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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아직도 그 그림자를 놓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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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서 떠오르는 이름
스코틀랜드 북부의 길고 어두운 호수, 로크 네스(Loch Ness). 비가 잦고 바람이 세찬 그 지역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이름을 떠올린다. 네시(Nessie).
카메라가 발달한 시대에도, 위성사진이 지구를 훑는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묻는다.
“혹시… 아직도 그 안에 무엇인가 있는 건 아닐까?”
네시는 단순한 괴물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상상력, 믿음, 과학, 관광 산업, 대중문화, 그리고 ‘설명되지 않은 것에 대한 갈증’이 얽힌 거대한 서사다.
이 글은 네시를 단순한 미스터리로 소비하지 않는다. 전설이 시작된 배경, 반복된 목격담, 과학적 검증, 문화적 영향까지 차분히 따라가며 질문해보고자 한다.
네시는 실재하는가?
아니면, 우리가 필요로 했던 어떤 상징이었을까?
켈트 전설에서 1933년 대소동까지
네스 호수는 길이 약 37km, 깊이는 230m 이상으로 영국에서 가장 깊은 담수호 중 하나다. 탁하고 어두운 물빛은 수심과 이탄(peat) 성분 때문이다. 물속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미 6세기경, 성 콜룸바(St. Columba)가 괴물과 맞섰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물론 이는 종교적 전설에 가깝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지역에는 오래전부터 ‘물속 존재’에 대한 이야기 문화가 있었다는 점이다.
현대적 네시 신화는 1933년부터 본격화된다. 한 부부가 도로에서 “호수에서 커다란 동물이 물결을 일으키며 움직였다”고 주장했고, 이후 지역 신문들이 이를 보도했다.
그리고 1934년, 이른바 ‘외과의사 사진(Surgeon’s Photograph)’이 등장한다. 물 위로 긴 목처럼 보이는 형체가 찍힌 흑백 사진. 이 사진은 수십 년 동안 네시의 가장 강력한 증거로 여겨졌다.
그러나 1994년, 이 사진이 장난감 모형을 이용한 조작이었음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시는 사라지지 않았다.
왜일까?
반복되는 목격담
네시의 특징은 늘 비슷하다.
• 긴 목과 작은 머리
• 물 위로 드러난 혹처럼 보이는 등
• 큰 물결을 일으키며 움직이는 거대한 몸체
어떤 이는 그것을 선사시대 파충류, 특히 플레시오사우루스(plesiosaur)와 닮았다고 주장했다. 어떤 이는 거대한 장어, 혹은 돌연변이 물고기라 말했다. 하지만 목격담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모두가 멀리서 보았다. 짧게 보았다. 그리고 다시는 확실히 보지 못했다. 사람의 눈은 패턴을 찾도록 설계되어 있다.
물결, 통나무, 물새, 수면의 빛 반사…
자연 현상은 쉽게 ‘무언가’로 오해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수많은 사람들이 “분명히 봤다”고 확신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왜 믿고 싶어 할까?
증거는 무엇을 말하는가
① 음파 탐지와 잠수 조사
수십 년 동안 소나 탐지, 수중 카메라, 드론 촬영, 위성 분석까지 이루어졌다. 결론은 일관된다.
확실한 대형 미지 생물의 증거는 없다. 2018년에는 환경 DNA(eDNA) 분석이 실시됐다.
물속의 생물들이 남긴 유전 물질을 채집해 조사한 결과, 거대한 파충류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많은 장어 DNA가 검출되었다.
이에 일부 과학자들은 “큰 장어를 잘못 본 것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② 생태학적 관점
네스 호수는 먹이 자원이 풍부하지 않다. 수십 년 동안 번식 가능한 대형 개체군이 존재하려면 상당한 먹이와 개체 수가 필요하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수백 년 동안 정체를 숨긴 거대 생물이 존재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렇다면 왜 전설은 유지되는가?
괴물이 만든 경제
네시는 스코틀랜드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 연간 수십만 명 관광객
• 네시 박물관
• 기념품 산업
• 다큐멘터리와 영화
네시는 이제 ‘동물’이 아니라 브랜드다. 어린이 동화, 애니메이션, 만화, 광고까지 네시는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귀엽고 친근한 존재가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괴물이 사라지면, 우리는 무엇을 잃게 될까?
아마도 신비 그리고 어쩌면 희망.
인간은 왜 괴물을 필요로 하는가
심리학자들은 미지의 존재가 인간의 내면 욕구를 반영한다고 말한다.
• 설명되지 않는 세계에 대한 갈증
• 과학이 모든 답을 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 현실의 단조로움을 깨는 상상
네시는 단순한 물고기가 아니다. 그것은 “아직 세상에 설명되지 않은 것이 남아 있다”는 증거 같은 존재다.
우리는 완전히 해명된 세상을 두려워한다 모든 것이 밝혀진 세계는 너무 차갑다. 네시는 그 빈틈을 채운다.
네시는 존재하는가?
과학적으로 보자면, 네시가 거대한 미지 생물로 존재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러나 문화적으로, 상징적으로, 심리적으로는? 네시는 여전히 살아 있다.
로크 네스의 안개가 걷힐 때마다, 관광객은 여전히 카메라를 들고 수면을 응시한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괴물이 실제로 있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아직도 그것을 찾고 있느냐일지도 모른다.
네시는 우리에게 말한다. 세상에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 모르는 것 덕분에 우리는 계속 질문한다.
그 질문이 사라지는 날, 네시는 진짜로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