 유치한 시를 적어 선생님께 보내곤 했는데, 중요한 것은 더러는 답장도 왔다는 것이다! 데모하다가 쫓기던 대학생이 갑자기 팔짱을 끼며 데이트하는 척 해달라고 해서 엉겁결에 연애를 시작한 S. 수 년간 알뜰살뜰하게 사귀었는데,결국 남자가 구속되고 어쩌고 하는 바람에 헤어지게 되었다. 그녀는 얼마 전 위암 수술을 했다. 내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 남편도 애들도 다 팽개치고 뉴질랜드에 오겠다고오겠다고 해서 간신히 말렸다.

대학에 갓 입학해서 처음으로 디스코텍에 갈 때, 정말 팔 다리를 어떻게 움직여야 할 지 걱정이 태산같았다. 그때 여학생 화장실에서 가장 기본적인 스텝을 가르쳐주었던 친구 P. 나와 H는 유연한 그녀의 어깨와 허리 놀림에 감탄하며 보건체조 수준의 춤을 화장실에서 열심히 연습했었다. 정작 디스코텍에서 “고팅”을 했던 남학생들은 블루스 타임 때 더욱 열심이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여학생의 손을 잡고 벌벌 떨면서 서툰 스텝을 밟던 남학생들, 지금은 대머리에 배나온 아저씨들이겠지. H는 그때 만난 영문학도와 결혼하여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다.

첫 사랑이 입대할 때 함께 기차역에 갔던 M. 그러나 그는 없었다. 그는 다른 곳에서 떠났다. 나는 바람부는 기차역에 주저 앉아 울었다. 바나나,찹쌀떡,초콜릿 등이 담긴 봉지를 들고 내 옆에 가만히 서 있어 주었던 M.

성깃한 눈발이 흩날리던 북한산. K와 나는 바위에 등을 기대고 앉아 꼬냑 한 잔을 마시고 차가운 귤을 까먹었다. 희끗희끗한 눈, 잿빛 하늘, 검은 산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져 있던 겨울날. 그럼 우린 여자 신선? 그녀와는 만리장성에 퍼질러 앉아 만리장성 일주를 계획하기도 했었다. 총길이 나누기 하루 분량으로 따지니까 4,50일쯤 걸렸던가.

2, 30대에 만났던 그녀들은 아직도 꽃다운 나이로 내 머리 속에 남아 있다. 그녀들과 나눴던 비밀스런 사랑얘기, 한숨 섞인 배신, 환희에 찬 해후, 어리석은 실수, 치욕적인 가족사들도 바로 엊그제 벌어진 일들처럼 생생하다. 그네들 일이 곧 내게 일어난 일이었으며, 내게 일어난 일들이 곧 그네들의 일이었기에.

그 당시 우리들은 왜 내숭이 없었을까? 어쩜 그렇게 적나라하게, 버선목 뒤집 듯 속들을 내보였을까? 그러고도 왜 창피하지 않고 개운했을까?

이민자로 사는 일은, 한 마리 외로운 낙타가 별 하나 없는 사막을 걸어가는 느낌처럼 막막할 때가 많다. 슬픔과 기쁨을 함께 등에 지고 갈 친구를 만드는 일이 왜 이리 어려운지. 그나마 가끔 만나 차를 마시며 얘기 꽃을 피우던 지인들은 하나, 둘 사라져버렸다. 어떤 이는 도둑맞은 충격으로 한국으로 돌아갔고, 누구는 맛있는 음식이 없다고 미국으로 가버렸다.

마음이 싱숭생숭한 날, 그 밥에 그 나물 같은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을 때, 국제전화카드를 구세주처럼 손에 부여잡고 전화통에 매달릴 수밖에---.  그러나 한국의 그녀들은 집에 없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짝퉁 핸드백을 사러 이태원에 간 M, 경기도 일대 유력지 땅을 돌아다니며 발품 파는 K, 찜질방에서 몸을 굽고 있는 P, 부부 동반 모임에 간 H---. 반갑게 연결된 L은 ‘별일 없지?’ 한 마디 후 아이 픽업 갔다. 밤 11시, 돌아오는 아이 마중가는 게 아니라  학원을 보내러 가는 거라니---.
쯧쯧,고달픈 그녀들.

기쁜 우리 젊은 날, 그 시절 그 친구들은 다 어디 갔는지
쌔엠
김영나님께 하나 츄천..

타우랑가에 둘도없는 여자 친구 한명이 있는데

그 친구 요새 사는 재미는 초등학교 친구들과

동문 싸이트에서 히히덕입니다.

참고로, 이 친구는 하도 애로와

자기가 그 사이트를 직접 맹글었다는데

쏙일걸 쏙여야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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