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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서 흔히 듣는 조언 중 하나는 “서두르지 마세요”라는 말이다. 티샷을 앞두고 손에 힘이 들어가고, 벙커에서 탈출하려는 조급함에 스윙이 흔들릴 때, 우리는 결국 원하던 샷이 아닌 미스샷을 내게 된다. 공이 벗어나고 나면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다. 서두름은 실수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을.
나는 골프를 하며 수많은 실수를 했다. 특히 시간이 촉박하거나 뒤 팀이 밀려올 때, 혹은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길 때, 내 마음은 조급해졌다. 그런 날의 스코어카드는 언제나 엉망이었다. 힘이 들어간 스윙은 방향을 잃고, 짧은 퍼팅조차 쉽게 놓쳤다. 몸은 분명 같은 동작을 했지만, 마음이 흔들린 만큼 결과도 흔들렸다.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우리가 무언가를 빨리 해내고 싶어 조급해질 때, 오히려 더 큰 시행착오를 겪는다. 취업, 인간관계, 투자, 건강… 모든 것이 ‘지금 당장’ 해결되길 바라지만, 정작 돌아서서 천천히 한 번 더 생각할 때 더 나은 방향을 찾을 수 있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듬과 호흡이다. 백스윙이 빠르면 다운스윙도 망가지고, 퍼팅을 서두르면 거리 감각이 사라진다. 그래서 프로 선수들조차 중요한 순간에는 스스로에게 시간을 준다. 심호흡을 하고, 샷을 머릿속에 그려본 뒤 스윙에 들어간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것, 그것이 오히려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나는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조급함에 결정을 서둘렀던 적이 있다. ‘지금 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친다’는 불안감은 내 판단을 흐렸고, 결국 손해를 보고 말았다. 그때 느꼈다. 골프처럼, 인생에서도 타이밍은 준비된 마음과 여유에서 나온다는 걸.
요즘 나는 골프장에서 ‘한 박자 쉬는 연습’을 하고 있다. 공을 치기 전,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세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러면 어깨의 긴장도 풀리고, 샷도 더 정확해진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결정이 필요할 때,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을 때, 행동에 앞서 단 한 번의 숨 고르기가 상황을 바꾼다.
급한 마음은 불안에서 온다. 불안은 실수를 부르고, 실수는 다시 초조함을 만든다. 이 악순환을 끊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잠시 멈추는 것.
나는 오늘도 티박스에 선다. 앞팀이 좀 늦더라도, 바람이 갑자기 불더라도 조급해하지 않는다. 스탠스를 다시 점검하고, 클럽을 한번 더 쥐어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돌아서 가도 괜찮아. 중요한 건 목적지에 도착하는 거니까.’
골프든 인생이든, 가장 멋진 샷은 여유와 함께 날아간다.