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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 한용
밤 10시 30분이었다. 누군가는 늦은 전철을 타고 집에 가고 있었을 것이다. 한 잔 더 해, 누군가는 2차를 하려고 포장마차에 들어서고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아이 학원 보내는 일로 부부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어무이 날이 차가워 졌는디 몸 조심 하이소, 전화를 막 끊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넷플릭스를 보다 고민시가 나오는 장면에서 소름이 돋고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쿠팡에서 겨울 모자를 골라 ‘장바구니’에 담고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세상에 물가가 너무 비싸, 투덜대며 무청을 삶아 시래기를 만들고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막 샤워를 끝내고 팬티를 갈아입고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늦게 귀가한 딸과 함께, 라면 끓일까 치킨 시킬까, 의논하고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천장에서 물이 새는 걸 어찌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고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인류가 멸종하면 어찌할지 걱정하고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일찍 잠들어, 꿈속에서 평화로이 평화로이 평화로이... 바로 이 순간 계엄이 발표되었다. 모든 평화가 한순간에 날아갔다.
■ 오클랜드문학회
오클랜드문학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으로 회원간의 글쓰기 나눔과 격려를 통해 문학적 역량을 높이는데 뜻을 두고 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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